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위의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 도쿄대학 교수가 《최적의 공부뇌 》(하현성 옮김, 포레스트북스, 2023)에서 뇌과학을 활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부법을 제시하였다. 

공부한 ‘시간’이나 공부의 ‘양’ 역시 성적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공부했는가 하는 공부의 ‘질’이다. 지금까지 뇌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은 채로 공부했다면 그건 나쁜 방식이다. 응용하여 적은 시간, 적은 양으로 최고의 효과를 끌어내고자 한다면 ‘뇌의 특성’을 제대로 응용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최적의 공부 뇌’이다. 

'최적의 공부 뇌'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최적의 공부 뇌'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보자. 복습을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3가지 법칙이 있다. 

 ‘복습의 법칙1 한 달 안에 복습하라’.  잠재적 기억의 보존 기간은 한 달이니 그 안에 복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이내에 몇 번씩 복습하면 해마는 ‘겨우 한달 사이에 이렇게 또 들어오다니, 이 정보는 분명 중요한 정보임이 틀림없어!하고 착각한다. 한달 안에 어떻게 복습하면 좋은지, 저자는 해마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렇게 제안한다.

복습 1회차 : 학습한 다음날, 복습 2회차 :복습 1회차 1주일 뒤, 복습 3회차 :복습 2회차 2주일 뒤, 복습 4회차 :복습 3회차 1개월 뒤. 이렇게 4회만 하면 된다.

복습의 법칙2 기억 간섭을 피하라. 기억 간섭은 새로운 기억과 옛 기억이 서로 영향을 미쳐 서로 배제하기도 하고 서로 결합하여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준비가 안 된 채로 많은 지식을 암기하려 하면 이전의 기억이 지워지거나 기억들이 혼란을 일으켜 아리송한 상태가 되고,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기억 간섭을 피하려면 반드시 복습은 같은 내용의 학습을 반복해야 한다. 이것저것 여러 참고서를 보지말아야 한다. 저자는 학창시절 여러 참고서가 아닌 한 권의 참고서만 최소한 4, 5번씩 학습했다고 한다.

복습의 법칙3 입력보다 출력이 중요하다. 뇌는 입력보다 출력을 중요시한다. 복습 횟수를 늘려 해마를 속였다면 이제는 ‘이 정보는 이렇게나 사용할 기회가 많구나. 그럼 꼭 외워야 하겠다’라고 판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입식 공부보다 지식을 활용하는 공부법이 더 효율적이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계속 복습하는 것보다는 문제집을 계속 풀면서 복습하는 것이 효과적인 공부법이다.

'최적의 공부뇌'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최적의 공부뇌'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그런데 이 반복(복습)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저자는 장기증강이 생기면 뇌는 공부에 최적화된다고 지적한다. 해마에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면 신경세포 사이의 결합이 강해, 장기적으로 신경세포가 활용화된다. 이것이 장기증강인데 뇌 기억의 근원이 된다. 이 장기증강을 만드는 방법을 저자는 세 가지 제시한다.

장기증강 만들기1 세타파가 나오게 하라. 장기증강 만들기2 편도체를 활성화하라. 장기증강 만들기3 야생의 사자처럼 공부하라. 

사자가 사냥할 때는 배가 고플 때이다. 이처럼 우리도 배고플 때 공부하면 효과적이다. 배가 고플 때 기억력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둘째, 걸으면서 공부하라. 걷는 행위는 기억력 증강의 스위치와도 같다. 걷는 순간 해마에서 자동으로 세타파가 나온다. 셋째, 시원하게 공부하라. 여름에는 시원한 방에서, 겨울에는 그다지 난방을 하지 않는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뇌 온도와 방 안 온도 사이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없으면 머리는 제대로 일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뇌는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복습을 한다. 뭐! 그런 게 있다고? 그렇다. 수면이 그 기능을 한다. 최신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지식을 몸에 익히면 그날은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 뇌는 수면 중에도 정보를 여러 가지 형태로 조합하며 올바른 순서인지 확인하는 등 과거의 기억을 정리한다. 잠을 자지 않으면 해마에게 정보를 정리하여 선택할 시간을 주지 않은 셈이다. 그러면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폐기되고 만다. 학습의 기본은 외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외우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확실하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은 미련 없이 자야 한다.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원한다면 수면을 꼭 취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가능하면 낮에 공부한 뒤 30분 정도 낮잠을 자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낮잠이 어렵다면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해마의 정보 재생이 시작되어 수면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학생들에게 명상을 권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뇌의 본질을 고려할 때 학습에서도 실패해야 성공할 수 있다니 재미있다. 문제를 잘못 풀거나 섣불리 판단해 실수를 저지르고, 시험에서 나쁜 점수를 받는 실패. 우리가 피하고 싶은 것들이 중요하는 것이다. 저자는 실패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억이 정확하고 확실해진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을까’라는 의문을 통해 그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생각하는 자세다. “실패를 거듭하면 그때마다 해결책을 찾는 ‘소거법消去法’을 통해 자신을 조정해나가는 것이 뇌의 진정한 모습이다.” 뇌는 계속 잘못된 부분을 제거하면서 최종적으로 정답을 남긴다. 그러므로 공부에 필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실패에 굴하지 않는 근성 2. 해결하려는 노력 3. 낙천적인 성격.

그래도 실패를 줄이고 싶다면 ‘스몰 스텝’ 방법이 있다. 학습 순서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 기초를 제대로 몸에 익힌 뒤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야 최종적으로 휠씬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이처럼 순서를 나누어 외우는 방법이 스몰 스텝small step이다.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 약점을 조금씩 극복하는 것이다. 고등학생이라도 수학실력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초등학생용 산수학습지부터 공부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또한 무언가를 배울 때는 먼저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부적인 사항은 처음부터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이해한다고 해도 얕게 이해할 뿐이기 때문이다. 전체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적인 정보는 전혀 쓸모가 없다. 역사 공부를 예로 든다면 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 전체적인 모습을 내려다보고 큰 역사의 흐름을 파악한다. 그 뒤에 각 시대의 내용을 조금씩 깊이 있게 익혀야 한다.

한 과목만 제대로 정복하면 나머지는 쉬워진다. ‘학습 전이’현상 때문이다. 한 가지를 습득하면 다른 것을 학습하는 기반 능력을 몸에 익히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과목을 균일하게 공부하여 평균적인 성적 향상을 바라는 방법보다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숙달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저자는 외워야 하는 것들은 경험 기억으로 외우면 좋다고 한다. 경험 기억은 자신의 과거 경험과 관련된 기억을 말한다. 가장 간단하게 경험 기억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기억하고자 하는 내용을 친구나 가족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모든 감각을 활용해 공부하는 것도 유용하다. 공부할 때는 꼭 손을 움직여 필기하거나 소리 내어 몇 번이고 말하면서 외우자.

초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잘했는데, 중고등학생이 된 후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나이에 따른 변화에 맞춰 공부법을 바꾸지 못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무턱대고 암기하는 능력보다는 사물을 잘 이해하고 그 구조를 보는 능력이 발달한다. 바로 경험 기억이 발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공부법도 그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이처럼 이 책은 뇌과학을 통해 밝혀낸 뇌의 특성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머리가 나쁘다고 탓하지 말고,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실망하기 전에 자신의 학습법을 돌아보고 《최적의 공부뇌 》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적용해보자.

그렇다고 곧바로 좋은 결과를 기대해서는 금물이다.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야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충분한 공부 효과를 경험하고 싶다면  1년 이상 해야 한다.  바로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자신을 격려하고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