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적로'. 이미지 국립부산국악원
음악극 '적로'. 이미지 국립부산국악원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이정엽)은 악·가·무 종합 고품격 국악공연 <토요신명 2024>를 2월부터 선보인다. 그 첫 무대로 초청 기획공연인 음악극 <적로-이슬의 노래>를 2월 3일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총 2회 예지당 무대에 올린다.

음악극 <적로>는 대일항쟁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80~1947)와 김계선(1891~1943) 두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우리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대중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두 음악가의 예술혼을 통해 필멸하는 시간 앞에 불멸을 꿈꾸었던 예술가의 삶을 그려낸다. 특히 이왕직아악부(국립국악원의 전신)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알려진 김계선을 국립부산국악원에서 만나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음악극 '적로' (부제: 이슬의 노래)가 2024년 1월 국립국악원 공연에 이어  2월 국립부산국악원 토요신명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미지 국립부산국악원
음악극 '적로' (부제: 이슬의 노래)가 2024년 1월 국립국악원 공연에 이어 2월 국립부산국악원 토요신명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미지 국립부산국악원

박종기는 민속악 대금산조의 명인으로 판소리 음악에 조예가 깊어 산조에 판소리 기법을 많이 활용하여 대금산조의 체계를 세운 명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라남도 진도가 고향으로, 진도아리랑의 선율을 정리하고 연주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계선은 이왕직아악부(국립국악원의 전신) 소속 단원으로 정악 대금 명인이었다. 그는 국악기는 물론 서양악기까지 능히 연주하는 기교를 지녀 그의 젓대 소리에 심금을 울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김계선 전에 김계선 없고, 김계선 후에 김계선 없다”는 말이 전해 내려올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했다.

음악극 <적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배삼식의 대본이 아름답고 힘 있는 전통음악과 최우정 작곡의 노래로 다시 태어나 매력적인 혼종성을 드러내 전통예술계에서 음악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현대무용 안무가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출가 정영두의 뛰어나고 섬세한 연출에 의해서 완성되었다.

토요신명 기획공연 '적로' 포스터. 이미지 국립부산국악원
토요신명 기획공연 '적로' 포스터. 이미지 국립부산국악원

이번 부산 공연에는 <적로> 서울 공연에서 열연한 배우들이 다시 참여하여, 더욱 깊어진 연기와 음악을 선보인다. 대금산조 창시자인 명인 ‘박종기’역은 재치 있는 입담과 연기력을 갖춘 이상화가 맡아 열연한다. 이왕직아악부 간판 스타이자 박종기의 지기지우(知己之友)인 김계선 역은 국립부산국악원의 간판 소리꾼인 정윤형이, 신비롭고 베일에 싸인 기생 ‘산월’역에는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정가를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있는 국악인 하윤주가 맡았다. 또한 이승훈, 한림, 박명규, 김준수, 여상근, 황경은 등 초연부터 뛰어난 연주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특히 대금 연주자 박명규는 조부 박병천, 부친 박환영의 뒤를 이어 <적로>의 주인공인 박종기 집안의 음악 계보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