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대중 앞에 나서게 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 사진 문화재청.
반세기 만에 대중 앞에 나서게 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 사진 문화재청.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가 1973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50년 만에 실물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4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 중 하나인 인쇄술을 조명하는 특별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IMPRIMER! L’EUROPE DE GUTENBERG)’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첫 번째 유물로 소개되는 1377년 한국의 ‘직지’를 비롯해 가장 오래된 서양 판목인 ‘프레타 판목(1400년경 프랑스 또는 독일 남부)’, 유럽 최초 활판 인쇄물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경, 독일) 등 중요 소장자료 270점이 최초로 동시 공개된다.

반세기만의 공개로 세계가 주목하는 ’직지‘는 고려 우왕 때 승려 백운(1298~1374)이 고승들의 어록을 선별해 엮고 제자인 석찬과 달감이 간행한 불교 서적으로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상하 2권이 인쇄되었다. 이는 1455년 인쇄된 서양 최초 금속활자 인쇄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선 것이다.

직지의 내용은 참선을 통해 스스로 진리를 깨닫을 수 있는 주제와 선종불교의 진리를 담아 제자들을 위한 교본으로 사용되었다. 금속활자 인쇄 1년 후인 1378년 취암사에서 다시 목판으로 인쇄되어 현재 상하 완전한 형태로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보관되었으며, 1992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직지의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출처 gallica.bnf.fr BnF.
직지의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출처 gallica.bnf.fr BnF.

금속활자본은 1886년(고종 23) 조선과 프랑스 정부 사이에 조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파견된 초대 주한프랑스공사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수집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에 최초로 공개 전시했다. 또한, 프랑스의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1853~1935)이 쓴 ‘한국서지(Bibliographie Coréenne)’에 게재되었다.

플랑시 사후 ‘직지’는 예술품 수집가인 앙리 베베르(1854~1943)가 구입했고, 그의 유언으로 금속활자본 직지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되어 1952년 소장품 목록에 편입되었다.

소장 이후 오랫동안 잊힌 ‘직지’는 해당 도서관 사서로 근무한 박병선 박사에 의해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직지’는 하권뿐이며 표지가 없는 상태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직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문화유산 가운데 유일하게 해당 국가에 있지 않은데도 선정한 사례이다.

문화재청과 프랑스국립도서관은 특별전에 앞서 11일 오후 5시(현지시각) 전시지원 및 전시관련 대중강연, 번역지원 등 학술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과 프랑스국립도서관은 특별전에 앞서 11일 오후 5시(현지시각) 전시지원 및 전시관련 대중강연, 번역지원 등 학술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현지시각 11일 오후 5시 프랑스국립도서관과 특별전 전시지원 및 전시 관련 대중강연, 번역지원 등 학술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자는 이외에도 전시 관련 이미지 제공, 전시회 홍보, 향후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한국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조사나 연구 추진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한편, 우리나라 금속활자 발명은 직지보다 앞서있다.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고금상정예문’은 고려 인종 때 최윤의 등 17명의 학자가 왕명을 받아 고금의 예문을 모아 편찬한 책으로, 구텐베르크보다 200년 이상 앞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