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예술인의 삶과 예술이 담겨있는 《국립국악원 구술총서》 제25집과 북한의 민족음악과 예술 문화를 국내에 알리고 연구에 활용하기 위한 《한민족음악총서》 제16집을 발간했다.

국립국악원은 2009년부터 원로 예술인의 지나온 삶과 예술세계를 기록화하는 구술채록집을 발간한다. 《국립국악원 구술총서》 발간을 통해 구술자들의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는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국립국악원 구술총서 제25집 표지. 이미지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구술총서 제25집 표지. 이미지 국립국악원

이번에 출간한 제25집에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경제 어산’ 보유자 동주 원명의 구술을 담았다. ‘어산’은 불교 의식을 구성하는 소리를 뜻하며 흔히 범패라고도 하고 범음이라고도 한다. 어산을 범패라 칭하는 이유는 불교 음악이 인도에서 발생했기 때문인데, 이는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ㆍ찬양하는 것을 노래로 부른 것에서 유래되었다. 어산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때이다. 위무제(조조)의 넷째 아들이며 문제의 동생인 진사왕 조식(192~232)이 처음으로 범패를 지었다고 전한다. 조식이 어느 날 산동지방의 어산(魚山)을 거닐다가 공중에서 범천이 찬탄하는 소식을 듣고 이것을 모방하여 후세에 전했다고 한다.  범패가 최초로 만들어진 곳이 어산이기 때문에 이후 불교음악을 총칭할 때 어산을 범패와 동일한 뜻으로 쓴 것이라 한다.  ‘어산’을 크게 서울을 중심으로 전해지는 경산제(경제)와, 팔공산을 중심으로 전해 온 영남제(팔공산제), 전주를 중심으로 전해온 호남제로 분류한다. '경제 어산’은 현재 서울 홍원사의 동주 원명을 중심으로 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불교의 재의식 중 영산재, 수륙재, 예수재 삼대 재의식을 총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범패승을 일러 어장이라고 한다. 어산 어장 동주 원명은 1964년부터 장벽응 스님과 박송암 스님으로부터 범패의식 작법 전 과정을 사사하며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범패를 갈고닦아 온 명인이다. 그의 이야기는 한국 범패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고 예술인의 역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국악원 한민족음악총서 제16집 표지. 이미지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한민족음악총서 제16집 표지. 이미지 국립국악원

한편, 이번에 출간한 《한민족음악총서》 제16집은 ‘1955년 평양굿’이라는 주제로 1955년 평양 현지에서 채록한 평양굿 음원 2종과 사진 162장을 분석한 연구서이다.

‘평양굿’ 자료는 북한 고고학 및 민속학연구소 민속학연구실에서 1955년 12월 초 김일출, 전장석, 신영돈의 지도하에 최명옥, 백봉춘, 김원실, 리정필 네 명의 평양 무당이 연행한 ‘잔상굿’과 ‘다리굿’을 조사한 것이다. 현장에서 채록한 음원과 사진, 사진 정보 등은 1957년에 민속학연구소 편찬실에서 정리하여 보관하였다. 이 자료를 국립국악원이 관련 단체와 협력하여 2020년에 확보하였다.

2022년 학술적 활용을 위한 음원과 사진 감상회 및 2023년 학술회의를 진행한 이후 《한민족음악총서》 발간을 위해 논고와 음원을 채보한 악보, 무가 사설에 대한 해설 등을 추가하여 지난 2023년에 공개하였다. 이처럼 북한 현지에서 녹음한 굿 음원과 사진이 국내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지금은 사라진 북한 무속의 실체를 파악하고 남한 일부 지역에 전승되는 북한 굿과의 비교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한민족음악총서》 에는 홍태한 전북대 교수의 “평양 다리굿의 흐름과 가치”, 최진아 한양대 교수의 “1950년대 북한지역 무속 의례의 물질문화 읽기”, 김인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1955년 평양굿의 음악”, 양종승 샤머니즘 박물관 관장의 “무가사설 연구” 총 4명의 연구 논문과 악보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총서의 원천 자료인 평양굿 음원과 사진은 국립국악원 특수자료실에 보관되어 있으며, 열람을 원할 경우 공간이음(02-580-3235)으로 사전 신청 후 이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