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및 한미상호 방위조약 70주년을 맞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지에서 발굴한 미군 촬영 기록영상을 공개한다. 사진 정유철 기자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및 한미상호 방위조약 70주년을 맞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지에서 발굴한 미군 촬영 기록영상을 공개한다. 사진 정유철 기자

미군ㆍ UN과 한국 국민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 각지 재건 모습 생생하게 담긴 영상이 무료 공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및 한미상호 방위조약 70주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지에서 발굴한 미군 촬영 기록영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이 가운데 13분 분량의 영상을 7월 26일 서울 상암동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공개했다.

국어책을 나르는 모습. 정전협정이 발효된 1953년 7월 27일 원주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초등학교 6학년 국어책을 나르고 있다.
국어책을 나르는 모습. 정전협정이 발효된 1953년 7월 27일 원주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초등학교 6학년 국어책을 나르고 있다.

영상은 NARA 및 남캐롤라이나 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들로, 서울, 인천, 부평, 안양, 의정부, 파주, 고양, 동두천, 포천, 원주, 대구, 그리고 ‘수복지구’ 철원 지포리 등지에서 미군과 UN이 한국 국민들과 함께 전쟁의 상흔을 딛고 활발히 진행했던 재건 사업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미군과 UN의 한국 원조, 재건사업은 한국전쟁 중에 시작하여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 비준됐던 1953~1954년 및 무상원조의 형태에서 서서히 차관 등 유상원조로의 정책 전환이 모색되던 1962~1963년 시기에 활발히 전개됐다. 정전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거치며 형성된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군사동맹 및 경제원조 체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가져왔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재건의 기치를 올릴 수 있었다.

춤 공연을 준비하는 어린이들. 1953년 7월 27일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도로 춤과 노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정전 직후 곧바로 시작된 전후 재건사업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춤 공연을 준비하는 어린이들. 1953년 7월 27일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도로 춤과 노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정전 직후 곧바로 시작된 전후 재건사업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이번에 공개된 영상 중 가장 이른 것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4월에 미 극동사령부(FEC)의 영상팀이 유엔민간원조사령부(UNCACK)의 교육 및 산업 재건 활동을 동시녹음으로 촬영한 것이다.(NARA 관리번호 : 111-LC-29478) 그러나 대부분의 영상은 미군대한원조(AFAK, Armed Forces Assistance to Korea) 프로그램이 가장 활발했던 1953~1954년, 1962~1963년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AFAK는 1953년 11월부터 시작해 1971년까지 지속됐던 주한미군 주도의‘소규모’지역사회 재건 프로그램으로서 총 6,695건의 프로젝트를 통해 주로 미군 부대 주둔지의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종교, 문화 및 교육기관 지원과 고아원, 병원, 학교 건설 등의 활동을 펼쳤다.

영등포 인쇄공장 건설. 유엔한국재건단이 13만 달러, 유네스코가 10만달러를 원조하고 한국 정부와 대한문교서적회사가 자금을 설립해 영등포 인쇄공장을 세웠다.  1953년 9월 최신 인쇄시설을 갖추게 된 영등포 인쇄공장에서 막대한 국민학교 교과서를 인쇄할 수 있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영등포 인쇄공장 건설. 유엔한국재건단이 13만 달러, 유네스코가 10만달러를 원조하고 한국 정부와 대한문교서적회사가 자금을 설립해 영등포 인쇄공장을 세웠다. 1953년 9월 최신 인쇄시설을 갖추게 된 영등포 인쇄공장에서 막대한 국민학교 교과서를 인쇄할 수 있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발굴된 영상들은 냉전기 이념 체제 경쟁에서의 우월함과 미국의 인도주의적 모습을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원하고 지도하는 미군과 그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한국인’의 구도가 의도적으로 강조된 연출이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영상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러한 촬영 의도와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재건사업에 임하는 일선의 미군들, 나아가서는 한국의 지역민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함께 땀을 흘리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의 학생들과 미군이 함께 배구 시합을 하는 장면(NARA 관리번호 : 111-LC-47508)은 진정성 있는 원조의 현장을 여실히 담고 있어 인상적이다.

대구 사동의 우유죽급식소에서 배급을 받는 장면. 우유죽급식소를 1951년부터 피란민과 극빈자 아이와 노인들의 구호를 위해 각 도시에 설치되어 전쟁 후에도 상당 기간 운영되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대구 사동의 우유죽급식소에서 배급을 받는 장면. 우유죽급식소를 1951년부터 피란민과 극빈자 아이와 노인들의 구호를 위해 각 도시에 설치되어 전쟁 후에도 상당 기간 운영되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이번에 발굴된 영상은 필름 24릴 190여 분 분량이며, 그중 가장 핵심적인 6릴을 선정하여 7월 27일부터 한 달간 영상자료원 KMDb VOD 기획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대한 원조 및 재건 사업을 재조명하기 위해 발굴된 영상을 선별하여 선 공개한다. 또한 이번에 발굴 수집한 24릴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130여 릴을 수집, 연구 및 해제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한국영상자료원 KMDb의 ‘기록영상 컬렉션’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배구 경기.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 건물은 대한미군의 원조로 세웠다. 영상에는 인근 기지의 미군 장병이 파주여상을 방문해 함께 배구를 하고 있다. 대한미군원조 프로그램은 미군기지로 인한 지역사회의 사회문제를 상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배구 경기. 파주여자상업고등학교 건물은 대한미군의 원조로 세웠다. 영상에는 인근 기지의 미군 장병이 파주여상을 방문해 함께 배구를 하고 있다. 대한미군원조 프로그램은 미군기지로 인한 지역사회의 사회문제를 상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김홍준 영상자료원장은 "영상자료원은 일반 극영화나 다큐멘터리 수집뿐만 아니라 해외 전문 기관과 정부 관련 기관과 협력한 각종 자료도 수집하고 있다"며 "수집하여 보존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나 2차 저작물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 조사한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는 “당시 한국인들은 영상에 보이는 모습처럼 수동적인 태도에 머무르지 않고 각종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참여했으며, 재건사업이 주로 ‘학교’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상 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발굴, 교차 검증하여 원조, 재건 사업을 한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