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sh Zone 전시 모습. 사진 갤러리에스피
Crush Zone 전시 모습. 사진 갤러리에스피

갤러리에스피(Gallery SP)는 5월 8일(목)부터 6월 7일(토)까지 작가 안은샘, 이동훈, 임창곤이 참여하는 그룹전 《크러쉬 존(CRUSH ZONE)》을 개최한다.

안은샘, 이동훈, 임창곤은 움직이는 대상을 회화와 조각이라는 고정된 매체에 담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이들은 연속적인 시간을 직접 기록하는 영상 매체 대신 운동하는 존재를 손으로 조각하고 그려내며 정지된 형식 안에 다층적인 시간을 구현해 왔다.

《크러쉬 존(CRUSH ZONE)》전은 이러한 서로 다른 움직임과 궤적이 충돌하며 생성하는 긴장과 에너지를 담아낸다. ‘크러쉬 존(CRUSH ZONE)’은 ‘작은 공간 안에 밀어 넣는다’, 또는 ‘으스러뜨린다’는 뜻의 ‘크러쉬(Crush)’와 구역을 뜻하는 ‘존(Zone)’을 합성한 말로,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세 작가가 형성한 복수의 공간과 역동적인 현장을 비유한다.

안은샘, Sum of Blue and Pink, 2025, collage on canvas and wood, 194×356cm. 이미지 갤러리에스피
안은샘, Sum of Blue and Pink, 2025, collage on canvas and wood, 194×356cm. 이미지 갤러리에스피

전시에서 포착되는 각각의 움직임은 고정된 형태 속에서 살아 있는 동세를 담고 있으며, 그 흐름은 전시 공간 안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임창곤은 피부 아래 떨리는 근육과 내장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동훈은 동식물과 인물의 동세를 통나무 조각으로 형상화한다. 안은샘은 풍경 속 존재들의 궤적을 기하학적 조형으로 치환한다.

세 작가는 몸의 미세한 움직임에서부터 삶과 맞닿은 세계까지, 생동하는 순간들을 작품 속에 새긴다. 전시장에서 다른 속도와 운동감을 간직한 이 형상들은 서로의 영역을 간섭하며, 어느 지점부터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전시의 초입부터 마지막까지 급격한 이미지의 전환과 예측할 수 없는 공간의 변화를 겪으며, 전시장 곳곳에서 생동감을 조우하게 된다.

《크러쉬 존(CRUSH ZONE)》는 각기 다른 매체와 조형 방식을 통해 존재의 운동성을 새롭게 사유하고, 일상 속에서 포착되지 않는 생명의 흐름과 리듬에 주목하고자 한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을 거치며 점차 둔감해진 감각을 환기하고, 작고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도 삶의 진동을 발견하게 한다.

이동훈, 긴 새 연작, 2025, installation view. 이미지 갤러리에스피
이동훈, 긴 새 연작, 2025, installation view. 이미지 갤러리에스피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존재들이 지닌 유동성과 힘을 새롭게 인식하게 할 것이다. 유동하는 형상들의 교차를 통해 무뎌졌던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전시 《크러쉬 존(CRUSH ZONE)》은 총 11점의 회화, 9점의 조각 작품, 그리고 8점의 판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갤러리에스피(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44가길 30)에서 6월 7일까지 열린다.

안은샘 작가는 자신이 거주하고 왕래해 온 삶의 풍경 속에서 목격한 운동감과 에너지의 성질을 회화의 점, 선, 면으로 치환한다. 본래 존재가 지닌 고유의 성질을 생략하고 색, 명도, 면적을 강조한 작가의 콜라주-회화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힘의 간섭과 충돌, 그리고 균형을 조형의 언어로 암시한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석사를 수료하였다. 2023년, 스페이스 카다로그에서 열린 개인전 《Chip Shot》(2023)에서 데뷔한 이래로 총 2회의 개인전과 총 3회의 그룹전에 초청받았다.

회화와 조각의 형태를 연구해 온 이동훈 작가는 자신이 기르던 반려묘와 화분, 그리고 미디어 속 인물 등 일상에서 밀접하고 빈번하게 접할 수 있던 존재를 관찰한다. 대상들이 움직이는 모습으로부터 율동적이고 파편적인 윤곽을 포착하며, 작가는 하나의 존재로부터 여러 형상이 도출되고 중첩된 조각과 회화를 만들어 낸다.

임창곤, 증식하는 숨결, 2024, oil on wood, 192×288cm (dimensions variable). 이미지 갤러리에스피
임창곤, 증식하는 숨결, 2024, oil on wood, 192×288cm (dimensions variable). 이미지 갤러리에스피

경희대학교 회화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석사과정)를 졸업하였다. 지금까지 총 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창원조각비엔날레, 북서울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등의 유수 기관에서 진행한 다수의 그룹전에 초청을 받았다.

임창곤 작가는 사각 프레임에서 벗어난 지지대를 직접 조각하며, 그 위에 인체의 형상을 그려내는 독특한 회화를 보여준다. 인체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러 조각으로 해체되고 유기적으로 조합된 그림은 인물의 정체를 은폐하고 형태가 변모되는 듯한 인상을 자아낸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총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두산갤러리, 하이트컬렉션, 뮤지엄헤드 등의 유수 기관에서 진행한 다수의 그룹전에 초청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