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여성국극을 소재로한 tvN 토일 드라마 '정년이'. 사진 공식누리집 갈무리.
1950년대 여성국극을 소재로한 tvN 토일 드라마 '정년이'. 사진 공식누리집 갈무리.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대한민국의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여성 국극이 전성기였던 시대를 배경으로, 소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소녀 윤정년이 여성 국극단에 입단하여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그린 시대극이다. 

내가 처음 이 드라마를 접했을 때 느낌은 꼭 이러했다. ‘제목이 왜 이리 촌스럽지?’ 그런데 제1회를 보면서 몰입감이 바로 왔다. 그때의 감정은 참으로 잊을 수 없다. 우선 우리나라의 목포를 배경으로 한 바다와 산과 들과 같은 자연을 너무도 아름답게 연출하였다. 그리고 판소리를 신들린 듯 열연한 배우들의 모습에서 ‘야, 이 드라마는 세계에 알려지면 우리나라 K컬처가 새롭게 그 영역을 펼치겠구나’ 생각했고 그 생각은 바로 적중했다. 

이제껏 다루지 않았던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 문화를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끌고 있는 K-POP과 함께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종회인 ‘정년이’ 제12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마의 15%벽을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 타이틀도 수성했다. 글로벌 OTT 디즈니+를 통해서도 해외 팬들을 공략하며 반응 역시 뜨거웠다. 

디즈니+ 글로벌 TV쇼 부문 top 6에 오르는가 하면,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디즈니+ TV쇼 부문 1위, 일본에서는 4위에 등극하며 인기를 얻었다. 또한 외국 유력 언론에서도 ‘정년이’ 열풍에 주목하며 ‘국극’을 집중 조명하였다. 일본 매체 ‘오리콘뉴스’는 “이 가을에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며 “특히 국극 공연 장면은 배우들 전원의 기백이 너무 대단해 잊히지지 않는다”라고 호평했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K-드라마 ‘정년이’의 진짜 스타는 바로 판소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세기 판소리의 연극 버전이 인기를 얻자 20세기 초반 여성들로 구성된 공연단이 번성했다”며 “그중 일부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다”라고 국극을 소개했다.

주연을 맡은 윤정년 역의 김태리 배우는 이 배역의 소화를 위해 무려 3년간 판소리를 익혔다고 한다. 윤정년 어머니 역을 맡은 문소리 배우도 어릴 적 잠깐 익혔던 판소리를 극 중 ‘추월만정’이라는 판소리 한 곡조를 위해 1년간 다시 맹훈련했다고 하니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맛깔난 남도 사투리와 남도민요는 유명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한국 전통 소리의 매력을 전달하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정년이’는 60분가량의 한 회차 러닝타임 중 15분, 최종화는 무려 30분을 온전히 국극 연기 장면으로 할애하며 ‘국극에 진심’을 보여주었다. 

tvN드라마 '정년이' 역을 맡은 김태리 배우. 사진 공식누리집 갈무리.
tvN드라마 '정년이' 역을 맡은 김태리 배우. 사진 공식누리집 갈무리.

​국극 공연이 열린 극장에 모인 열정적인 관객들이나 국극단 숙소 앞에 진을 친 팬들은 오늘날 아이돌 공연장을 찾아 모여든 팬덤을 연상하게 한다. 극장 앞에서 국극 배우들의 사진첩을 파는 모습은 오늘날 아이돌 굿즈 판매가 활성화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드라마 속 매란국극단 연구생 선발 장면은 오늘날 아이돌 연습생을 뽑는 세태와 비슷해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원작 웹툰이 ‘양성평등 문화 콘텐츠상’을 받은 작품인 만큼 이 드라마는 양성평등 사회구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최근 한류가 전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은 한국인에게 만민 공통의 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일 게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어울림, 상생과 조화, 신명과 흥, 정과 사랑, 여유, 끈기, 열정과 도전, 효, 공동체 문화, 담금질과 수련, 단련 등의 기질적 태도나 정서가 외국인들에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폭력과 같은 자극적인 영상이 만연한 시대에 ‘정년이’는 1950년대 당시 한국 여성들의 ‘꿈’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채롭고 깊이 있게 조명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그 시절 여성들의 꿈을 때로는 공감과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벅찬 감동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선사했기에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않나 싶다. 앞으로 많은 외국 관광객이 판소리의 고장 한국에서 ‘춘향전’,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등 한국 전통 판소리를 듣고 체험하며 더 나아가 우리가 가진 케이 스피릿을 공유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문화강국이 되기를 꿈꾸신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귓가에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