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지난 14일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을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지난 14일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을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사진 문화재청.

천년 넘는 세월을 견뎌내는 전통 한지를 만드는 지식과 기술, 문화가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신청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문화재청은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을 내년도 등재신청 대상으로, ‘인삼문화: 자연과 가족(공동체)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를 2026년 차기 등재신청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공모를 통해 접수한 농요, 자리걷이, 경기도당굿시나위춤, 사기장(백자), 막걸리 빚기, 염색장 등 총 14항목에 대한 심의를 거쳐 이같이 선정했다.

선정 사유로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은 옛 농촌 단위에서 한지를 제작하던 전통이 오늘날 마을 내 사회적 협동조직의 형태로 이어져 온다는 점에서 공동체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단순한 집필도구 용도를 넘어 문화유산의 보수와 수리, 인형 및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재단법인 한지살리기재단 최현사 사무국장은 “한지를 만드는 과정은 닥나무 씨를 뿌리고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다시 삶고, 말리고, 고르게 섞고, 뜨고, 건조하는 등 아흔아홉 번 사람의 손길을 거친다. 이렇게 해서 백번째 완성된다고 해서 옛사람들은 흰 백(白)이 아닌 일백 백(百)을 써서 ‘백지百紙’라고도 불렀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지난한 과정을 한 집안에서 수공업으로 해낼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부녀자, 어르신, 젊은 사람들이 서로 도와 협력하는 공동체 문화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옛사람들은 한지 제작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이 아흔아홉번 거쳐 백번 만에 완성된다고 '백지百紙'라 불렀다고 한다. 사진 문화재청.
옛사람들은 한지 제작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이 아흔아홉번 거쳐 백번 만에 완성된다고 '백지百紙'라 불렀다고 한다. 사진 문화재청.

한지의 역사와 관련해 한반도에서 최초로 제지술이 도입된 시기는 6~7세기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신라시대(751년) 불국사 석가탑에 봉안된 세계 최초 목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되면서 한지의 우수한 품질이 입증되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총 16건 중 13건이 한지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한지의 강한 생명력과 보존력은 뛰어나며, 최근 세계 유수의 도서관, 박물관에서도 우수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18년 이탈리아 구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5년 제작한 자필노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복원에 한지를 사용했다.

2015년에는 이탈리아 연구기관인 인노브허브가 일본 화지와 한국 한지 비교 실험을 한 바 있다. 실험결과 90% 부식까지 걸리는 시간은 화지가 1750년인데 비해 한지는 8000년으로 4.6배의 수명을 가진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현사 사무국장은 “현재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한지 제작을 하고 있는데 한지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현재 계신 한지장 5분, 지장 2분이 돌아가시면 한지장의 명맥이 끊기지 않을까 위기의식을 느낀다”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무형문화재 등재 후 좀 나아지긴 했지만, 이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신청을 계기로 전수자가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흥법도 국회에서 통과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지의 홍보와 보급, 확산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올해 국가기관에서 수여하는 훈‧포장지를 한지로 지정한 것과 같은 사례가 많아졌으면 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최 사무국장은 “한지장들의 우수함을 세계에 잘 알리고 그분들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향후 유네스코 등재관련 일정은 2024년 3월 31일 유네스코 사무국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 2025년 11월~12월 ‘26년도 심사 및 등재 결정 대상으로 선정된다. 2026년 3월~9월 등재신청서 심사에 이어 10월 심사결과가 공개되며 11월~12월 중 등재 결정이 발표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다등재국인 우리나라는 2024년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 신청에 이어 2026년 '인삼문화: 자연과 가족(공동체)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를 신청할 예정이다. 사진 문화재청.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다등재국인 우리나라는 2024년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 신청에 이어 2026년 '인삼문화: 자연과 가족(공동체)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를 신청할 예정이다. 사진 문화재청.

현재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총 22건을 보유한 세계 4위의 다등재국가이다. 2024년에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등재예정이다.

원칙상 등재신청서 제출은 매년 할 수 있으나 유네스코 사무국의 인력,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다등재국은 2년 1회로 심사를 제한해 실시 중이다. 우리나라 외에도 다등재국으로 중국(36건), 튀르키에(23건), 프랑스(22건), 일본(22건), 스페인(19건), 크로아티아‧이란(18건) 등이 있다.

인삼밭 전경. 사진 문화재청.
인삼밭 전경. 사진 문화재청.

이에 따라 ‘인삼 문화: 자연과 가족(공동체)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는 2026년 차기 신청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 증진을 위해 인삼을 주고받는 행위가 한국 사회의 전통 가치인 ’효‘와 가족 공동체 문화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