극단 에이트볼의 제5회 기획 공연으로 창작극〈르브낭(REVENANT)〉(작 김현서, 총연출 최소원)은 창작에 대한 고민과 연극이라는 매체의 본질을 되짚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과거 한 극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배우들과 연출가, 그리고 극작가가 극작가의 집에 모이며 시작된다. 아직 연극을 하는 중인 배우 둘, 이제 연극계를 떠난 배우들과 연출가, 그리고 최근 창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작가. 오랜만에 모인 여섯이지만 대화는 어긋나고, 극작가는 애써 술잔을 들며 분위기를 띄우려 한다.
장면이 전환되고, 배우 넷은 자신들이 연극 속 인물– 노라, 히긴스, 로잔나, 록산– 임을 주장하며 등장한다. 극작가는 대화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이 단순한 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임을 깨닫는다.

<르브낭>은 연극이라는 매체가 지닌 반복성과 잔존성, 순간성, 그리고 배우라는 존재가 인물과 얽혀있는 방식에 대해 탐색한다. 극중극 속의 인물들은 자신이 연극 속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인간’임을 주장하며 혼란에 빠지고, 극작가는 무대 위를 떠도는 이들 앞에서 점차 자신 또한 극 중 인물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심에 휩싸인다. 연극의 구조 자체가 해체되고, 이중적 소통을 통해 관객 역시 무대 바깥에서 벌어지는 이중적 현실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또한, <르브낭>은 관객에게 “지금 이 무대에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아가 관객에게 당신의 존재를 묻는 이야기이다. 배우, 인물, 관객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교차하는 가운데, 단순한 허구의 재현이 아닌, 연극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에이트볼의 이번 작품은 창작극의 형식을 빌려 연극이라는 장르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쓴 김현서 작가는 <르브낭>에 대해 “르브낭의 정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돌아오는 자, 돌아가고 싶은, 돌아가야 하는 사람. 그러나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점이 인간을 유령과 구분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한다. 꾸준히 갈등하는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유령처럼 변해버린 인물과 그 이야기에 대해 “숱하게 실패되고 좌절되는 논의들 속에 마음에 와닿는 무언가를 얻길 바란다”라고 했다.
출연 박가람, 변유진, 서선우, 유정빈, 윤수현, 현동우.

극단 에이트볼는 제5회 기획공연 <르브낭>을 7월 30일(수)부터 8월 2일(토)까지 서울대학교 인문소극장에서 총 6회에 걸쳐 공연한다. 입장권은 플레이티켓에서 단독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