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소, '책장, 멀티화장',  Watercolor on paper, 42x29.7cm, 2022   [사진 라흰갤러리]
김상소, '책장, 멀티화장', Watercolor on paper, 42x29.7cm, 2022 [사진 라흰갤러리]

세 작가가 라흰갤러리에서 12월 15일부터 열고 있는 삼인전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과정 중심’으로 창조적 활동을 다룬다. 작가들의 작업은 초기 조건의 혼돈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상을 다양하게 창발하며 질서를 찾아 나간다. 전시는 작가들의 작업이 보여주는 파장의 변형을 ‘질서의 정도’에 따라 분류한다. 한쪽 끝에는 유기체의 조화가 완성된 코스모스가 있고, 다른 쪽의 끝에는 무한한 잠재성으로 충만한 혼돈의 카오스가 있다.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이러한 가상의 극단을 설정하여 참여 작가들의 작업 세계가 보여주는 변형과 이형을 ‘카오스’와 ‘코스모스’ 두 개념 사이에 배치한다. 이렇게 하여 작가들이 이처럼 낯선 직조와 왜곡을 하게 된 원천을 탐구하고, 작가들이 카오스에서 지각의 변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조형성과 내용, 그리고 회화의 매체적 특성으로 살펴본다.

김정인, '이미지 앙상블 5 (Image Ensemble 5)', Oil on canvas, 73x61cm, 2022  [사진 라흰갤러리]
김정인, '이미지 앙상블 5 (Image Ensemble 5)', Oil on canvas, 73x61cm, 2022 [사진 라흰갤러리]

김상소 작가는 사람이 매개물을 통해 전개하는 이야기와 이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매체를 탐구해왔다. 작가는 내러티브의 요소에서 조형 언어를 찾아내고, 이러한 기호를 회화로 불균형하게 어긋나게 풀어놓거나 얽어매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여 작가는 스토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징후들을 긴장감 있게 구성하여, 회화를 통해 여운과 감각을 넘어 모호한 지점에 도달하는 데 목표를 둔다.

김정인 작가는 격변을 강제하는 권력의 행패에 저항하는 길을 개척하는 과업에 어떻게 헌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작업을 한다. 작가는 자주 다니던 골목의 균열 사이사이에 습기처럼 배어든 이미지들을 모아 관계망을 구축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김정인은 카오스적인 교란과 같은 이 관계망을 통해 지배 체계와 제도에 응전한다.

손위혁, '불독',  Oil on canvas, 60.6x45.5cm, 2022  [사진 라흰갤러리]
손위혁, '불독', Oil on canvas, 60.6x45.5cm, 2022 [사진 라흰갤러리]

 

손위혁 작가는 가상의 사이버 세계에서 자주 접하는 말초적인 흥밋거리와 빠르게 휘발되는 이미지, 입증되지 않고 쏟아지는 정보들로부터 존재의 고립을 느꼈다. 작가는 정보의 과부하가 일어날 때 픽셀이 깨지거나 일그러지는 등 궤도를 벗어나 뒤틀리고 고장난 심상을 화폭에 옮긴다. 천진난만하고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형상을 띄게 된다. 이 형상으로 작가는 과다한 정보에 노출되는 추세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카오스와 코스모스>에서는 이처럼 파편들로 이루어진 카오스와 같은 화면 안에서, 감상자가 변화의 실상과 어렴풋한 인과관계를 감지하도록 인도한다. 얼마간 무질서하게 보일 수 있는 형태가 창조의 추동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본다면 모호하고 난해해 보이는 작품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김상소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과학시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과(석사)에 재학중이다.

김정인 작가는 목원대학교에서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에서 회화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손위혁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석사)를 졸업했다.

김상소 · 김정인 · 손위혁 작가 3인전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2023년 1월 20일(금)까지 라흰갤러리(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0길 38-7)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