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식 지음 "호모레퍼런스" 입체 표지. 이미지 미다스북스
김문식 지음 "호모레퍼런스" 입체 표지. 이미지 미다스북스

호모레퍼런스의 관점에서 인류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명확하다.
인간이 아닌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돈, 권력, 명예는 수단으로만 존재해야 하며,
그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 그 문명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이다. 
-호모 레퍼런스 中

이 문장은 『호모레퍼런스』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압축한다. 문명은 단순히 기술이나 힘의 축적으로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무엇을 따라하고 무엇을 넘어서야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탐색해온 사유의 궤적이었다.

김문식 저자는 그 과정을 ‘참조(reference)’라는 키워드로 정의한다.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욕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이다.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그 순간, 문명은 방향을 잃고 자멸의 길에 접어든다. 과거의 흥망이 이 원리 위에서 반복되었듯, 지금 우리의 위기 또한 같은 맥락에서 되짚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통찰이다.

책을 펴낸 미다스북스는 인류 진화와 문명 발전의 역사 전반을 ‘참조의 능력’이라는 책의 관점에 대해 깊이 살펴보기를 권한다. ‘호모레퍼런스(Homo Reference)’란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모방하고 공유하며 진보해온 인류의 본질적 특성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석기를 다듬고 불을 익히며, 언어를 만들고 사유를 확장해온 인류의 여정은 언제나 ‘모방을 넘은 창조적 참조’를 통해 가능했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모사(模寫)가 아닌, 존재 간의 사유 교류로 해석하며, 그 축적이 곧 문명 발전의 핵심 동력이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총 3부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의 이동과 고대 문명의 발아, 동서양 철학의 교차, 현대사회의 위기까지 광범위한 흐름을 따라간다. 특히 4대 문명 이전의 고고학적 발견들을 언급하며 우리가 기존에 배운 인류사의 프레임이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유라시아 대륙 곳곳의 철학적 진화, DNA 분석을 통한 종 간 교류의 흔적 등은 ‘선형적 진보’라는 환상을 해체하며, 인류는 언제나 서로를 ‘참조함’으로써 진화해 왔음을 입증한다. AI와 빅데이터가 범람하는 지금, 저자는 오히려 우리의 인식 능력이 퇴행하고 있음을 경고하며, 참조를 잃은 문명이 맞이할 결과를 묻는다.

이 책의 의의는 인류사를 단순한 연대기로 설명하지 않고, 그 흐름 속에 작동한 ‘사유의 방식’을 구조적으로 해석한 데 있다. 특히 서구 중심의 역사 해석을 벗어나 다양한 문명권의 관점을 균형 있게 조망하며, 문명 교류의 복잡성과 상호참조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인류는 언제나 독창성만으로 생존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를 반영하는 능력이야말로 위기를 넘어선 핵심 역량이었다. 『호모레퍼런스』는 이 점을 직시하며, 창조의 본질은 고립된 독창성에 있지 않고, 타인의 지혜를 나의 문맥으로 연결하는 능력에 있음을 설파한다.

현대 사회는 다시금 ‘수단과 목적의 전도’라는 함정 앞에 서 있다. 기술은 넘쳐나지만 그 기술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흐려졌고, 정보는 방대하지만 무엇을 참조해야 하는지는 더 모호해졌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 ‘연결된 세계 속의 고립된 개인’, ‘지식의 범람 속 판단의 마비’라는 딜레마는 지금 인류가 직면한 집단적 위기다. 『호모레퍼런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준 삼고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묻는다. 이 책은 문명사적 진단을 넘어, 사유의 윤리를 되살리는 작업이다. 인류의 미래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참조해야 할 '지혜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