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다원 작가는 우울이라는 감정을 마주하며 작업을 시작했고, 이를 애정과 상상력으로 치환해 ‘새로운 세계’를 캔버스에 그려왔다. 작품 속 익명의 인물들은 흐릿한 얼굴과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되며, 정체불명의 생명체들과 교감하고 연결된다. 촛불, 별, 태양과 같은 작은 빛의 상징들은 어둡고 눅눅한 색감 속에서 생명력과 희망을 암시하는 요소로 등장한다.
TYA갤러리에서 4월 15일 개막한 정다원 작가의 개인전 《영원한 행복의 최종결론》도 삶의 어두운 감정에서 출발하여 그 안에서 발견한 희망과 애정의 감각을 회화로 풀어낸 작가의 신작을 볼 수 있다.
전시 제목 ‘영원한 행복의 최종결론’은 전통적인 행복의 개념에 의문을 던진다. 작가는 “행복은 무언가를 끝냈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오류와 순간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정다원 작가는 “《영원한 행복의 최종결론》은 ‘영원’이라는 허상보다 순간순간의 번뜩이는 빛, 작고 사소하게 뭉쳐드는 반짝이는 삶의 파편을 포착하여 애정하고자 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행복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 이 기획은 ‘나는 반복되는 삶에 오류를 만드는 행위가 행복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을 한다’라는 답을 통과합니다. 오류는 의식하지 못한 채 흩어지는 순간들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듭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완전히 종결되는 동화와 다르게, 우리의 삶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텅 빈 의미의 ‘행복’, 자신이 진정 자신으로서 원하는 행복이 아닌 사회가 주입한 겉핥기식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죽음을 언제나 코앞에 두고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이러한 텅 빈 행복은 무의미합니다. 삶의 이어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무미건조한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하나의 문장이 대표하는 허무한 종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며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을 ‘반짝’하고 포착할 수 있는 하나의 오류로서 이 전시를 제안합니다.”(정다원 작가)

정다원 작가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나 메시지는 무엇일까? 다시 작가의 이야기다.
“우리는 무엇이든 포용하고 애정할 수 있는 존재이며,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그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우울감을 게워내고 싶다는 부정적 상태로부터 출발했지만, 이는 화면 속, 서로 엉키고 관계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존재들의 세상으로 완성됩니다. 이들은 가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입니다. 저는 이를 통해 긍정성, 새로움의 가능성, 애정, 여운 같은 것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정다원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흐릿하거나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 작가는 이렇게 함으로써 무엇을 표현하려 했을까. 이를 작가는 이렇게 소개한다.
“작품 속에선 인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풍경에 녹아들듯 흐릿한 형상으로 파묻혀 있으며,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거나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익명의 여린 존재들을 그리며 이들의 삶을 비추면서도, 또한 그들이 속하고 관계하는 주변부의 세상, 그 세계 자체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담습니다. 정체가 모호한 동물이나 사소한 물건들과 같은 다른 많은 요소와 상호작용 하며 어떤 내러티브를 내포한 것만 같은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태양, 별, 촛불 등 빛을 상징하는 요소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색상이 많으면서도 한편으론 켜켜이 쌓여 칙칙해 보이는 세계 속에서 작은 희망과 아름다움을 드러내 주고자 하는 장치입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장면처럼 연출했다. 관람자는 단일한 작품 감상이 아니라, 공간의 공기와 동선을 함께 체험하며 작품 속 감정의 흐름에 몰입하게 된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인 설치 작업 역시 이번 전시에서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하나의 포인트에 집중하여 관람하기보다는, 이 전시 공간 자체에 녹아들어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가는 “단순히 작품을 일렬로 보기 좋게 전시하는 것보다 공간과 함께 호흡하며 분위기 자체를 바꿀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했다. 감상하며 이동하는 동선, 호흡, 소리, 작품의 배치와, 보면 볼수록 새로움이 발견되는 작품들을 하나의 순간으로 기억하며 오래 머물다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느끼는 삶의 균열과 불완전함을 하나의 감정으로 껴안으며,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영원한 행복의 최종결론》은 제안한다.
정다원 작가의 개인전 《영원한 행복의 최종결론》은 4월 27일까지 TYA갤러리(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28)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