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제다법의 발전은 자연의 아름다운 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찻잔 도자문화를 변화시켰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차 제다법의 발전은 자연의 아름다운 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찻잔 도자문화를 변화시켰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최근 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소비가 높아지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과 중국, 일본 동양 3국에 발달한 차 문화는 청자와 백자 등 도자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지난 9일 진행된 문화재청의 '문화재 전승공동체활성화 지원사업-다산의 다정다감茶庭 茶感' 행사에서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최성민 소장은 다산 정약용의 구증구포 단차(團茶, 덩이차), 삼증삼쇄 차떡(茶餠, 차병)과 떡차의 차이, 제다법의 변천에 따른 도자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30호 전통제다 전승을 위한 행사 참가자들에게 다산 제다법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최성민 소장. 사진 강나리 기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30호 전통제다 전승을 위한 행사 참가자들에게 다산 제다법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최성민 소장. 사진 강나리 기자.

그는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볕에 말리는 구증구포 단차는 떡차와는 다르다. 떡차는 찻잎을 찌자마자 방아에 짓찧어서 덩어리로 만든 것이고, 단차는 찻물에 우리면 찻잎의 모양이 살아난다. 여린 우전 잎을 세 번 찌고 세 번 그늘에 완전히 말리는 삼증삼쇄 차떡도 떡차와는 구분된다”고 했다.

전남 강진 다산초당 내 정석丁石이라 새긴 돌샘에서 만들었다는 차떡은 바싹 마른 차잎을 곱게 갈아 겉면에만 수분을 소량 취해 뭉친 것으로, 그 내부는 건조하기 때문에 물을 부으면 부드럽게 풀린다고 설명했다.

“다산의 차떡은 일본 말차의 원조이자 고급 녹차라고 할 수 있겠다. 다산이 강진의 제자 이시영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 번만 찌고 세 번 바싹 말려서 곱게 갈아 떡처럼 만들어야 죽처럼 먹기 좋네’라고 차병을 몇 차례씩 언급했다. 다산이 쓴 시에는 병차, 즉 떡차에 대한 시가 있어 차병과 병차를 구분해서 썼다.”

다산의 제다법으로 완성된 차는 자연의 녹색, 찻잎을 처음 땄을 때 맡아 볼 수 있는 허브 향, 그리고 생잎의 상큼한 맛이 살아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다산의 제다법으로 완성된 차는 자연의 녹색, 찻잎을 처음 땄을 때 맡아 볼 수 있는 허브 향, 그리고 생잎의 상큼한 맛이 살아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최성민 소장은 떡차의 기원에 대해서 “당나라 때 청태전이 그 기원인데 쪄낸 찻잎을 찧어 떡처럼 만들어 말렸다. 그러다보면 속까지 완전히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차로 우려냈을 때 붉은빛이 돈다. 떡차는 숯불에 구워가지고 펄펄 끓는 물에 넣어 다려 먹는 전다법으로 마셨다”고 했다.

그는 “《다경茶經》에 보면 당시 찻잔은 청자를 선호했고 그다음이 백자라고 했다. 자연의 녹색을 구현할 수 없으니 찻잔으로 청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후 제다법의 발전으로 덕음 녹차를 마시면서 비로소 연한 녹색을 구현할 수 있게 되니 백자 찻잔을 더욱 선호한 것”이라며 제다법의 변천과 도자문화 사이에 깊은 연관성, 그리고 수많은 제다법이 흥망성쇠를 거쳤음을 설명했다.

맑은 녹색의 야생녹차와 함께 즐기는 다과. 사진 강나리 기자.
맑은 녹색의 야생녹차와 함께 즐기는 다과. 사진 강나리 기자.

끝으로 최성민 소장은 “다산의 제다법은 가장 자연스럽게 찻잎의 수분을 날려 응축된 자연을 마실 수 있도로 함으로써 전통 수양 다도에 적합하게 만든 뛰어난 제다법”이라고 가치를 설명하고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알려지고 본격적으로 대중화하는데 미진한 편이다. 다산 제다법의 우수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참석한 천년보이차 이인종 대표는 “중국에서도 실패한 제다법은 도태되어 사라지고 점점 발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폐기된 제다법을 복원하기보다는 다산 선생의 제다법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라고 호응했다.

또한, 김영선 씨는 “다산 정약용 선생은 알면 알수록 놀라운 분이다. 거중기를 만들어 수원화성 2년 9개월 만에 완공한 건 잘 알려져 있는데 제다법 뿐 아니라 간장, 된장도 잘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삶과 밀접한 부분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