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우주로봇레이'. 사진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연극 '우주로봇레이'. 사진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는 〈우주로봇레이〉(작ㆍ연출 남기헌)를 오는 10월 6 ~ 1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연극분야에 선정된 연극 <우주로봇레이>는 먼 미래의 불사 로봇 ‘레이’가 ‘남주’와 ‘윤하’ 등등을 만나며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연출을 통해 유쾌하게 그린다.

한 무리의 존재들이 나와 극장을 우주로 만든다. 회사의 로봇 레이에 대한 광고가 한가득 진행되고, 남주의 곁으로 레이가 도착한다. 그런데 레이는 작동이 시작되자마자 자신을 인간이라고 소개하며 다짜고짜 남주의 심장소리를 듣겠다며 달려든다. 남주는 밀쳐내고 레이는 고장난 것처럼 보인다. 남주는 당황하여 그런 레이를 회사에 교체해달라고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래도 이제는 남주의 생명정보데이터 수집도 완료하고, 남주 대신 출근하겠다는 레이. 남주와 레이의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던 중 레이 개발자 남 박사의 안락사 직전 남 박사는 모든 레이에게 숨겨져 있던 코드를 발동한다. 이로 인해 모든 레이는 특이점이 생기고, 남주의 레이도 고통스러워한다. 회사에서는 모든 레이를 회수하려고 하고 이를 막는 남주와 회사원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연극 '우주로봇레이'. 사진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연극 '우주로봇레이'. 사진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작품은 먼 미래의 로봇과 인간을 이야기하면서, 동시대 인간성에 주목한다. 한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우주 공간까지 장대하게 펼쳐지는 서사 속에서, 끊임없이 치열하게 인간을 고민하며, 연극을 고민하며, 우주를 고민한다. 그러나 관객에게 고민거리를 던지진 않는다. 작품 속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잠시나마 따듯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주로봇레이>는 확실하게 장르를 넘나든다. SF를 표방했지만,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작가의 초고는 완전히 어른들을 위한 연극이었으나, 탈고할 때는 90분의 연극을 감당할 수 있는 나이라면 누구든지 볼 수 있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작가의 예측할 수 없는 빠른 전개와 다소 자유로운 연출은, 관객들과 배우들이 신선한 자극을 주고받기를 강렬히 원한다. 각종 영상매체에 익숙해진 동시대 사람들의 호흡에도 연극이 발맞출 수 있음을 <우주로봇레이>는 보여주려 한다.

연극 '우주로봇레이'. 사진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연극 '우주로봇레이'. 사진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연극 <우주로봇레이>는 2017년 워크숍으로 세상에 나온 창작극이다. 인형극으로 시작한 <레이>가 5년동안 다양한 시도와 활동을 거쳐왔다. 무대 위, 연극적으로 우주공간을 구현해 보고 7명의 배우가 로봇 '레이'라는 '하나의 존재'를 함께 연기하는 다인 일역의 흥미로운 연극으로 탄생했다. 낭독 쇼케이스를 2021년 11월, 연습실에서 진행했다. 그 이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선정, 공연을 선보이게 된 2023년, 작가는 <우주로봇레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다듬었다고 한다. 극중 416년의 흐름 속을 유영하는 로봇 '레이'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인간에 대한 질문을 함께 나눠보려 한다.

연극 '우주로봇레이'. 사진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연극 '우주로봇레이'. 사진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처음에는 우주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어느새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이제보니 사랑을 이야기한 것 같다.
자유롭게 중력과 무중력의 세계를 오가며
실존과 본질을 탐구하고 싶었지만,
인간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마주하고
간신히 사랑을 붙잡고 울었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강렬하게 나를 끌어당긴다.
    안녕. "(남기헌 연출)

연극 '우주로봇레이' 포스터. 이미지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연극 '우주로봇레이' 포스터. 이미지 극단 마밀라삐나따빠이

연극 <우주로봇레이>에는 최연오, 홍철희, 정해린, 김태양, 김재환, 양지운, 윤새얀 이 배우로 출연한다. 한 배우당 최소 2개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며, 이들의 작품 안에서의 연극적 변신은 <우주로봇레이>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특히 최연오 배우는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중으로 오랜만에 연극에 복귀했다. 연극배우로 시작했던 그가 이번 복귀작에서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철희 배우 역시 다양한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배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