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가 직면한 분노조절장애ㆍ 천박한 갑질 만연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 교권회복과 치유, 그 너머 우리가 도대체 어떤 교육과 양육을 하고 있는가 물어야

지난 8월 21일,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통해 일선교사 80여 명이 결성한 ‘현장교사 정책전담팀(T/F)’이 20일간 교사들의 설문 조사와 철저한 연구과제 분석을 거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냈다. 300여 페이지 보고서 속에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대응 ▶문제행동 학생 지도 방법 부재 ▶교사에게 쏠린 민원처리 시스템 ▶학교폭력 처리 대응 총 4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분석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정책을 제안했다.

지난 23일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교육부.
지난 23일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교육부.

22일에는 교사노동조합연맹,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5개 교원단체가 공동으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상적 교육활동 보호 ▶교육활동 침해학생 대처방안 및 지원제도 ▶학교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법제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교육지위법 개정 등 4개 항목의 국회 입법 요구안을 제출했다.

교육부도 지난 17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등 발표에 이어 23일 “학생, 교원, 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모두의 학교’를 만든다”는 취지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방안으로 현재 학교가 처한 교육 붕괴의 현실을 해결하기에 충분한가? 뜨거운 사회적 관심이 지난 후 사라질 공허한 선언이 되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그리고 이 사태를 지나며 우리가 왜 교육을 하는가 하는 교육의 본질과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되짚어야 하지 않을까?

김진희 수석교사(서울 온곡초, 교직 29년차)는 "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교사에게 가르칠 권위를 주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자고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고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김진희 수석교사(서울 온곡초, 교직 29년차)는 "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교사에게 가르칠 권위를 주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자고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고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인권이 무시되던 권위주의 시대에서 권리만 강조하는 탈권위 시대
 작용‧반작용으로 틀어진 교권과 학생인권 균형을 바로잡고 조화점을 찾을 때

교육부가 23일 학교 현장 교사의 목소리를 반영해 〈교권 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이 도심 집회가 계속되는데
- 우선 서이초 교사 사건의 명확한 진실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음은 아동학대처벌법 등 개정이 정말 이루어질 것인가 반신반의하는 것이죠. 지금은 사회적 관심이 뜨겁지만 지나고 나면 국회에 계류되었다가 폐기되는 수많은 법률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과 강제할 수 있는 명확한 방침이 필요합니다.

교육 현장의 현재 사태를 어떤 사회현상으로 볼 수 있을지
- 학부모가 교사를 불신하는 이면에는 과거 본인이 받았던 교육을 떠올릴 수도 있어요. 과거에는 학교 내에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있었고 저도 그런 교육을 받았죠.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를 거치며 인권이 말살되던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인권 의식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워낙 오랫동안 인권이 무시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반작용으로 인해 좀 더 멀리 나아간 상황인 셈이죠. 이제는 작용‧반작용으로 틀어진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을 바로잡고 권리와 책임에 대한 조화점을 찾을 때라고 봅니다.

이기적인 악성 민원, 학생의 교권 무시에 관해 무책임한 권리의식을 지적합니다
- 억눌렸던 권리의식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이기적인 민원도 늘었죠. 한 예로 많은 학교가 지어진 지 40~50년이 지나다 보니 교사校舍가 너무나 낡아서 신축해야 하는데 학부모는 “내 아이가 졸업한 후에 공사하라”고 합니다. 공공의 이익보다 나와 내 자녀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기준인 셈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분노조절장애와 천박한 갑질이 만연해졌다고 우려합니다. 현재 학교 현장의 문제가 그 일면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 자신의 권리침해 내지는 불행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해 폭발시키고, 자신보다 약자에게 갑질을 해도 된다는 선민의식 내지 콤플렉스에 대한 우려가 있죠. 또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자기의 성과물, 트로피처럼 여긴다는 염려도 있고요.

그래서 지금 이 사태는 학교 현장의 불합리한 법 적용과 무너진 교권 회복 이후 그 너머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도대체 어떤 교육과 양육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사회 전반의 담론이죠. 이 문제가 청소년 교육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의 성장과도 연관이 되니까요.

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교사에게 가르칠 권위 주고,
안전한 교육 환경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동반자로서 함께 목소리 내야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교육을 왜 하는가?” “교육은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라는 본질에 대한 논의라고 봅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는가 하는 문제죠.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배려와 존중을 배우고 때로 자제하는 법도 배워서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인격체로서 능력과 자질을 키워야 합니다. 지금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으로 학벌, 성적이 아니라 남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손꼽습니다. 과연 지금 그렇게 양육하고 있고 그런 교육을 하는지 돌아볼 때가 아닐까요?

그래서 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교사에게 가르칠 권위를 주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며 교사와 학부모가 동반자로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끝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먼저, 교사 입장에서는 교권침해 상황에 오랫동안 노출되었기 때문에 교사들의 자기 회복력, 마음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교사회복 지원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민원으로부터 보호시스템도 중요하죠.

또한, 교사가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사회적 성장을 이끄는 멘토, 스승으로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교육 현장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교사의 자발적인 운동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리거나 과보호 속에 통제되는 게 아니라 건강한 인성을 기르며 진정으로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학부모 운동도 중요합니다. 

(1편 교사들의 외침 “학교를 무법지대에서 교육 안전지대로!”에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