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에 새롭게 터 잡은 이회영기념관. 기념관 앞에는 합이 300살이 넘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서울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벗집 마루가 있다. 사진 서울시.
사직동에 새롭게 터 잡은 이회영기념관. 기념관 앞에는 합이 300살이 넘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서울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벗집 마루가 있다. 사진 서울시.

우당 이회영 선생은 독립운동을 위해 형제 6명이 온 잡안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았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독립투사로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사군자의 하나인 난초를 소재로 수묵화, 묵란을 수없이 그려 독립투쟁자금을 마련했던 예술가이기도 하다.

우당 선생을 기리는 이회영 기념관이 지난 3년간 매월 1천여 명 방문객을 맞았던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자락에서 종로구 사직동 ‘묵은집’으로 이전하여 11일 오후 3시 개관식을 개최한다.

새롭게 자리 잡은 ‘묵은집’은 20세기 초 선교사들이 살았던 서양식 주택으로 지하 1층과 지상 2층, 총면적 311㎡ 규모이며 2019년 서울시가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이곳에 살던 이들은 미국 남감리교에서 조선에 파송한 선교사들로, 배화학당(현 배화여자대학교)을 세웠다.

기념관은 이회영 선생의 부인이자 동지인 이은숙 선생이 서울 활동을 할 때 머물던 당주동 집과 몇백 걸음 거리이며, 또 다른 동지인 신흥무관학교 교관 김경천 장군 집터 바로 위에 위치했다.

이곳은 이회영기념관이 오는 2026년 이회영 선생 집터 인근 명동문화공원 내로 완전 이전할 때까지 머무는 중간기착지가 될 예정이다.

11일 오후 3시 열리는 개관식에는 이회영 선생 후손과 독립 운동가 후손, 이종찬 광복회장, 김병민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이종걸 (사)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이사장 및 임직원과 지역주민이 참석한다.

개관기념 특별전 ‘등불 아래 몇 자 적소’
동지이자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93년 만에 최초 공개

개관식과 함께 이회영 선생의 육필 편지를 근 100년 가까운 세월 만에 최초 공개하는 특별전 ‘등불 아래 몇 자 적소’를 개최한다. 전시하는 유품은 육필편지 20장 13통, 편지봉투 8장, 아버지 이회영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딸 규숙의 전보 3장이다. 이 유품은 2023년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이사장이 유품 정리과정에서 발견했다.

편지는 대부분 조국 광복을 위한 독립운동기지로서 만주를 포기할 수 없어 선생이 만주행을 결심할 무렵인 1931년경 쓴 것이다. 편지 내용을 통해 이회영 선생과 묵란에 관한 이야기을 알 수 있고 예술가 이회영을 만날 수 있다.

이회영기념관 사직동 개관을 기념해 이회영 선생의 육필편지를 최초 공개하는 특별전 '등불 아래 몇자 적소'가 2025년 3월 1일까지 개최된다. 사진 이회영기념관.
이회영기념관 사직동 개관을 기념해 이회영 선생의 육필편지를 최초 공개하는 특별전 '등불 아래 몇자 적소'가 2025년 3월 1일까지 개최된다. 사진 이회영기념관.

우당의 육필편지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수신자인 아내에게 한결같이 존칭어를 사용하고, 모두 한글로 써 조선 양반가에서 성장한 이회영이 조선의 지배계층 언어를 스스로 벗어던졌다는 점이다. 또한, 과장된 수식이나 관념어 없이 일상어 중심으로 글을 쓴 점도 특징이다.

이를 통해 자유, 평등 사상을 추구한 이회영 선생의 세계관과 그의 됨됨이를 마주할 수 있다.

특별전 기획자 서해성 감독은 “망명 독립운동가에게 편지는 살아있다는 신호이자 식구들과 끈을 잇는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다며 “전시를 통해 이회영 선생뿐 아니라 여러 독립운동가의 망명지에서의 일상, 당시 심경을 추적할 수 있다. 붓을 든 예술가이자 독립투사 이회영의 내면과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외에도 2층 전시실에는 부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은숙 선생이 쓴 ‘서간도 시종기’와 육필 원고가 전시되고, 체코군단의 지원으로 독립군이 사용한 모신 소총,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사용한 권총과 같은 종류의 FN M190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전시장으로 가는 복도와 계단에는 서울과 서간도, 베이징, 상하이, 다롄 등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경로와 함께 우당과 형제들 이야기가 전시되었다.

전시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회영기념관을 가려면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사직터널 방면으로 가거나, 경복궁역 7번 출구에서 사직단을 지난 10정도 도보로 갈 수 있다. 버스로는 서대문역 3번 출구와 독립문역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종로05번’을 탑승하여 한국사회과학자료원에서 하차해 세븐일레븐 편의점 골목 끝자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