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원 지음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더블북, 2023, 276쪽)은 우리의 좁은 시야에 갇혀 있는 디자인의 해방을 촉구한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스마트폰? 전자제품? 디자인의 산업과 생산적 면이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디자인을 산업과 생산의 측면에만 국한하는 것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디자인이 획일적인 가치, 특히 기능주의만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지적 태만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니 디자인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디자인이 단순한 물리적 기능성만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삶을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지극한 감동을 가져다주는 분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더욱이 한류 열풍이 더는 놀랍지 않은 일이 되고 우리가 선진국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우리의 삶 속에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일상의 디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경원 지음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이미지 정유철 기자
최경원 지음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이미지 정유철 기자

저자는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은 “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디자이너들이 어떤 디자인을 창조하고 있는지 비평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아울러 그들의 디자인이 어떻게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어떻게 세계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문화적 시각에서 설명함으로써 현대 디자인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기능주의를 넘어 문화를 만”든 이탈리아 출신 알레산드로 멘디니(1931~2019), 고전주의 장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다자이너 마르셀 반더스(1963~), 건축의 새 역사를 열었던 프랭크 게리(1929~),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디자인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 디자인이 얼마나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독일의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932~2019), 예술가들이 좋아한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1938~2022)까지 20명의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소개한다. 세상은 왜 이들의 디자인에 환호하였까? 이들의 디자인은 일반적인 디자인과 어떻게 다를까?

“이 책에 소개한 스무 명의 디자이너들의 다자인은 대부분 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생산 활동을 넘어서는 가치로 승화되고 있다. 디자인은 상품으로만 국한될 수 없는, 예술적이고 인문학적인 가치가 풍족한 영역이다.
그것은 뛰어난 디자이너들의 뛰어난 디자인들이 결국 디자인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삶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도달할 질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자연을 지향하면서 살아야 할지, 시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심오한 철학적 태도로 살아야 할지, 이 책의 디자인들을 통해 말없는 배움의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최경원 지음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최경원 지음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디자인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 책에 소개한 거장들의 디자인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에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시각적으로 주는 충격과 감동이 적지 않다.

여기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 노력과 안목을 길러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공간,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우리가 입는 옷, 우리가 보는 그래픽 이미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별것 아닌 사소한 디자인에서도 한없이 심오한 가치가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지극히 아름다워질 수 있고, 지극히 사유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노력과 안목에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