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흰갤러리가 7월 4일 개막한 박다솜 서원미 오하은 3인전 《Our Original Face》는 세 작가가 한정 짓는 일련의 모든 것을 제외한, 그들의 ‘본래면목’에 대해 통찰력 있는 해답을 고민해보고자 기획되었다. 또한 참여 작가들이 경험과 인식 주체로서의 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전시는 이들이 유달리 골몰했던 특정 대상은 무엇이었는지, 어떠한 문제를 계기로 그들이 본래 상태의 나를 추구하게 되었는지를 함께 곱씹는다.
이 전시에 출품된 작업들에는 나 자신을 섬이자 안식처로 삼아 의지하려는 회화적 시도가 (특히 몸이나 얼굴의 형태로) 그림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박다솜과 서원미, 오하은의 작업에서 이러한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 왜 회화를 매개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고찰하여, 그들 작업에서 일정한 정향을 취하는 내면적 뼈대를 추론하고자 한다.
박다솜 작가는 그가 그리는 것이 물질이자 몸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곡선의 조형 언어로 몸의 형상을 다정하게 파괴하거나 명료한 형태를 부정함으로써 시간의 제약으로부터 몸을 자유롭게 확장해낸다. 몸을 곡선과 각도, 기울기 등의 추상적 형태로 치환할 때 그림과 작가 개인은 시간이라는 명제 앞에서 비로소 모종의 자유로운 향유 지대를 이룬다. 박다솜은 그림을 추상적인 태도로 접근함으로써 그 자체로 이미지가 된 그림으로부터 회화의 자유를 확보하고, 무엇에도 침윤되지 않는 그 자신의 세계에 들어선다.

작가 서원미가 그의 본래면목을 모색하는 매개체는 그의 손을 이미 떠난 그림과 앞으로도 종착지 없이 펼쳐질 자신의 그림이다. 서원미가 걸어온 작업의 행보는 자기 자신의 그림을 정 (正)과 반 (反)으로 삼아 ‘내가 나를 건설하는’ 양상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측면은 특히 그림의 전부와도 같은 색과 붓질에서 잘 드러난다. 작가가 즐겨 내세우는 카우보이도 어쩌면 그림과 서원미 내면의 초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오하은 작가는 일상에서 눈높이를 같이 하는 것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세계의 안팎에 자리한 혼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개인전에서 작가는 다소의 압박감 속에서 이러한 과제를 수행했으나,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진솔한 내면을 자각한다. 여기서 그가 찾아낸 보루,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진면모는 바로 그 자신의 체온과 무게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오하은은 그에게 붙박인 감각의 편린들을 투영할 모티프로서 특히 여성의 몸을 화면에 끌어들인다. 이번 전시에서 오하은이 빚은 여체는 그의 이전 작업에서 일렁이던 원색의 정염을 벗고 희끄무레한 베일처럼 아른거리며, 홍조처럼 감각을 번지고 스미게 한다. 이는 작가가 감정과 기억을 신체에 발현하고 그렇게 비춰진 본디 모습을 살피는 과정이 손끝을 통한 ‘스밈’에 가까웠던 까닭이다. 이렇듯 작가는 외부 세계의 기호들을 풀어내면서, 드리운 베일을 벗기듯 그의 진면목을 살피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박다솜 서원미 오하은 3인전 《Our Original Face》는 8월 17일까지 라흰갤러리(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0길 38-7)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