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복궁역 일원에서 열린 전국교사 공교육 정상화 집회에서 발언하는 교사.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29일 경복궁역 일원에서 열린 전국교사 공교육 정상화 집회에서 발언하는 교사. 사진 강나리 기자.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는 헬렌 켈러를 성장시킨 앤 설리반 선생님이 나올 수 없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으로 검찰에 넘어갔을 겁니다.”

지난 29일 폭염 속에서도 전국에서 온 교사들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2차 집회 발언대에서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교사들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사들은 공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손발을 묶는 아동학대처벌법 악용을 막기 위한 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교사들은 공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손발을 묶는 아동학대처벌법 악용을 막기 위한 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학대 사망 문제가 계속 제기되다가 일명 ‘칠곡 계모 학대 사건’이 계기가 되어 제정되었다. 2013년 8월 경북 칠곡군에서 계모가 8세 의붓딸을 살해하고 11살 언니에게 허위자백을 강요해 죄를 뒤집어씌우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후 2016년 친부와 계모에 의해 7세 아동이 사망한 원영이 사건, 계부와 친모에 의한 청주 아동 암매장 사건, 2020년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양부모에게 입양 271일 동안 지속적인 학대 끝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 등에 의해 강화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정 당시 교사는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신고를 해야 하는 신고 의무자로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2023년 1월 교원 대상 설문 조사에서 본인이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당했거나 동료 교사가 신고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47.5%였다. 또한, 교사 86%가 학생의 문제 행동 및 교권 침해에 대한 교실 질서유지 권한을 부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집회 발언대에 선 21년 차 초등 교사는 “지난해 반에서 친구를 때리는 학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공포심과 모욕감을 주었다고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다”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를 제지하려 팔을 잡으면 신체적 학대, 말리느라 호통을 치면 정서적 학대가 된다.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놓거나 수업 후 남겨서 훈계하는 것조차 아동학대로 판정받는 현실 때문에 매일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학대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1년간 홀로 싸워야 했던 경험을 전하며 “옳은 것을 가르치는 데 대단한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이 정상인가? 교사에게 마음 놓고 소신 있게 바른 것을 가르칠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했다.

아동학대처벌법 악용에 의한 교사의 무력감과 교권침해를 말하는 초등 교사. 사진 강나리 기자.
아동학대처벌법 악용에 의한 교사의 무력감과 교권침해를 말하는 초등 교사. 사진 강나리 기자.

한 특수교사는 “장애 학생이 수업을 듣기 싫다는 이유로 선생님을 마구잡이로 때렸지만, 선생님은 학생을 진정시키느라 끌어안고만 계셨다. 옆에서 학생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어 적극적으로 돕지도 못했다”라며 “범법자가 되는 것도 두렵고 막는 것도 두려워 맞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특수교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집회 현장에서 교사들은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사의 손발을 묶고 교사를 협박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사의 손발 묶고 교사 협박에 악용된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교직 30년 차 수석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가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교사를 신고하면 교사가 대응할 방법이 없고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는 걸 알고 있다”라며 “동료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를 때리려던 학생을 제지하다 그 학생에게 ‘선생님, 신고당해 봐야 정신 차리겠어요?’라고 위협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라고 말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상 교사는 단순 신고만으로도 소명의 기회나 진상 조사 없이 즉시 학생과의 분리를 이유로 직위 해제를 당하고 수사기관에 고발당한다. 학교 측에서는 담임 교체, 다른 교사가 수업 대체를 하게 되어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를 겪어야만 한다.

수석 교사는 “현재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발되면 교육청이나 학교장의 의견 청취 등 어떠한 중간 조치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사기관, 행정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정에서 서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법정에서는 사실 여부만 묻지 전후 사정을 듣지 않는다. 교사가 혼자 법정에 서는 경우도 많고, 변호사를 스스로 고용해 대동하기도 한다. 법률지원이 있다고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런데 모든 과정을 거쳐 해당 고발이 무고임이 확정되더라고 교사는 무고죄로 학부모를 고발할 수 없다.

17년차 초등 교사는 인터뷰에서 “학부모가 악의적인 무고를 해도 아이의 말을 믿었다고만 하면 교사가 항의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며 “교사는 무한책임을 지는데 학부모, 학생은 자신이 한 행동에 전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큰 모순이 아니냐”고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