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지지하는 과학 이론을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될수록 지구는 더 푸르러질 것이라 주장한다. 이 주장은 사실이다.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가 된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라는 구호가 정말로 기후변화 시대에 나타난 한 줄기 희망일까? 식물은 더 푸르러지고 세상은 제2의 에덴동산으로 바뀌는 미래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답은 명백하다. “아니오.”

루이스 지스카의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김보은 옮김, 한문화, 2023, 원제 Greenhouse Planet: How Rising CO2 Changes Plants and Life as We Know It(2022))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라는 주장을 더욱 깊이 파헤쳐 정치, 산업계가 왜곡한 식물생태계의 진실을 밝힌다.

루이스 지스카 지음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 표지. 이미지 한문화
루이스 지스카 지음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 표지. 이미지 한문화

저자는 먼저 “식물이 곧 식량이다”는 점을 일깨운다. 식물이 없으면 동물도 존재할 수 없다. 이는 시리아를 보면 확연해진다. 중동 국가인 시리아는 유구한 지역문화 및 부족 문화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뭄으로 식물이 자라지 않아 시리아 동부에 살던 농부 150만 명은 알레포와 다마스쿠스 등의 도시로 이주했다. 식물과 물이 귀해졌고 도시 간 충돌이 잦아졌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들은 농부들이 처한 역경을 무시했으며,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내전이 일어났다. 정치적인 실패, 외국인 혐오 증가, 유럽과 세계를 사로잡은 사회적 불안 등을 우려한 시리아인 절반(500만 명가량)이 나라를 등지고 떠났다. 이 모든 일은 밀이 충분하지 않아서 일어났다. 식량이 부족해진 것이다. 식물과 인간의 관계는 소원해질 틈 없이 이어진다. 2018년 기준 난민 6,850만 명 대부분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식물 공급이 부족해서 세계 곳곳의 타지를 떠돌고 있다. 이처럼 식물은 삶에 아주 중요하다.

이어 저자는 ‘식물의 과학적 탐구’로 이산화탄소 증가가 이로운 이유를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시한다. “이산화탄소 증가는 수확량이 확보된 작물 품종을 고를 수 있게 도와주고, 마리화나 수확량을 늘린다. 식물에 들어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 화합물의 농도를 높일 가능성도 크다. 식물계는 광대하고 복잡하며, 이산화탄소의 역할은 여전히 연구 중임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사례를 가져올 정도로 확대될 것이다.”

이렇게 이산화탄소의 ‘좋은 점’은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결과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른 식물의 관점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검토한다. 그 결과 마냥 ‘좋을 수 없다’고 한다. 이산화탄소가 식물 성장을 촉진한다면 잡초도 그만큼 잘 자라게 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계속 늘어나면 최후 승자는 잡초가 될 것이다.

또한 모든 식물이 이산화탄소 증가에 똑같이 반응하지 않으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가 작물부터 잡초, 나무, 덩굴까지 식물 군락의 총체적 변화를 일으킨다.

저자는 “더 많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식물을 더 자라게 할 수 있지만, 모든 식물이 균일하게 자라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반응의 차이는 종 다양성, 식물 간의 경쟁, 식물화학, 그리고 결국에는 진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식물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해당하는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루이스 지스카 지음 "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 표지. 이미지 한문화
루이스 지스카 지음 "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 표지. 이미지 한문화

 

저자는 이렇게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를 주장하는 이들이 왜곡하고 외면하는 진실을 밝힌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검열, 과학을 부정하는 조치를 폭로한다.” 이러한 행위는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저자는 이렇게 경고한다.

“팬데믹, 기후, 식량, 식수, 생물다양성 등의 문제는 그 규모가 매우 거대하다.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 정치적 편의를 위해 이런 문제들을 무시한다면 고통은 계속 커질 것이고, 불필요한 죽음이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팬데믹이 남긴 희망이 있다면, 개인과 정책 입안자들이 행하던 정치적 부정행위가 과학적 무지와 손잡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명백히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를 예방하고자 노력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 연구에 남긴 피비린내 나는 상처는 깊고 또 많다. “과학은 진실을 추구하는 수단이기에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다. 과학을 두려워하는 정부는 독재정권뿐이다.”

“과학자들은 종종 데이터에 기반한 증거가 정치적 지평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분명히 전달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은 학문의 자유를 허용하는 정치체계 안에서만 실행하고 추구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듯,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과학이라는 렌즈를 무시하면 결과는 무지로 이어지며, 이는 또다시 수많은 사람의 불필요한 죽음을 몰고 온다.”

《정치는 어떻게 과학의 팔을 비트는가》는 우리가 과소평가해 왔거나 잘 몰랐던 식물의 가치를 일깨워 주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가 식물생태계에 미치는 좋은 영향과 악영향을 다루며, 그리고 이 악영향을 왜곡하는 정치와 산업계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영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투표를 하라. 그 무엇도 아닌 과학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