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과서 문제, 내정간섭이라는 일본 측 주장은 허구
- 독도 기술 등 제반 사안에서 우경화 퇴행은 명백
- “이미 강을 건넜다”고 하지만 비판뿐 아니라 새로운 방안 모색 해야

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교육홍보실장이 27일 열린 ‘2025 검정 통과 日 고교 교과서 전문가 긴급 세미나’에서 기조 강연을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교육홍보실장이 27일 열린 ‘2025 검정 통과 日 고교 교과서 전문가 긴급 세미나’에서 기조 강연을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독립기념관(충남 목천) 건립은 1982년 일본 교과서 문제를 계기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국민 대다수가 낸 성금으로 벽돌 한 장 한 장이 올라갔던 겁니다.”

지난 27일 열린 동북아역사재단(이하 재단) 주최 ‘2025 검정 통과 日 고교 교과서 전문가 긴급 세미나’ 기조 강연에서 남상구 재단 교육홍보실장은 또다시 제기된 일본 교과서 문제가 43년간 지난한 공방을 거듭했음을 지적했다.

매년 3월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는 일본 교과서 문제. 일본문부성의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와 우리 외교부의 항의 및 유감 표명, 한국 국민의 불같은 분노에도 불구하고 반복되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있을까?

2025년 검정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들. 역사나 지리, 공공, 정치경제 뿐 아니라 가정과까지 선택적 기술이 늘어났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2025년 검정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들. 역사나 지리, 공공, 정치경제 뿐 아니라 가정과까지 선택적 기술이 늘어났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이번 동북아역사재단 전문가 긴급세미나에서는 현 교과서 상황의 심각성, 문제의 핵심, 해결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다각도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남상구 실장은 기조강연에서 자국민 교육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일본 측 주장의 허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1982년 일본 문부성이 3.1운동을 ‘폭동’으로, 중국 침략을 ‘진출’로 바꾸도록 했다는 것이 아사히 신문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러자 일본은 이를 수습하려고 교과서 검정기준에 ‘근린제국 조항’을 넣었고 지금도 유지 중이다.”

근린제국조항은 ‘근현대사와 관련된 사실을 기술할 때는 국제협력이라는 견지에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일본 교과서 문제가 국내 문제가 아닌 한국, 중국을 비롯한 태평양전쟁 피해국과의 국제협력을 고려한 사안임을 스스로 표명한 것이다.

일본 교과서는 일본 스스로 정한 '근린제국조항'에 의해 국제협력 사안
교과서 퇴행 과정, 하지만 "집필진의 또 다른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남 실장은 1996년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 7종 전부에 일본군 ‘위안부’가 기술되는 등 좋은 변화를 거듭하던 일본 교과서의 퇴행 과정도 설명했다.

난징 대학살 교육을 ‘자학적 역사관’이라며 2001년 새역모(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가 새로운 교과서를 출판했고, 공리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처음 들어갔다.

독도에 대한 기술과 사진이 게재된 일본 고등학교 지리총합 교과서들. 사진 강나리 기자.
독도에 대한 기술과 사진이 게재된 일본 고등학교 지리총합 교과서들. 사진 강나리 기자.

일부 극우세력의 도발이던 것이 일본 내 보수우익 정권을 거치며 점차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2014년 아베 신조 총리시기를 거치면서 독도, 조선인 강제노동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물론 관동대지진 등 다양한 사안에서 검정절차라는 수단과 각의 결정을 통해 교과서가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상구 실장은 “독도 등 교과서가 명백하게 퇴행했다. 하지만 일본 교과서 집필진의 성향을 분석하면 중간에서 약간 왼쪽(진보)”이라고 견해와 사례를 밝혔다.

“정부에서 ‘강제 연행’이라고 쓰면 안 된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궁리해서 강제 연행을 집어넣고, 위안부 기술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중학교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 담화를 집어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일학습사의 경우 고등학교 '역사총합' 교과서의 주석에서 " '강제연행'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하는 각의(일본 의회) 결정을 내렸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연행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다는 연구도 있다”라고 기술했다.

또한, 채택율이 높은 야마카와(山川)출판사의 경우 '근대부터 현대 역사총합'교과서 내 주석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강제되었거나 속아서 연행되거나 하는 사례도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일본이 강을 다 건너기 전 뒷머리채 끌어서라도 바꾸어야

이어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남상구 실장은 “일본 정부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하지만, 그 강을 다 건너기 전에 뒷머리채를 끌어 올려서라도 바꾸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도의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 실장은 “교과서와 관련해 3주체가 있다. 집필자와 검정을 주관하는 (일본)정부,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생과 교사가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집필자”라며 향후 일본 집필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교과서 개선을 제시했다.

그는 “교과서도 사업이기 때문에 우선 검정을 통과해야 하니 집필진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잘 팔릴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스스로 규제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잘못된 것을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고 그동안 받아들여진 성과도 있다.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집필자들을 만나 회의도 하고 잘된 부분은 인정하고 그들의 용기에 격려도 보내야 한다. 아울러 잘못된 부분은 자료를 주어 고쳐달라고 하는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7일 열린 동북아역사재단 일본 교과서 검정 긴급 전문가 세미나 주제 발표자 및 토론자들. 사진 강나리 기자.
27일 열린 동북아역사재단 일본 교과서 검정 긴급 전문가 세미나 주제 발표자 및 토론자들. 사진 강나리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 독도 관련 서술 분석은 재단 박한민 연구위원이,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술 분석은 재단 박정애 연구위원이 발표했다. 이어 종합토론에서는 재단 이경미, 류준상, 전영욱 연구위원과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이신철 위원장과 한혜인 위원이 토론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