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재인폭포의 가을 풍광. 사진 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재인폭포의 가을 풍광. 사진 문화재청.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원형의 현무암 주상절리와 18m 높이의 절벽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경기도 연천 ‘재인폭포’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장산 계곡물이 모여 폭포를 이루고 협곡을 지나 한탄강에 이르는 지형이 가히 일품으로 빼어난 조화를 이룬다.

재인폭포라는 이름은 줄을 타는 광대 재인(才人)과 그 아내에 얽힌 애틋한 사랑의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이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발행된 지도와 연천현읍지 등에 수록되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되었다.

조선 영조 때 제작된 전국 군현지도집인 《해동지도》에는 재인폭포가 산수화풍으로 그려져 ‘자연폭’이라 표기되었고, 유몽인(1559~1623)이 쓴 《어우집》과 1871년 《경기읍지》 〈연천현읍지〉등에는 ‘재인폭’이라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최소 1600년대 이전에 명칭이 정해진 명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해동지도에 '자연폭'으로 표기된 재인폭포(그림 오른쪽 하단). 사진 문화재청.
해동지도에 '자연폭'으로 표기된 재인폭포(그림 오른쪽 하단). 사진 문화재청.

재인은 재주가 있는 사람을 뜻하며 고려와 조선 시대 재주를 넘는 등 광대 일을 하는 사람을 부르던 명칭이다. 기록된 전설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옛날 폭포 인근에 사는 줄 타는 광대가 아름다운 부인을 두었는데 새로 부임한 고을 수령이 그 아내를 탐해 폭포 계곡 사이에 줄을 걸고 줄타기를 시킨 후 줄을 끊었다. 수령의 수청을 들게 된 아내는 수령의 코를 물고 자신의 혀를 깨물어 자결했다고 한다. 인근 마을인 고문리의 이름도 '코문리'에서 왔다고 전한다.

또 하나는 재인이 마을 사람의 아름다운 아내에게 흑심을 품고 절벽 양쪽에 외줄을 걸고 건너면 그 아내를 달라고 내기를 걸었다. 춤과 기교를 부리며 외줄을 건너는 재인을 보고 남편이 줄을 끊어 결국 재인이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연천 '재인폭포'의 또 다른 모습. 용암이 만들어낸 주상절리와 하식애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신비롭다. 사진 문화재청.
연천 '재인폭포'의 또 다른 모습. 용암이 만들어낸 주상절리와 하식애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신비롭다. 사진 문화재청.

한편, 재인폭포는 신생대 4기에 분출한 용암대지 위를 하천이 침식하면서 형성되었기에 주상절리와 하식애(河蝕崖)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보여주어 지질‧지형학 등 학술적 가치가 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으며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이고, 하식애는 계곡 사면에 형성된 절벽을 말한다. 이외에도 폭포가 지속적으로 폭포 아래를 침식시켜 수심 5m에 달하는 포트홀이 생성되어 있다.

아울러, 재인폭포 인근에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여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었다.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서식하며, 분홍장구채, 구절초, 돌단풍이 집중적으로 생육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세계적 희귀종인 물거미, 멸종위기 야생동물 돌상어를 비롯해 묵납자루, 가는돌고기와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수달, 산양, 사향노루 등 다양한 동·식물 등이 관찰된다.

또한, 천연림의 활엽수와 8부 능선에 형성된 천연 소나무림, 동절기에 보이는 빙폭(氷瀑, 얼음폭포) 등 사계절 조망경관이 뚜렷한 경관적 가치도 높게 평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