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수도성곽 중 인왕산 범바위에서 정상까지 구간. 사진 서울특별시 한양도성 누리집.
한양 수도성곽 중 인왕산 범바위에서 정상까지 구간. 사진 서울특별시 한양도성 누리집.

서울을 둘러싼 한양도성과 피난성인 북한산성, 그 사이를 연결하는 탕춘대성으로 결합된 ‘한양의 수도성곽’은 ‘18세기 도성방위 완결체’라는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 대도심을 아우르는 이 유산은 성곽 유산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찾기 힘든 세계적인 대도시에 존재하는 특별하고 희귀한 성곽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고양시는 문화재청이 지난 4월 한양의 수도성곽을 유네스코 등재신청 후보로 선정한 것을 기념해 2일 10시부터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세계유산 비교연구 접근법(An Approach on the Comparative Analysis of the World Heritage)’을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국제 학술회의이다. 유럽과 동아시아 각국의 성곽 세계유산과 비교함으로써 한양 수도성곽의 독특한 가치를 심층 분석하기 위한 국제적인 학술행사였다.

한양의 수도성곽 중 흥인지문 구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있는 성곽 유산으로, 성곽 유산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드문 형태라 한다. 사진 서울특별시 한양도성 누리집.
한양의 수도성곽 중 흥인지문 구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있는 성곽 유산으로, 성곽 유산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드문 형태라 한다. 사진 서울특별시 한양도성 누리집.

이 자리에 세계사적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 성곽을 보유한 유럽의 전문가를 대거 초청한 것을 비롯해 국내 성곽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1세기부터 19세기 아시아와 유럽의 성곽 유산을 비교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일 한양도성부터 탕춘대성, 북한산성에서 수원화성을 답사함으로써 조선의 도성방위 시스템과 유럽의 방어시설의 특징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심사기구인 이코모스 ‘국제성곽위원회(ICOFORT)’의 전임 회장으로, 이번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푸에르토리코의 밀라그로스 플로레스 로만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한양 도시성곽의 옛 모습. 조지 로스가 촬영한 1904년 숭례문 주변 모습으로, 1900년대 초까지만해도 좌우 성벽이 온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성벽은 1920년대 일제에 의해 모두 헐렸다. 사진 서울특별시 한양도성 누리집.
한양 도시성곽의 옛 모습. 조지 로스가 촬영한 1904년 숭례문 주변 모습으로, 1900년대 초까지만해도 좌우 성벽이 온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성벽은 1920년대 일제에 의해 모두 헐렸다. 사진 서울특별시 한양도성 누리집.

이어 첫 발제자인 영국 뉴캐슬대학교 로버트 콜린스 교수는 영국의 로마시기 대표적인 방어 유산인 ‘하드리아누스 방벽’과 비교유산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네델란드의 게르코 메이어 ICOFROT 유럽코디네이터는 바다보다 낮은 육지를 국토로 한 네델란드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물 방어선’ 중 하나인 ‘비즈페흐텐 요새’와 일본의 ‘마쓰모토성’에 대한 비교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의 로마시기 대표적 방어 유산인 하드리아누스 방벽. 사진 Pixaby이미지.
영국의 로마시기 대표적 방어 유산인 하드리아누스 방벽. 사진 Pixaby이미지.

세 번째 발제자인 프랑스의 엑스-마르세유 대학교 이네스 클레멘트 교수는 서양 최고의 중세 요새인 프랑스 ‘카르카손 역사요새’를 주제로 비교 유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제자들이 다룬 영국의 하드리아누스 방벽, 네델란드 비즈 페흐텐 요새, 프랑스 카르카손 역사요새는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유산 성곽들이다.

프랑스의 중세 요새 카르카손 성. 사진 Pixabay 이미지.
프랑스의 중세 요새 카르카손 성. 사진 Pixabay 이미지.

이후 국내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네 번째 발제자인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비교유산 연구 김정은 책임연구원은 ‘동아시아 수도 성곽과 조선 후기 수도방위 성곽의 비교’를 주제로, 다섯 번째 발제자인 한성대학교 윤성호 교수는 ‘서울지역 고구려 성곽 유산의 정비와 새로운 보존방식의 시도’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들은 동아시아 대표 수도 성곽인 중국 베이징성과 난징성, 일본 에도성과 교토 오도이 외성, 베트남 탕롱 황성과 후에 성곽 등을 한양의 수도성곽과 비교 분석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토론에는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 박현욱 경기문화재연구원 선임연구원, 정호섭 고려대 교수, 노영구 국방대학교 교수, 김우웅 한국건축문화정책연구원장이 참여했다.

서울시 최경주 문화본부장은 “앞으로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양 수도성곽의 가치와 유산관리 현황을 국내외에 알리는 다양한 국제 학술교류 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