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별신굿 이수자 방지원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인 〈동해UNIVERSE-서울〉은 전통 굿판에서 다루어진 이야기와 의식을 현대적 무대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동해UNIVERSE〉는 2022년 서울남산국악당 기획공연 ‘남산초이스’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2023년 포항문화재단 기획공연 <동해UNIVERSE-포항>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방지원의 대표작이다.
오는 10월 9일 오후 5시 서울특별시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동해안별신굿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굿판에서 바다와 배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확장된 무대 위에서 선보인다.

동해안 굿판은 늘 거대한 바다를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죽음의 경계이며, 인간과 자연, 신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해안의 사람들은 바다와 맞서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그 바다 위에서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이상을 꿈꿔왔다. 방지원은 <동해UNIVERSE> 시리즈를 통해 이러한 바다의 상징성과 동해안 굿의 깊은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방지원은 전통의 본질에 기반한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모토로 삼고있는 타악연주자이자 동해안 굿판의 화랭이이다. 그는 전통적 미니멀리즘 소재들을 활용해 작품을 구성하며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힘과 우리악기의 특수한 가치에 주목해왔다. 악기의 매개적 속성이 물질과 영혼을 잇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며 예술행위의 본령 중 하나가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해 마음을 모아 기원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어릴적 전통예술의 원형에 대한 호기심을 계기로 굿판을 찾아가 현장을 기록하고 그 예술 세계를 학습했다. 구비문학, 설화, 노래, 춤, 사상, 종교, 음악, 미술이 공존하는 다원예술인 굿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이 장르들의 경계를 무너뜨린 새로운 작품의 탄생을 바란다.

이번 <동해UNIVERSE-서울>에서는 특히 굿판에서 배가 지니는 이중적 속성에 초점을 맞추어 공연을 구성하였다. 배는 세속적 욕망과 초월에 대한 염원을 동시에 내포한 상징물. 이를 공연에 담아낸 방지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채움과 비움, 그리고 욕망과 초월을 향한 배의 이중적 속성은 굿판에서 구현되는 삶의 이야기와 닮아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다로 떠난 이들과 그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목소리, 바다를 누비며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펼쳐내고자 합니다.”
이 공연은 ‘죽음’, ‘삶과 바다’, ‘믿음’ 세 파트로 구성되며, △석나발, △청혼, △초망자, △용왕굿, △만선놀이, △고래굿, △용선가, △노짜 등 동해안 굿판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곡과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구성한 곡으로 이루어진다. 공연은 바다의 장엄한 스펙터클을 무대 위에 재현한다.

아울러 이번 공연에는 동해안별신굿의 명인인 김영숙, 김동열, 김동연, 김동언이 참여하여 전통적인 깊이를 더하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동해UNIVERSE-서울>은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작으로서 서울특별시와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