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흰갤러리에서 2월 2일부터 열리는 김병주, 김선희, 인영혜 작가 3인전 <뿌리의 형태 – 나의 자리>는 세계의 질서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게 만드는 안전지대, 말하자면 ‘뿌리 내리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탐색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특정 장소에 관한 애착과 사유를 ‘뿌리’에 대한 욕구에 빗대어 접근하는 것이다. 

조각, 공예 1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실존적 내부성을 체험케 하는 이 공간이 자신의 모든 것을 전시하고 건설할 수 있는 '나의 자리'임을 설명하며, 특히 작업의 의미가 공간으로부터 시작되어 공간 안에서 결실을 맺는 세 작가를 조명한다. 

김병주, Ambiguous wall-Fragments 01,05, 2021, Laser cut steel, Urethane paint, Acrylic board, 90 x 90 x 12 cm [사진 갤러리 라흰]
김병주, Ambiguous wall-Fragments 01,05, 2021, Laser cut steel, Urethane paint, Acrylic board, 90 x 90 x 12 cm [사진 갤러리 라흰]

작가들의 작업에서 각자의 뿌리가 되는 공간이 어떠한 중요성을 지니는지, 혹은 작품을 공간에 들이어 어떻게 이들이 ‘나의 자리’를 건설하는지 살펴보고, 작가가 만들어낸 공간을 관객들 또한 자신만의 감각으로 읽어내기를 권유한다. 

투시가 적용된 작가 김병주의 작업은 차단되지 않는 시야로 철제 구조물의 경계를 통과하며 중첩되는 시공간을 포착한다. 작품의 내부가 막히지도 트이지도 않기 때문에 관객은 정면을 보는 동시에 측면과 후면을 인식하고, 동선이 바뀜에 따라 지금 시야에 들어온 일부가 미래에 볼 것으로, 혹은 과거에 경험했던 대상이 된다. 김병주는 이처럼 고정된 시간성을 탈피할 뿐만 아니라 종내에는 선으로 간신히 지탱되던 형상을 충돌하게 하며 미증유의 공간성을 창조해낸다.

김선희, Light Lights l solid 202301, 2023, Acrylic plates, led, etc., 2900 x 1500 x 200 mm [사진 라흰갤러리]
김선희, Light Lights l solid 202301, 2023, Acrylic plates, led, etc., 2900 x 1500 x 200 mm [사진 라흰갤러리]

작가 김선희는 빛을 접하는 시작점을 제로(zero)로 설정하여, 막연히 흘려보내기만 했던 빛이 바로 만물을 알게 하는 매개체였다는 자명한 이 원리를 다시 환기한다. 그는 물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재료를 토대로 감각하기 어려웠던 빛을 낱낱이 포착하고, 빛의 속도로 흘러가는 모든 찰나를 미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바로 지금의 시간으로 수렴하도록 시도한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빛의 에너지에 힘입어 공기 중에서 ‘순간’을 거듭 감지하며, 찰나와 영원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구현한다.

인영혜, 울퉁불퉁, 2021, Spandex, Cotton (filling), 32 x 32 x 15 cm, 38 x 38 x 15 cm, 60 x 60 x 7 cm [사진 라흰갤러리]
인영혜, 울퉁불퉁, 2021, Spandex, Cotton (filling), 32 x 32 x 15 cm, 38 x 38 x 15 cm, 60 x 60 x 7 cm [사진 라흰갤러리]

작가 인영혜는 자신의 손끝에 빈틈없이 밀착된 바느질로 ‘완전한 제어와 조율’에 이르기를 시도하며, 원단을 재봉하여 만든 주머니 형태들에 자유로운 형식을 부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그는 따뜻한 느낌의 벨벳 원단과 섬유 예술로서의 소프트 스컬프처(Soft Sculpture)를 다루는 등 아늑하고 온화한 마음의 결을 내밀 수 있는 함축적인 조형성을 찾았다. 작가는 그가 마련한 포근한 덩어리에 관객들이 몸을 누이고 쉬게 하며, 타래에 파인 정겨운 주름살 하나하나에 마음을 맞닿게 한다.

김병주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Chelsea College of Arts MFA 를 졸업했다. 개인전  , 를 비롯하여 단체전에 다수 참가했다. 

김선희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예학과, 사진학과(부)를 나와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3D,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개인전 ​, <빛의 단면 in 일상의 단면> 등을 개최하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인영혜 작가는 충남대학교 산업미술학과를 나와 충남대학교 대학원에서 공예전공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개인전 <눈치>, <공예트렌드페어_창작공방관>, 을 열었고 단체전에 다수 참가했다. 

 김병주, 김선희, 인영혜 작가 3인전 <뿌리의 형태 – 나의 자리>는 라흰갤러리(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0길 38-7)에서 3월 11일(토)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 (화~토요일) 오전11시~오후6시 / 월요일 휴무, 일요일 예약제 (오후2~6시, 전날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