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도전하는 반구천 암각화. 굽이치는 하천을 따라 형성된 암벽면은 그늘구조와 소리울림 등으로 특별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청.
한국의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도전하는 반구천 암각화. 굽이치는 하천을 따라 형성된 암벽면은 그늘구조와 소리울림 등으로 특별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청.

신석기부터 신라시대까지 6천 년 동안 동아시아 연안 지역 사람들의 미적 표현과 문화가 집약된 ‘반구천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nagucheon Stream)’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심사대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30일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 지난해 9월 ‘가야고분군’을 등재한 데 이어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 도전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해당 신청서는 올해 3월부터 2025년까지 전문 심사기구인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평가를 거쳐 등재심의 대상에 오를 경우, 2025년 예정된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반구천 암각화 중 국보 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고래를 비롯해 해양동물과 육지동물이 종을 구분할 만큼 사실적이고 탁월하게 표현되어 선사인의 창의성이 반영된 최고의 작품이다. 사진 문화재청.
반구천 암각화 중 국보 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고래를 비롯해 해양동물과 육지동물이 종을 구분할 만큼 사실적이고 탁월하게 표현되어 선사인의 창의성이 반영된 최고의 작품이다. 사진 문화재청.

반구천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 가늘고 길게 굽이치는 하천을 따라 형성된 계곡을 연결된 3km 구간의 암벽에 새겨진 국보 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국보 147호 ‘울주 천천리 각석’을 전부 포함한 단일유산이다.

기원전 5,000년부터 9세기,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에 걸쳐 돌과 금속 도구 등을 사용해 동물과 인물, 사냥장면, 동심원, 마름모, 문자 등 다양한 주제의 그림을 그린 유산이다.

다양한 시대의 그림과 문자는 6천 년동안 누적된 암각 제작 전통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증거이자, 동아시아 연안 지역사람들의 문화와 다양한 사회 단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이례적인 유산이다.

특히, 희소한 주제인 고래의 종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고유한 특징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고래잡이 과정의 주요 단계를 담은 그림은 선사인들의 창의성이 반영된 최고의 작품이다. 천천리 각석에는 훗날 진흥왕에 오른 어린 삼맥종이 방문한 내용도 남아 역사 인물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반구천 암각화 중 국보 147호 '울주 천천리 각석'. 선사시대와 청동기시대를 거쳐 신라시대까지 다양한 주제의 그림과 문자가 새겨져 있다. 사진 문화재청.
반구천 암각화 중 국보 147호 '울주 천천리 각석'. 선사시대와 청동기시대를 거쳐 신라시대까지 다양한 주제의 그림과 문자가 새겨져 있다. 사진 문화재청.

동일한 공간에 누적되어 남아 있는 서로 다른 시대의 그림과 문자는 각 문화의 순간을 담고 있다. 동아시아 연안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수렵채집사회, 농경사회, 고대 국가(신라)로 변화하는 사회 단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례적인 유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