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화룡포 마을 침수 현장. 사진 문화재청.
경북 예천 화룡포 마을 침수 현장. 사진 문화재청.

짧은 시간 하늘에서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폭우피해는 문화재도 피하지 못했다. 집중호우가 발생한 지역 중심으로 국가유산이 침수되고 석축과 담장, 대문채가 붕괴되거나 천연기념물 나무가 쓰러지고, 토사가 유실되었다.

문화재청은 17일 기준 전국에서 국보 1건와 보물 2건, 사적 19건, 천연기념물 6건, 명승 5건, 국가민속문화재 5건, 등록문화재 2건 총 40건의 피해가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가장 피해가 많은 지역은 경북으로 12건이 발생했다. 국보인 영주 부석사 조사당의 경우 주차장과 진입로에 토사가 유입되고, 조사당 옆 취현암 주변 토사가 유실되어 복구 중이다. 예천 선몽대 일원과 화천포 마을 일부도 침수되어 주민 대피가 이루어졌다. 칠곡 매원마을 승산댁 대문채가 완전히 붕괴되고,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단지의 보호각 지붕이 파손되었다. 또한,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담장 20미터가 붕괴되고 계속 진행 중이어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안전 펜스를 설치했으며, 15일에는 4채의 담장이 파손되었다.

충남 단양 온달동굴 침수 모습. 사진 문화재청.
충남 단양 온달동굴 침수 모습. 사진 문화재청.

경북 다음은 충남과 전남에서 각각 7건씩 피해가 발생했다. 17일에는 천연기념물인 단양 온달동굴이 동굴 내부 탐방로 전체가 침수되어 전기를 차단하고 관람객을 통제했다. 지난 11일에도 약 100톤의 낙석이 발생해 단양 영천리 측백나무숲의 문화재 보호책 50미터가 파손되고 측백나무 약 10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 15일에는 충남지역 피해가 집중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백제역사유적지구’인 공주 공산성의 연지 및 만하루가 물에 잠기고, 공산성 부근 성벽이 유실되었으며 금서루 하단 토사가 유출되었다. 공주 석장리 유적발굴지가 침수되어 석장리 박물관 출입이 통제되었으며 박물관 소장 유물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 부여 왕릉원의 서고분군 2호분 사면이 유실되는 등 하루 만에 7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일부인 전북 익산미륵사지도 문화재 구역 내 경사면 일부가 유실되고 익산 왕궁리 유적은 서측 궁장 일부 구간이 침수되었다.

전남에서는 순천 선암사의 해천당 기와가 탈락하고 무우전 담장이 붕괴되었으며, 순천 낙안읍성 사적내 관아동 내아아 동헌 기와가 탈락하고 사적 내 민가동이 침수되고 담장이 붕괴되었다. 나주목 관아와 향교의 담장이 붕괴되고 보물인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의 경우 석탑과 2m 떨어진 석축 10m가 붕괴되었다.

이외에도 강원도에서는 인제 한계산성의 천제단 석축 일부가 무너지고, 경기도 화성 당성의 약 3m 성벽 외곽이 붕괴되었다. 서울에서는 창덕궁 인정전 뒤편 화계 담장 15m가 붕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문화재청은 피해 직후 추가피해로 인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관람객 및 인근 주민의 통행을 제한하고 안전띠와 우장막을 설치하는 등 응급조치에 들어갔고, 응급복구와 추가 훼손 방지를 위한 긴급보수사업 신청을 접수 중이다.

폴란드 출장 후 귀국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다음날인 17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문화유산들을 둘러보는 방문 첫 일정으로 공주 공산성과 무령왕릉, 왕릉원 등 핵심유적지를 방문해 현황을 살피고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한편, 최근 심화되는 폭우, 폭염을 비롯한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해 문화재 분야 전담 조직과 전담 인력이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