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1번지를 새롭게 이끌어 가는 8기 동인의 첫 기획 페스티벌 〈좋은 미래 대축제〉가 9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열린다.

1993년부터 우리 사회와 연극계에 질문을 던져 온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의 기획 페스티벌이 올해로 30회를 맞이했다. 이번 2023 혜화동1번지 동인페스티벌 〈좋은 미래 대축제〉는 연출, 작가, 기획자 6인으로 구성된 ‘8기 동인’이 만드는 첫 축제이다. 8기동인은 박세련(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박주영(기지), 원지영(원의 안과 밖), 이성직, 조예은(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허선혜(창작살롱나비꼬리) 6인의 창작자로 구성되었다.

좋은 미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할수록 우리가 만나고 싶은 좋은 미래와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믿으며 고립, 반려동물, 월경, 생태시민권, 미래의 극장 등 다채로운 관심사를 다룬 6편의 창작극을 통해 미래를 마음껏 상상하고, 함께 이야기 나눈다.

2023 혜화동1번지 동인페스티벌 '좋은 미래 대축제' 포스터. 이미지 혜화동1번지8기동인
2023 혜화동1번지 동인페스티벌 '좋은 미래 대축제' 포스터. 이미지 혜화동1번지8기동인

축제는 8기 동인이 격주에 한 편씩 창작극을 공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좋은 미래’라는 공통 주제를 바탕으로 고립, 반려동물, 연대, 생태시민권, 미래의 극장 등 다채로운 관심사를 다룰 예정이다.

〈좋은 미래 대축제〉의 첫 시작을 알리는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의 연극 <지구에 감자가 이따>는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공연한다. 과거부터 지구에 축적된 수많은 현상은 돌고 돌아 다양한 종이 살아가는 현재의 지구가 된다. 이 지구 위에 강아지 감자와 이따, 인간 대진과 세련과 진경과 지우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로는 때로 노력하거나 포기하거나 실수하거나 착각해가며.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는 ‘모든 일은 여기에서 일어난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거기에서도 일어난다.’ 라는 모토를 가지고 극장 안과 밖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는 창작집단 ‘원의 안과 밖’이 연극 <정전의 밤>을 공연한다. 땅 아래로 걸어 내려온 동행자들은 모두 '눈구멍'이 뚫린 하얀 보자기를 뒤집어쓴다. 그림자를 찾아가는 정전의 밤. 어느 때엔 목소리가 우리들을 감싸고.

창작집단 ‘원의 안과 밖’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안과 밖, 그리고 극장과 공연예술 영토 바깥의 먼 곳을 오고 가며 공연을 만든다. 그렇게 동그라미처럼 비우고 구르고 움직이듯 관객을 만나고 싶다. ‘원의 안과 밖’은 지속적인 연극 프로젝트의 이름이자 작업을 관통하는 테마이다.

10월 19일 ~29일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가 공연하는 <메리, 크리스, 마쓰>는 우주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우주비행사 메리와 크리스의 이야기를 다룬 인형극이다. 어둡고 외로운 시기를 묵묵히 견뎌본 이들의 마음에 다가가, 일상과 사람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퍼펫, 미니어처세트, 오버헤드프로젝터, 라이브 연주를 활용해 극을 풀어내며 어린이와 어른을 함께 어우른다. 2022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초청작.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는 트렁크 가방에 담길 수 있는 콤팩트한 무대를 지향하며 언제,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는 기동성 있는, 지속가능한 연극에 도전한다. 연극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구하며, 연극이 지니는 대체될 수 없는 고유성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의 의미를 찾아 나간다.

창작살롱나비꼬리는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연극 <덜메이드>를 공연한다. 극장에서 렉처 퍼포먼스 <진짜 이야기 짓기란 무엇인가>를 진행하기로 했던 극작가 하혜선이 사라졌다. 웰메이드 드라마에 대해 말하기로 했는데. 남은 것은 극장 주변에 흩어진 말과 장면 조각들 뿐. 관객들은 극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 조각들을 따라 극장 주변을 맴돈다.

창작살롱나비꼬리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예술가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창작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무형의 살롱 역할을 한다. ‘타자’들과의 만남에 관심이 있고 이를 드러내고 말하는 작업을 한다.

창작집단 기지는 11월 22일 ~26일 연극 <감나무 멸망전>을 공연한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세 명이 뒷산 감나무 아래에 모인다. 궁극의 감을 따기 위한 3인의 멸망전. 궁극의 감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은 왜 감을 따려 하는가?

창작집단 기지는 안전한 예술적 기지. 서사가 되지 못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허구의 세계에서 당신을 만나기를 기다린다.

감자피아는11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연극 <펄프픽션>을 공연한다. 집 앞 가로수가 무차별적으로 가지치기 당했다. 그 풍경이 내게 추동시킨 감정/조사 행위/상상을 저주의 이야기로 엮어 나무-펄프로 만든 종이책에 담는다. 관객은 홀로 극장에서 그 책을 읽고, 이 공연의 배우는 나무이다.

감자피아는 일상에서의 행동을 작업으로 연결한다. 직접 만질 수 있거나, 맛볼 수 있는 걸 신뢰한다. 공연 비슷한 걸 만들려 노력한다.

<좋은 미래 대축제> 9월 25일부터 12월 9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88-1번지)에서 공연되며, 축제가 마무리되는 12월 10일에는 페막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