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학교는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를 키워내는 현장이다. 그러나 그 현장에서 학교폭력과 인성교육, 교권 침해 문제가 더욱 크게 제기되고 있고 사회적 이슈로 뜨겁다. 지금 학교가 겪는 실태를 조명하고 교육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정부는 지난 1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해 첫 확진자 발생 후 3년 4개월 만에 공식적인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을 맞았다. 코로나 19는 수많은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데 특히, 학교 현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후유증을 남겼다.

지금 학교 현장은 코로나19 후폭풍을 맞고 있다고 한다. 20~30년간 경력의 베테랑 교사로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실현해나가는 홍익교원연합 초‧중‧고 교사들과 꾸준히 제기되는 학교폭력, 인성교육, 교권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교육계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인성교육, 교권침해에 관한 간담회를 하는 교사들. 왼쪽부터 김진희 온곡초 수석교사, 한순열 안양서중 학년부장, 권명진 경기 전곡고 수석교사. 사진 강나리 기자.
최근 교육계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인성교육, 교권침해에 관한 간담회를 하는 교사들. 왼쪽부터 김진희 온곡초 수석교사, 한순열 안양서중 학년부장, 권명진 경기 전곡고 수석교사. 사진 강나리 기자.

인터뷰에 참여한 선생님은 김진희 교사(경력 29년, 서울 온곡초등학교 수석교사)와 한순열 교사(경력 29년, 경기 안양서중학교 학년 부장), 그리고 권명진 교사(경력 21년, 경기 전곡고등학교 수석교사)이다.

지금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김진희(초) 코로나 팬데믹으로 등교하지 않은 2년여 공백기 동안 학교 시스템에 적응할만한 시간이 없던 아이들은 생활 습관이 무너지고, 교류가 안 되면서 사회성이 많이 떨어졌어요. 코로나 기간 줄었던 학교폭력이나 아이들 간 분쟁도 2배로 확 늘었죠. 작년에는 진짜 어마어마했고, 지금도 조금씩 늘고 있어요. 그나마 고학년은 말로라도 통솔할 수 있는데 1, 2학년은 산만한데 말도 통하지 않아 담임교사들이 무척 고생합니다.

지난해에 수석교사로서 컨설팅 요청이 왔어요. 1학년 교실에 가보면 아이들은 정신없이 떠들고, 경력이 짧은 선생님은 앞에서 앉으라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쉬는 시간에 흩어진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오지 않아 교장, 교감 선생님까지 동원되어 한 명씩 찾으러 다니는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힘든 시기예요.

권명진(고) 중‧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코로나 이후 아이들의 생활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지인 중 담임을 맡지 않은 부장 선생님이 후배 담임교사의 반을 들어가서 보면 너무나 참담하다고 해요. 담임 선생님은 힘들어하고 아이들은 천방지축이고. 저런 데서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선배로서 뭔가 코칭을 하려 해도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절망감을 느꼈다고 해요.

올해 전근한 학교는 인문계 7학급, 실업계 3학급으로 구성된 종합고등학교인데 실업계 학생들의 생활 태도가 좀 달랐어요. 지각, 조퇴, 결석 등 근태를 철저하게 관리하는데 3~4월 두 달 동안 여러 번 근태 규율 위반으로 학교 선도대상으로 올라간 경우가 벌써 40명입니다. 성적이 안 돼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존감이 낮은 편이어서 조금만 자기한테 섭섭하면 무시당했다고 여기죠. 생활 태도 때문에 지적해도 선생님에게 차별받는다고 반감을 갖기도 합니다. 학생들 간에도 서로 존중하기보다 마음에 안 들면 손부터 나가고 보는 일이 있죠.

한순열(중)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코로나 후유증이 발현되는 시기라고 느껴집니다. 중‧고등학교는 결국 학습의 문제인데 초등학교는 생활의 문제가 되다 보니 선생님들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김진희(초) 맞습니다. 제 남편도 지금 초등 1학년 담임을 맡고 있고, 1, 2학년 가르치는 걸 무척 좋아했는데 올해는 너무나 힘들어합니다. 학기 초인데 동 학년에서 벌써 한 분은 병가, 한 분은 명예퇴직하셨다고 하더군요.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학교폭력 문제가 더욱 조명받고, 연예계‧스포츠계‧정치계에서도 계속 이슈가 됩니다. 교사입장에서 어떻게 보는지

김진희(초) 학교폭력이 대다수는 아니고 극소수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그것이 마치 학교에 만연한 것처럼 비치는 건 굉장히 염려스럽습니다. 그렇게 되면 강하게 처벌해서 근절시켜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거든요. 처벌에 초점이 맞춰지면 이런 일이 왜 생기는지 근본 원인과 어떻게 사전에 막을 수 있는지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일단 막고 보자는 방향이 되어버리니까요.

교사경력 29년 차 김진희 수석교사(온곡초). 아이의 스승이 되자는 모토로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단체인 홍익교원연합 소속. 사진 강나리 기자.
교사경력 29년 차 김진희 수석교사(온곡초). 아이의 스승이 되자는 모토로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단체인 홍익교원연합 소속. 사진 강나리 기자.

한순열(중) 자극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많지만, 드라마를 통해 사회 교육을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할 수 있어요. 사회 전반에 학교폭력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자라는 청소년들은 지금 내가 한 실수가 내 인생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피해가 성인이 되어도 트라우마로 작용한다는 걸 인식하더군요. 학생 생활지도를 할 때 훈계하기보다 ‘더 글로리’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에게는 훨씬 더 피부로 와 닿게 느끼더군요.

권명진(고) 학교에서 예방 교육도 의무적으로 하고 있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어요. 이런 행동을 하면 처벌을 받고 학교를 그만 다닐 수도 있다는 걸 아니까 조심합니다. 드라마에서 나오거나 이슈화된 사건 같은 경우는 흔하진 않죠.

학교폭력이나 아이들 간 분쟁에 대한 경험을 부탁합니다.

권명진(고) 재작년에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한 아이가 있었는데 학교폭력으로 학생부(학생생활기록부)에 정학 5일을 기재되니 1년 내내 그 일을 끌고 난리가 났어요. 결국 학생이 불복해서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패소했고, 서울대도 1차까지 붙었다가 2차는 떨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학생들, 학부모, 선생님까지 파탄입니다. 가해 측은 처벌이 크니 인정하지 않고, 피해 학생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하고 학교 현장이 피폐해지고 서로 상처만 남는 상황이 초래되었죠.

김진희(초) 학교에서 어제도 성폭력 관련해서 학생이 117에 신고를 했어요. 신고 사유는 물건을 건낼 때 손이 스쳤다, 내가 팔을 들었는데 겨드랑이를 쳐다봤다. 배꼽이 보이는데 유심히 봤다는 것입니다. 민감한 사안인데 평소에 좀 어리바리한 남자아이였어요. 몇몇 아이들이 계속 몰아가면 그렇게 만들어질 수도 있어요.

교육부가 지난 4월 12일 학교폭력 무관용을 원칙으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내놓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권명진(고) 현 상황에서 나름대로 애쓴 정책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소송 남발이 우려되고 가해와 피해 학생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는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2024년 대학 입시부터 반영되니 이번 계획안에 가장 민감한 것은 고등학교예요. 생기부에 불리한 기록이 남으니 학생들도 조심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과 상관없는 학생들도 반 이상은 되죠. 대학진학에 관심 없고, 요즘은 대학에 다 갈 수 있으니 개의치 않는 학생도 있습니다.

교사경력 21년차 권명진 수석교사(경기 연천군 전곡고).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홍익교원연합 소속. 사진 강나리 기자.
교사경력 21년차 권명진 수석교사(경기 연천군 전곡고).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홍익교원연합 소속. 사진 강나리 기자.

한순열(중) 일단 무리 지어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은 조심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죠. 급한 불을 꺼야 하니까 우선 나온 대책인데 후속이 나오지 않으면 종이호랑이가 돼버릴 겁니다. 시민단체나 이런 데서는 계속 여론화를 하고 공청회도 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예방적 인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김진희(초)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가해자, 피해자 구분이 잘 안 되고, 들여다보면 가해자가 이전에 피해자였던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민원의 소지가 크죠. 6개월 또는 1년 넘도록 처리 결과가 안 나온 채로 아이들이 졸업하거나 학년이 올라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어요.

가장 큰 문제는 중재해서 갈등을 풀어내는 걸 도와줄 수 있는 구조가 제대로 안 되어있는 것입니다. 가해 학생이 처벌받는다고 해도 서로 피해의식이나 원한 같은 감정의 찌꺼기가 오래 남아 양측 모두에게 안 좋죠. 이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중재하는 사회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교사가 체감하는 학교폭력의 실태는?

김진희(초) 소위 ‘일진’이라고 무리 지어 일방적으로 폭행하거나 집단 패싸움을 하는 사례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의 심리가 자기가 그동안 억울하게 당했던 것들은 누군가를 대상으로 해서 쏟아붓는 느낌입니다. 부모나 사회로 받은 정서나 육체적 폭력, 차별이나 원한, 자기 안의 열등의식 등 수많은 스트레스를 남을 통해 해결하려는 거죠. 그래서 더욱 잔인해지지 않았나 합니다.

한순열(중) 예전에는 소위 노는 아이들, 불량스러운 아이들이 폭력을 많이 행사했다면 지금은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한 학급에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물복용을 하는 아이들이 2~3명씩 될 정도입니다.

김진희(초) 예. 초등도 2~3명씩이죠.

한순열(중) 그런데 드러나는 경우가 그렇고 부모님들은 숨기려 하니 더 많을 겁니다. 그렇게 정서 조절이 안 되고 특히 분노 장애로 인해 이성이 딱 마비되는 상태에서 더 폭력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많습니다.

교사경력 29년차 한순열 학년부장(경기 안양서중).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모임인 홍익교원연합 소속. 사진 강나리 기자.
교사경력 29년차 한순열 학년부장(경기 안양서중).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모임인 홍익교원연합 소속. 사진 강나리 기자.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은?

권명진(고)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담당하는 선생님이 별도로 사안조사를 해요. 경위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말이 달라지고 가해자, 피해자가 달라지는 등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일단 차단을 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섣불리 개입했다가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죠.

김진희(초) 사안이 경미해서 서로 사과하는 경우는 담임이 그 자리에 입회해서 해줄 수 있지만, 담당 교사가 처리를 끝내는 게 정식 수순 이죠. 그렇게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객관화하는데 문제는 둘 사이에서 충분히 이야기가 오가면서 중재할 단계가 없는 거죠.

경남이나 서울 등에서는 학교폭력 중재지원단이 있어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전문의 등 외부 인사가 선정되어 가해 학생, 피해 학생 간 갈등 조정 또는 양측 부모님 간 갈등 조정과 치유 등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전남은 전담 공무원을 추가로 선발하겠다고 했고, 경남은 센터화한다고 들었어요.

한순열(중) 일단 학교폭력 사건으로 올라가면 처벌받을 수 있으니 서로 자신의 피해와 입장을 확실히 증명해야 하니 화해보다는 반드시 싸워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죠.

김진희(초)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교육청으로 학교폭력 사안이 이관된 건데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교육청이나 센터에서 하는 것도 확실한 문제해결은 아닌 것이죠. (2편 계속: 무너진 교권 회복, 교사의 역할과 위상 달라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