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부터 현재까지 수도의 역할을 한 한양(서울)의 한양도성. 내사산 전경. 사진 문화재청.
조선 초부터 현재까지 수도의 역할을 한 한양(서울)의 한양도성. 내사산 전경. 사진 문화재청.

조선의 궁궐과 도성은 주산인 북악산과 주변 인왕산, 북한산 등을 기준으로 분지에 축조해 자연환경에 적합한 독창적인 성곽 축조기술을 보유했다. 중국 자금성이 평평한 대지에 네모반듯하게 짓고 뒤에 작은 인공산을 배치한 것과 대비된다.

14세기에 지어진 조선의 도읍지 한양도성과 자연적인 능선을 따라 배후산성인 북한산성, 그리고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을 잇는 차단성인 탕춘대성까지 유기적으로 결합된 한양의 수도성곽은 ‘18세기 도성방위 완결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문화재청은 ‘한양의 수도성곽’을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와 함께 유네스코 등재신청 후보로 선정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제출 전 국내 절차 총 4단계(잠정목록-우선등재목록-등재신청 후보-등재신청 대상) 중 3단계이다.

한양 수도성곽. 한양도성과 방어산성인 북한산성, 도성과 방어성을 잇는 차단성인 탕춘대성의 구조도. 사진 문화재청.
한양 수도성곽. 한양도성과 방어산성인 북한산성, 도성과 방어성을 잇는 차단성인 탕춘대성의 구조도. 사진 문화재청.

한편, 문화재위원회는 한양의 수도성곽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국외 심사 절차 제도에서 새로 도입되는 예비평가(Preliminary Assessment)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등재 신청 준비 초기부터 유네스코 자문기구와 당사국 간의 논의를 통해 고품질의 등재 신청서를 준비하고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될 가능성을 높이고자 마련된 제도로, 문화재청은 올해 9월 예비평가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청유산 ‘한양의 수도성곽’은 18,5km의 한양도성과 11.6km의 북한산성, 5.1km의 탕춘대성까지 평지와 구릉지, 산지 능선을 이용해 석성과 토성으로 쌓은 35.3km에 이르는 대규모의 수도 방어성곽이다.

북한산성. 18세기 숙종 대에 세워졌다. 사진 문화재청.
북한산성. 18세기 숙종 대에 세워졌다. 사진 문화재청.

해당 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준 적합 여부 검토를 살펴보자. 우선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 증거여야 한다’는 측면이다.

신청 유산은 자연지형을 활용한 성곽축성의 전통과 표준화된 가공술 적용을 통한 축성기술의 비약적 발전, 그리고 중앙집권 하에 군인과 장인, 승려, 백성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관리체계를 구현한 것을 고문헌과 유산 내부 남아있는 건물지, 금석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고대로부터 축적된 한반도 수도성곽의 전통을 계승‧발전시킨 것으로 18세기 축성기술의 발전과 고도화된 관리체계를 예증한다. 또한, 해당 기록물들은 신청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에 기여할뿐 아니라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뒷받침한다.

한편,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유형,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혹은 경관의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는 측면이다.

신청 유산은 고대로부터 전승된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의 이원화된 방어체계를 18세기 수도방어전략 변화에 대응해 건설한 성곽군으로, 신청유산을 구성하는 성벽과 성문, 성내 건물지 등은 18세기 한반도 수도성곽 유형의 창의적 발전을 총체적으로 입증한다.

차단성인 탕춘대성. 사진 강나리 기자.
차단성인 탕춘대성. 사진 강나리 기자.

그동안 서울의 도시팽창과 전쟁 등으로 일부 훼손되었으나 1970년대부터 복원을 통해 총 길이 35.3km 중 31.2km(88.4%)가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신청유산 중 탕춘대성은 다소 한양성곽이나 북한산성에 비해 낯선 이름이다. 인왕산 동북쪽부터 북한산 비봉까지 연결된 탕춘대성은 숙종 때 북한산성과 함께 완성된 산성이다. 서울 홍제천을 따라 인왕산 방면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는 조선에 산성을 쌓지 못하도록 해 30년간 진척을 보지 못하다 숙종 37년(1710)에 북한산성을, 숙종 45년(1719)에 탕춘대성을 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