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진상규명문학총서’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한울산 사람들》10권.  사진 김경아 기자
‘4·3진상규명문학총서’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한울산 사람들》10권. 사진 김경아 기자

제주4·3평화재단은 ‘4·3진상규명문학총서’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 《한울산 사람들》(비매품) 10권을 펴냈다.

다사함 김명식 시인은 제주 출신으로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행동에 옮긴 시인이다. 김명식 시인은 1944년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면 하귀리 미수동에서 태어나 하귀국민학교·귀일중학교·오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예수회 신학원·선교교육원를 거쳐 서강대학교에서 철학, 종교, 신학, 사상 등을 공부하였다. 일본으로 건너가 노동대학과 국제기독교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화와 사회사상사를 공부하였다.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비교언어, 국제평화사상 등을 전공하여 여러 대학에서 강의한 바 있다. 귀국한 후 1990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국제협력위원장을 역임하고 범민련 결성 및 자료집으로 《제주민중항쟁1·2·3》을 발간하였다. 이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1991년 일본 《세계》지에 <십장의 역사연구>를 발표하여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년 징역형을 받았다. 이후 다양한 문학지에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시집으로는 1977년 《우리들의 봄은》을 시작으로 《제국의 굴레》 《낫과 호미》 《썩은 대지에 하얀 소금을 뿌린다》 《한라산》 《한라산에 피는 꽃들》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나의 꽃밭에서》 등 다수 펴냈다.

이번에 발간한 시집 《한울산 사람들》 10권은 1989년에서 2023년까지 저자가 제주4·3 과 관련하여 쓴 시를 주제별로 묶었다. 10권의 시집 제목은 다음과 같다. 《한울산 사람들1-너 거기 있는 곳에》 《한울산 사람들2-유채꽃 한 아름 안아 들고》 《한울산 사람들3-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한울산 사람들4-이 한 목숨 이슬같이》 《한울산 사람들5-해 질 무렵 흙살이 되려무나!》 《한울산 사람들6-오늘은, 아픔일지라도》 《한울산 사람들7①겨레, 하나됨을 위하여!》 《한울산 사람들7②-그 날마다의 혁명》 《한울산 사람들③-아사달 빛나라 온누리 꽃나라》 《한울산 사람들8-날, 영, 살아왔수다》 《한울산 사람들9-한울산에 피는 꽃들》 《한울산 사람들10-나의 꽃밭에서》이다.

‘4·3진상규명문학총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한울산 사람들》10권.  사진 김경아 기자
‘4·3진상규명문학총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한울산 사람들》10권. 사진 김경아 기자

저자는 제주4·3을 “민족민중 해방항쟁”으로 규정하였다. 즉 “일본 제국주의가 물러난 후 이 땅에 들어온 제국 U.S.A의 한반도 침략정책에 대항하여 봉기한 제주도 민중의 민족해방투쟁이다.”

시집 가운데 《한울산 사람들2-유채꽃 한 아름 안아 들고》는 1945년 8월부터 1948년 8월까지를 민족·민중 해방기로 읊었다. 저자는 《한울산 사람들2-유채꽃 한 아름 안아 들고》를 “어디까지나 분노의 대지에서 죽어 간 제주도 양민들의 노래가 되고자 한다. 그리고 이 노래를 그들의 영전에 드리고자 한다”라고 했다.

유채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해마다 처형도에 봄이 오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유채꽃들은 이미 희생당한 형제·자매들의 피와 하얀 뼈로 엉킨 분노의 대지 위에 해방의 노래를 부르며 일어서고 해방춤 덩실덩실 춤추는 자들의 부활”이다. 

《한울산 사람들4-이 한 목숨 이슬같이》에서는 “인간 해방을 위해서 살림의 문화를 일구어 온 제주민중의 해방 싸움의 큰 흐름을 포착하려 했다. 또한 민족 해방싸움에 있어서 개인 개인의 그 위대한 투쟁을 인간 해방싸움 속으로 용해시키려 했던 민중의 고결한 의지를 규명하려고 했다. 그리고 해방싸움에 투신한 모든 사람들이 해방의 새날을 마중하면서 신성한 해방의 무기로 살고자 했던 그 숭고한 의지의 흐름 속에서 총체적 민족민중 해방사의 획을 찾으려 했다.” 

‘4·3진상규명문학총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한울산 사람들》10권. 사진 김경아 기자
‘4·3진상규명문학총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한울산 사람들》10권. 사진 김경아 기자

김명식의 시세계를 조망한 김동현 문학평론가는 《한울산 사람들1》 말미에 함께 들어 있는 ‘오늘의 안온을 깨뜨리는 혁명의 죽비’라는 글에서 이렇게 평했다.

“무려 10권으로 집대성된 김명식의 시편들을 읽으며 우리는 시간의 비수를 피하지 않는 시인을 목격한다. 그의 시편들은 일관되게 제주 4·3을 민족민중해방의 차원에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편들은 제주 4·3항쟁의 시적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민족혁명적 시각에서 제주 4·3을 말하고 있는 이산하의 장편 서사시 《한라산》이 이른바 항쟁 주체 세력의 입장에서 제주 4·3을 말하고 있다면 김명식의 시편들은 ‘인간 해방’의 시각에서 제주의 시간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현으로서의 4·3’이 아닌, ‘해석으로서의 4·3’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명식 시인은 제주 4·3항쟁을 ‘인간 해방’을 위한 싸움으로 해석한다. 이를 김동현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에게 있어 제주 4·3항쟁은 ‘인간 해방’을 위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싸움을 가능하게 했던 동인을 그는 ‘살림의 문화를 일구어 온 제주민중’이라고 규정한다. 제주4·3항쟁을 ‘인간 해방’을 위한 싸움이었다고 보는 시각은 ‘민족민중해방’이라는 그의 입장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민족민중해방’은 단순히 좌파적 입장을 옹호하는 관점이 아니다. 해방정국에서 벌어졌던 ‘나라 만들기’에 대한 열망을 이념적 대립으로 바라보는 역사적 해석과도 다르다. 그것은 범박하게 말하자면 ‘데모크라시’, 즉 민중의 자기결정권, 주권자로서의 민중의 주체성을 긍정하는 태도이다. 그것을 김명식은 ‘자기 살림’으로 규정하는 있는 바, 그가 말하는 ‘자기 살림’이란 생명주의로 귀결된다.”

‘4·3진상규명문학총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한울산 사람들》10권. 사진 김경아 기자
‘4·3진상규명문학총서’ 다사함 김명식 시인의 시집《한울산 사람들》10권. 사진 김경아 기자

10권으로 발간된 김명식 시인의 시집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시 김동현 문학평론가에게서 들어본다.

“강요된 화해와 상생이 아닌, 스스로를 살리는 살림의 혁명으로서 제주 4·3을 말하는 그의 일관된 입장은 오늘 우리에게 또 다른 제주 4·3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의 시편들을 읽어가면서 우리는 오늘의 평안과 안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우리의 평온은 망각의 증거다. 우리는 어제는 잊고 오늘의 함정에서 부패한다. 도처에 악취지만 아무도 냄새를 맡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도 오늘을 질문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명식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시는 진작에 던져야 했을, 하지만 아무도 던지지 않는 질문의 언어들이다. 명사가 아닌,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동사로서의 제주 4·3. 그 찬란한 혁명을 상상하게 하는 차가운 죽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