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진봉산 망해사에서 조망한 서해 낙조 전경. 사진 문화재청.
김제 진봉산 망해사에서 조망한 서해 낙조 전경. 사진 문화재청.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제의 천년고찰 망해사(望海寺)는 봉황이 살다 날아갔다는 뜻의 진봉산 고개 넘어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 벼랑 위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곳에 세워져 예부터 서해로 떨어지는 붉은 낙조가 아름다운 명소로 유명하다.

문화재청은 11일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학술 가치가 높은 자연유산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을 국가지정유산 명승으로 지정예고를 했다.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두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명승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김제 진봉산과 망해사, 만경강 일원 전경. 사진 문화재청.
김제 진봉산과 망해사, 만경강 일원 전경. 사진 문화재청.

망해사는 642년(의자왕 2년) 백제 부설거사 창건설과 754년(신라 경덕왕) 통장법사 창건설이 전하는데 현재 공식적으로 부설거사 창건설을 따르고 있어 약 14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무엇에도 얽매지 않은 무애행의 고승 진묵대사 일화,
600년 만에 열린 매향의례 기록

이곳에는 고려말 나옹선사와 함께 석가모니의 화신으로 불리던 조선의 진묵대사(1562~1633)의 일화와 향을 강 또는 바다에 잠가두는 매향(埋香)의례가 전한다.

술 잘 마시고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무애행(無礙行)을 하기로 이름난 진묵대사는 망해사에 머물며 많은 이적과 일화를 남겼다. 하루는 바닷가에서 굴을 따서 먹으려는데 지나가던 이가 “왜 스님이 육식을 하느냐?”라며 시비를 걸었다. 진묵대사는 “이것은 굴이 아니라 석화(바위에 핀 꽃)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석화’의 어원이 진묵대사와 얽혀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망해사 매향비와 망해사 아래 하구. 망해사에서는 지난 1999년 600년 만에 매향의례를 열었다. 사진 문화재청.
망해사 매향비와 망해사 아래 하구. 망해사에서는 지난 1999년 600년 만에 매향의례를 열었다. 사진 문화재청.

또한, 망해사에는 향나무를 묻어 복을 빌고 미륵불이 발현하기를 기원하는 ‘매향’의례가 전해지는데 600년 만이라는 매향 의례가 1999년 열렸다. 그 내력을 기록한 매향비가 경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향은 망해사 인근 갯벌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은 빼어난 경관 가치는 여러 옛 기록에 전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제34권에는 “동진, 신창진 두 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북쪽에 몇 봉우리 산이 높이 솟았고 낙명(落明)이라는 대(臺)가 있다”며 진봉산에서 낙조를 바라볼 수 있는 높고 편평한 대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해동지도」에 기록된 망해사와 진봉산 낙명대 기록. 사진 문화재청.
「해동지도」에 기록된 망해사와 진봉산 낙명대 기록. 사진 문화재청.
일제강점기 엽서 속 망해사 풍경. 사진 문화재청.
일제강점기 엽서 속 망해사 풍경. 사진 문화재청.

이외에도 1656년 유형원의 「동국여지지」, 「대동지지」, 「여도비지」 등 기록과 「비변사인방안지도」, 「해동지도」를 비롯한 고지도와 「만경현읍지」, 「망해사중수기」 등에 그 기록되었다.

석양을 머금은 팽나무 가지사이로 펼쳐지는 낙조 장관

특히, 해질 무렵 석양을 머금을 때 400년 넘은 팽나무 가지 사이로 펼쳐지는 낙조는 장관으로 손꼽히는데 이 팽나무를 진묵대사가 심었다고 전한다.

망해사의 팽나무. 400년이 넘은 팽나무는 진묵대사가 심었다고 전한다. 사진 문화재청.
망해사의 팽나무. 400년이 넘은 팽나무는 진묵대사가 심었다고 전한다. 사진 문화재청.

망해사 앞에는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새만금 일대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진봉산(73.2m)을 두르고, 북쪽으로는 원경으로 군산이 시야에 들어와 고군산 열도를 조망하고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만경강과 이어지는 하구 풍경이 수려하고 현대에 축조된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과 희귀한 염생식물, 철새 서식지가 조성되었다.

이완용의 간석지 개간부터 새만금 간척사업까지 간척의 역사 간직
멸종위기 야생동물, 희귀한 염생식물 서식, 철새 도래지로 

망해사 일원은 간척의 역사와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곳으로 학술적 가치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만경강 하구는 과거 바다를 접했으나 조선말 이완용이 간석지(개펄) 개간을 착수해 1930년경 제방을 축조하면서 넓은 간척지를 조성했고 현재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담수화가 진행되었다.

이로인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노라부리저어새, 황새를 포함한 조류와 삵, 수달, 염생식물인 해홍나물, 나문재 등과 물을 정화하는 정수식물인 갈대와 부들이 군집하고 있어 생물학적 가치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