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오후 콘셉트 사진. 이미지 프로젝트아일랜드
어느 여름날의 오후 콘셉트 사진. 이미지 프로젝트아일랜드

프로젝트아일랜드가 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제3회 작품개발공연 <어느 여름날의 오후>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선보인다.

연극 <어느 여름날의 오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태생 볼프강 바우어(Wolfgang Bauer, 1941~2005)의 대표작 <찬란한 오후(Magic Afternoon)>(1967)를 각색한 것이다.

<찬란한 오후>는 1968년 9월 독일 하노버의 란데스테아터에서 초연된 후 수십 차례 공연된 바우어의 최대 성공작이다. 그러나 특별한 줄거리도 사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햇빛 가득한 여름날 오후, 큰 변화가 없는 평범한 사회가 지겹고 지루한 도시 변두리의 젊은이들이 방안에서 보내는 일상의 모습이 전부다. 등장인물은 작가인 찰리와 조, 그리고 찰리의 여자 친구 비르지트, 조의 여자 친구 모니카로 모두 22세에서 30세 사이의 젊은이들이다. 방안은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잔뜩 어질러졌다. 밖은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름다운 찬란한 오후인데 이들은 방 안에 갇혀 있다. <찬란한 오후>는 이들의 무의미한 일상을 오후 2시 30분께부터 대략 두 시간 동안 발생하는 우연과 돌발적인 사건의 조각들을 보여준다. 극은 처음부터 무의미의 반복과 지루함으로 이루어지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 "어느 여름날의 오후" 티저 포스터. 이미지
연극 "어느 여름날의 오후" 티저 포스터. 이미지

바우어는 오늘날의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파멸로 이어지는 마약과 섹스에 도취되어 있다는 생각을 작품에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관객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비사회적인 충동을 일깨우고 내적 만족을 이루게 한다.

연극 <어느 여름날의 오후>는 삶에 권태를 느끼며 어떠한 목적이나 의지도 없어 보이는 재필과 지수, 상준과 써니라는 청년들의 방황과 일탈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렇게 게으르지만 않다면 지금 산책이라도 나갈텐데…‘
뜨거운 어느 여름날 오후, 반지하방에 재필, 지수가 머리스타일을 만지며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섹스와 폭력 본능만이 존재하는 이곳에 재필의 친구 상준과 써니가 찾아오는데…

이번 공연은 지난 프로젝트아일랜드의 신작 <장녀들>에서 실력을 검증받은바 있는 신예 배우들이 의기투합하여 공동으로 연출을 맡았다. 

재필역에는 연극 <장녀들>의 배우 김정범과, 박현우가 캐스팅됐다. 지수역은 연극 <장녀들> <사라지다> <의리적 구투> <벚꽃동산> <시라노 드 벨주락>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차세인과 연극 <장녀들>과 <황혼열차>에 출연한 배우 이상은이 맡았다. 상준역에는 연극 <장녀들>의 임경훈과 한인덕이 캐스팅됐다. 써니역은 연극 <장녀들> <그남자 그여자> <S.E.N.T.E>에 출연한 배우 엄윤지가 맡았다.

이들은 작품 속 청년들의 불안감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지혜 예술감독은 "한국 사회는 인간의 가치가 돈과 생산성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 사상이 만연해 있다.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생산성이 없으면 사회에서 낙오되는 냉혹한 현실은 수많은 청년을 고립된 삶을 선택하도록 내몰았다"며 "이러한 고립은 개인과 사회의 단절로 이어지고 폭력, 중독, 우발적 살인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발현되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행동 기저에 있는 억눌린 욕망을 살펴보고 사회 속 한 인간으로서의 청년의 모습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극 <어느 여름날의 오후> 공연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