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등학교 교사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현재 무너져가는 공교육 현장과 교권을 정상화하고자 전국의 교사들이 모인 지난 7월 29일 집회에서 묵념하는 교사들. 사진 강나리 기자.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현재 무너져가는 공교육 현장과 교권을 정상화하고자 전국의 교사들이 모인 지난 7월 29일 집회에서 묵념하는 교사들. 사진 강나리 기자.

“저도 재작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어요. 지금 육아휴직 중인데 후배 교사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 나왔어요. 그동안 조용히 견디며 넘어간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교사경력 17년차 40대 초등교사는 지난 7월 29일 공교육 정상화 집회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주위 선생님도 너무나 불합리한 민원에 시달리다가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다 보니 ‘어쩌겠어. 관둬야지’ 이렇게 흘러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며 “서이초 교사처럼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어도 학교마다 있는 사건이라 모두가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이 어떤 계기가 된 것뿐이다. 평소 조심스러워하고 내성적인 성향이지만 나설 수밖에 없었고, 많은 선생님이 나온 것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교사경력 10년 차 초등교사도 “지난 10년간 정년퇴직한 선생님을 단 한 분밖에 보지 못했고 올해만 해도 담임 교체가 4번 있었다”라고 했다. 교사들은 자조적으로 그런 학부모를 ‘명퇴(명예퇴직) 도우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하지만 지금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은 교사와 학부모와의 불신과 대립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력히 피력했다.

“교권침해를 논하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 다른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하고 그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수업을 할 수 없도록 돌발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제재할지 교사에게 어떤 권한조차 다 제거된 상황이다.

담임을 맡은 반에 너무나 평범하고 예쁜 아이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힘들어 보이면 쉬는 시간에 와서 내 허리를 안고 ‘괜찮으세요’라고 하고, 그런 아이들 뒤에 묵묵히 지지해 주시는 어머님들이 많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려워도 유지되는 것인데 그런 아이들을 교사가 제대로 지켜줄 수 없을 때 무력감을 느낀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 공간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보호되어야 한다

최근 그도 한 학부모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용기를 낼 수 있던 건 반 아이들이 활동지 뒷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서 ‘선생님 사랑해요’ ‘정말 좋아요’라고 써서 준 것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휴대전화에 한 장 한 장 저장한 아이들의 작품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귀여운 아이들을 폭력 앞에 방치해야 하는가?”라고 묻고 “지금 우리가 나선 것은 교사들을 보호해달라고 나온 게 아니다. 학교 공간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다 보호되어야 한다. 위기를 느끼는 것은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17년 차 교사는 “교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건 대다수 학부모님 탓이 아니다. 좋은 부모님들은 묵묵히 지지하고 학부모 활동을 안 하는데, 1~2명 학부모가 활동하면서 교사를 엄청나게 괴롭힌다. 그런데 1~2명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제도가 있으니 그분들은 무기처럼 휘감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한, “아동학대처벌법의 범주가 너무나 넓어 지금은 아이가 기분만 나빠져도 정서적 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 그러면 교사는 즉시 직무배제, 담임 교체가 진행된다. 초등교사는 어떤 학년이든 학기 초 3월과 4월 두 달간 아이들과 신뢰를 쌓고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만드는 작업을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데 1~2명 학부모가 기분 상하면 즉시 교체가 일어나니 대다수 아이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폐해를 지적했다.

전국 교사들이 주최한 집회에서 교사들은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전국 교사들이 주최한 집회에서 교사들은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그는 “씁쓸한 것은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3~4번 일기를 쓰게 하고 직접 견해를 달아 소통하는 걸 보고 주변에서 모두가 ‘그런 거 하지 마라. 의도치 않게 어떤 글을 썼다가 사진 찍혀서 고소당한다’라고 만류했다. 실제 일기 쓰기가 아이들의 사생활 침해라고 한 아동학대 사례도 있다”라며 “아이들끼리 싸웠을 때 옛날에는 중재를 했지만, 지금은 그냥 ‘들어가. 그러지 마’라고 지나가듯 말해야 한다. 교사 개입으로 인해 학부모 마음을 다치게 되면 고소가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10년 차 교사는 “생활기록부에도 교육부 지침에 따라 조금이라도 기분 안 좋을 만한 어떠한 문장도 쓰지 않는다. 아이가 진정으로 고쳐야 할 게 있어도 기재하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라고 했다. 그는 “과정 중심 평가라는 게 시험이 발전의 과정이 되어야 하는데 아이의 긴 인생에서 한 번의 평가가 뭐라고 하나하나 문제 삼으니 요즘은 받아쓰기도 하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17년차 교사는 “교직 생활 초기에는 분노조절장애 등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가 한 학년에 1~2명이었는데 지금은 반마다 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걱정스러워했다.

10년 차 교사는 “예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고경력 교사들이 맡아 딱 생활 습관을 잡아준 상태로 3학년에 올라오니 좀 나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나이가 많아 우리 아이의 마음을 못 읽어준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바뀌었다. 아이가 학교에 적응할 만큼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생활 습관을 잡아주던 나이 드신 분들이 명예퇴직을 한다”라고 했다.

그는 “사실 학생이 나를 때렸다고 화가 나진 않는다. 마음이 아프고 또 배우는 과정에 있으니 ‘내가 잘 가르쳐야지’라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아동학대로 몰아가거나 민원을 받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권리를 주장하려면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하고 각자 지켜야 할 규범이 있는 것인데 그런 규칙이나 규범이 빠진 채 아이들의 인권만 지키라는 법 제도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17년 차 교사는 “우리 둘은 고교 동창인데 교사가 너무나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친구를 설득해서 교사가 되도록 했다. 지금은 미안할 지경”이라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