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의 시작과 함께 꽃핀 15-16세기 미술의 정수를 한 자리에 모은 대규모 기획이다. 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 당시 미술을 대표하는 691건의 작품이 출품되며, 이 중에는 국보 16건, 보물 63건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지정문화유산이 포함된다.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도 23건에 달한다.
국보부터 국외 소장품까지,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특별전
이번 전시는 국내외 72개 기관이 소장한 691건의 전시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선 전기 미술을 다룬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국외에 상당수 전해지는 조선 전기 미술품을 만날 귀중한 기회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5개국 24개 기관에서 40건이 출품되며, 이 중 23건은 최초로 우리나라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백자 청화 산수‧인물무늬 접시’, ‘십장생’, ‘지장시왕도’ 등 연구자들에게만 알려졌던 작품들이 처음으로 전시된다.
이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2024년 구입한 ‘산수도’, 2024년 기증받은 ‘초서’가 최초로 공개된다. ‘서울 조계사 목조여래좌상’은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법당을 떠나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온다. 국내 기관 출품작 중에서도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유산이 80여 건에 달해, 반짝이는 보물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전시 구성
프롤로그 ‘조선의 새벽, 새로운 나라로’에서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발원해 금강산에 봉안한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을 만난다. 새 나라를 세우기 직전, 사리장엄에 담은 건국에 대한 열망과 다짐을 살펴본다.
1부 ‘백白, 조선의 꿈을 빚다’에서는 국가 체제의 힘으로 견인한 조선 전기 도자 산업의 전모를 살펴본다. 조선이 시작되면서 푸른 청자의 시대가 가고 분청사기와 백자의 시대가 펼쳐졌다. 이러한 도자 생산 기술의 발전은 오랜 도자 전통의 기반 위에 나라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실현될 수 있었다. 새하얀 모습을 구현한 도자 제작 기술의 절정과 그 위에 펼쳐진 시대의 미의식을 소개한다.
2부 ‘묵墨, 인문으로 세상을 물들이다’에서는 조선 전기 사대부의 이상을 담은 서화를 소개한다. 조선 건국을 주도한 사대부가 애호한 그림과 글씨는 이 시대의 주된 시각 매체로 부상했다. 글씨와 그림에는 먹의 무궁무진한 표현력을 활용하여 이들의 생각과 정서를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먹색의 깊은 농담처럼 조선에 스며든 사대부의 가치관과 취향을 소개한다.
3부 ‘금金, 변치 않는 기도를 담다’에서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맞닿아 있던 불교미술을 조명한다. 불교미술은 오래전부터 귀한 재료였던 금으로 장식됐다. 유교의 시대가 됐지만, 불교는 정치적 명분이나 이념과 관계없이 왕실과 사대부,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까지 모든 조선 사람들의 기원과 바람에 언제나 응답하는 신앙으로 존재했다. 긴 시간 잊히거나 사라지지 않고 그 자신을 장식한 금빛처럼 변하지 않는 기도를 담아 온 불교미술을 살펴본다.
에필로그 ‘조선의 빛, 훈민정음’에서는 ‘훈민정음’을 소개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훈민정음은 조선 전기의 수많은 문화적 창안 중에서도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연결되는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훈민정음은 15세기 중반에 탄생한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 문화 발전의 핵심 요소로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나아가 미래로 이어진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조선 전기 미술
관람객 누구나 즐기고 전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접근 방식을 마련했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쉬운 설명 패널이 전시실에 비치되고, 어린이용 오디오가이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전시품을 활용한 활동지와 조선 전기 추구미 아이템을 찾는 활동도 전시실에서 즐길 수 있다.
대표 작품 32점을 감상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해설이 한국어와 영어, 한국수어와 음성해설로 제공된다. 청력이나 시력에 어려움이 있는 관람객도 전시 내용을 쉽게 즐길 수 있다. 전시실에 비치된 QR 코드를 스캔하거나 특별전 모바일 리플릿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전시에 깊이를 더하는 학술 행사
전시기간 내내 다양한 학술 행사가 마련돼 있다. 오는 6월 20일에는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가 들려주는 ‘특별전의 기획과 구성’ 강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7월에는 일본 소재 조선 전기 미술에 대한 국외 학자 초청 강연(7.17.), 한국미술사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심포지엄 ‘조선 전기의 미술’(7.18.)이 열린다. 전시기간중인 6월부터 8월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서비스되는 온라인 특강이 준비돼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 전기 미술이 오늘날 우리의 미감과 정서, 문화적 기반을 이루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만든 미술의 힘, 그리고 그 시대가 남긴 미의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