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 여의도에 전국 교사 30만 명이 운집한 교권수호 집회 현장.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9월 2일 여의도에 전국 교사 30만 명이 운집한 교권수호 집회 현장. 사진 강나리 기자.

대한민국에서 지난 7월과 8월, 그리고 교사들이 명명한 ‘공교육 멈춤의 날(9월 4일)’까지 학교 현장에서 차츰 스러져 가던 교사들의 목소리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우리 사회를 울렸다.

교육부는 8월 23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서둘러 내놓았다. 그리고 9월 15일에는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올해 2학기 내에 희망하는 모든 교원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심리지원을 받도록 방안을 발표했다.

교권 수호 집회 기간, 그리고 교육부 종합방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대전과 군산, 서울의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전 초등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넣은 갑질 학부모 영업장에 대한 대중의 사적인 응징이 언론에 조명되었다.

그러나 홍익교원연합 김진희 수석부회장은 “교사 누구도 이런 현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대안을 제시할 때가 아니다. 교사의 목소리를 더 듣고 공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할 때”라고 했다.

집회 기간 만난 교사들도 한 목소리로 “성급한 대책으로 무너져가는 공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정부도 언론도 우리 말을 안 듣는다. 제발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해달라”고 했다.

K스피릿은 꾸준히 교사들의 진정한 요구와 그들이 겪는 어려움, 이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9월 2일 여의도 교권수호 집회 참석을 위해 현장 인근 카페에 앉은 한 교사의 티셔츠에 그의 요구가  적혀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9월 2일 여의도 교권수호 집회 참석을 위해 현장 인근 카페에 앉은 한 교사의 티셔츠에 그의 요구가  적혀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지금 교권수호 집회가 멈춘 지 2주가 지났다. 이제 급한 불이 수습되었다고 관심을 끄기보다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그들이 자신의 인권보다 더 걱정한 공교육 붕괴의 위기는 넘어갈 수 있는지 점검할 때가 아닐까?

이번 1편에서는 교사의 목소리를 듣는 인터뷰에 앞서 현 사태의 원인에 관한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조명해본다.

최근 우연히 교사 출신 카페 사장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전망이 좋은 곳에 올해 개장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인데 종종 카페 내 소음 때문에 난감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녀도 어머니들이 말리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하는 데만 집중한다. 직접 주의를 주었다가는 ‘아이 기죽게 왜 뭐라 하느냐?’고 곧바로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에 지켜봐야만 한다.”

그는 덧붙여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건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도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로 자라는 게 문제이다. 지금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현재 교직에 있는 친구들이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에서도 수업 시간 45분~50분 중 아이들을 책상에 앉게 하는 데만 10분 넘게 걸린다고 푸념한다. 전혀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려 하지 않는 아이가 늘고 있어 힘들어한다”라며 연관성을 지적했다.

매장 내 소란을 이유로 아이들 입장을 거절하는 ‘노키즈 존’ 확대 현상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교육 현장과도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개인적인 경험일 뿐인가?

지난 7월과 8월 교권수호 집회에서 만난 10년 차 넘는 교사들은 교직 초창기에 비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뿐 아니라 분노조절 장애, 충동장애, 반항장애 아동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했다.

“반에 정신과 치료 및 상담을 받은 아이만 2명 이상”이라는 교사는 “치료받지 않는 아이까지 하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 교사는 “반에 1~2명이면 그나마 낫다. 3명 이상이면 반이 아수라장이 되고 교사는 ‘멘붕(멘탈 붕괴)’상태가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9월 2일 여의도에서 전국 교사 30만 명이 참여한 집회에서 발언대에 나선 초등학교 상담 교사는 “학생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건강을 회복하고 교실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판단으로 아이의 정신과 치료를 학부모에게 권했다. 그 학부모로부터 ‘멀쩡한 우리 아이를 왜 정신병으로 몰아가냐? 네가 병원에서 뒷돈을 받는 게 아니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부르고, 정신과 치료를 숨겨야 할 질병이 아니라고 표면적으로 표현하지만, 아직도 정신과 질환에 관대하지 못한 사회에서 학부모는 명백한 증상을 보고도 청소년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외면하려 하기 때문이다.

왜 교사들은 아이들이 점점 더 교육하기 힘들다고 하는지 정확한 사회현상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히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된 외동 자녀 과잉보호, 일명 ‘헬리콥터 맘’이나 맞벌이 부모, 한부모 증가로 인한 양육 및 보육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로 2~3년간 교실에서 대면 교육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주로 온라인 수업을 한 아이들 중 많은 수가 학교 교실에서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뇌 발달이 한창인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단적인 예로 언어발달이 활발한 취학 전 아동들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상대방의 입 모양과 표정을 볼 수 없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감정대로 해석하는 일이 많아졌다고도 한다.

일부에서는 코로나 우울, 코로나 분노가 사회 전반에 확산한 상황에서 가정폭력과 이혼이 증가하는 등 부모가 정신적 건강에 문제를 겪는 동안 아이들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맞벌이 부모와 한부모의 증가,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부모의 부담을 덜겠다고 정부가 영유아 무상보육을 확대한 정책 초기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아동‧청소년 상담 분야에서 10여 년간 전문가로 종사했고,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인 정명희 씨는 “당시 가정에서 직접 양육할 때 지원받는 금액에 비해 어린이집에 맡겼을 때 지원이 3배 가까이 컸다. 직접 양육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맡겼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 확보가 미처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린아이들이 몰리다 보니 제때 기저귀를 갈아주는 기초적인 돌봄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도 부모들이 영유아시기 기초적인 생존욕구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경험을 한 아이들이 학교에 갈 나이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 예견했다”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모, 한부모, 외자녀 증가 현상은 시대적 흐름이기에 되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과연 어떤 원인이 현 사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지 다각도로 심층적인 사회분석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