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사물과 현상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겠습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이 공을 위로 던지면 버스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공은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직선으로 떨어지지만, 버스 밖에서 서 있는 사람에게는 공이 포물선을 그리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과 버스 밖에 있는 사람이 만나서 던진 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버스 안에 있던 사람은 공이 직선으로 올라갔다가 제자리로 떨어졌다고 말을 하고 버스 밖에 서 있던 사람은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고 말을 하면서 논쟁하게 될 것입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보아도 직선운동이 맞고 버스 밖에 있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포물선 운동이 맞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말이 틀림이 없기에 논쟁이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가 마치 버스 안에서 공을 보는 입장과 버스밖에서 공을 보는 입장과 같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진보, 보수의 관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양쪽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두 개의 관점을 모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2022년 11월 28일에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 1191명은 '자유민주주의' 등의 서술이 추가된 2022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집단 반발해 실명 선언문을 냈습니다. 반발 이유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적힌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고치려 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민주주의’라고 기술하든지 ‘자유민주주의’라고 기술하든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다툰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논란이 생기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2018 개정 교육과정에 담겨 있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이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는 ‘6·25 전쟁’, ‘민주주의’로 바뀐 내용으로 교육부가 2022년 8월 30일에 공개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면 2018 교육과정까지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 ‘자유 민주주의’란 표현이 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남침’과 ‘자유’라는 단어가 빠지게 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준비한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의 진보진영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5월에 보수진영으로 정권이 교체되어 역사를 보는 관점이 바뀌면서 역사 교과서 논쟁이 불붙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논쟁은 2018년에도 있었습니다. 2018년 교육과정에선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모두 ‘남침’이란 말이 빠졌다가 보수진영의 비판을 받자 교과서 집필 기준에는 ‘남침’이 빠진 6.25전쟁으로 하고 집필 기준의 상위 개념인 교육과정에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교육과정에서 ‘대한민국 발전’ 단원의 성취 기준에는 ‘민주주의’라고 쓰여 있고, 성취 해설에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2018 개정 교육과정에서 진보진영에서는 ‘6.25 남침’과 ‘자유민주주의’를 모두 삭제하고 싶었으나 보수진영의 반발로 교육과정에는 ‘6.25 남침’을 넣고 집필 기준에는 ‘남침’을 삭제해서 6.25전쟁으로 했으며 단원의 성취 기준에는 ‘자유’를 빼고 ‘민주주의’로 하고 성취 해설에는 ‘자유’를 넣어 ‘자유민주주의’로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진보정권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6.25 남침’과 ‘자유민주주의’를 완전히 삭제해서 6.25 전쟁과 민주주의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만들었다가 윤석열 보수정권으로 교체되면서 ‘6.25 남침’과 ‘자유민주주의’가 완전히 부활된 교육과정 시안이 11월에 발표되었고 역사교사 6552명 중 진보성향 역사교사 1191명이 반발해서 선언문을 내게 된 것입니다.

6.25 전쟁에 대해선 1990년대에 러시아의 기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북한의 남침은 역사적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6.25 전쟁 전 소련에 지원을 요청하고 소련은 중국과 전쟁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해당 문서에 담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6.25 전쟁은 남침이 확실한 사실이고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정치제도와 자유시장경제인 자본주의 경제가 결합된 체제이므로 ‘자유민주주의’가 명백한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과는 대적 관계이므로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체제와 구분이 확실한 자유민주주의라고 기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수진영은 생각합니다.

진보 진영은 80년대 중반 마르크스·레닌주의로서의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이 물밀듯 밀려들 때 영향을 받았던 운동권 세력으로 경제체제로 평등과 분배를 우선시하는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했었기에 사회민주주의 또는 인민민주주의에 우호적이고 양극화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인 자본주의에는 불편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의미하는 자유를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좋든 싫든 북한은 함께 민족 통일을 이뤄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운동권 세력의 관점에서 보면 교과서에 ‘남침’이라는 단어가 안 들어가는 것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사안을 두고도 진보와 보수는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왜 의견이 갈리는지 국내 연구자들이 뇌과학 영역에서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뇌 연결망에서 차이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서울대병원·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권준수 연구팀(장대익, 이상훈, 김택완)은 성인 106명의 정치 성향과 뇌 기능 네트워크를 분석해 뇌 연결망 차이를 확인했다고 2020년 9월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습니다.

우선 연구팀은 106명을 정치 성향 척도로 설문해 보수, 중도, 진보성향 그룹으로 나눈 후 뇌 기능을 살폈습니다. 그 결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뇌 영역들 사이의 신호전달 체계가 정치 성향에 따라 달랐습니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조절능력이나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뇌의 연결성이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보다 약 5배 높았습니다. 즉,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의 뇌는 심리적 안정성이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높았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볼 때 정치적 입장에 따라 뇌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 사태의 후유증,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패권 경제 전쟁 등으로 2023년 한국경제는 폭풍우 가운데 항해하는 배와 같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정부·기업·가계 모두에게 닥쳐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이런 위기 상황이기에 국익 차원에서 최선은 진보, 보수 정치 세력이 합심해서 위기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이 다르듯이 진보 보수 정치세력이 합심을 못 한다면 국민이 진보, 보수의 관점이 아닌 국익의 관점에서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면 시야가 넓어집니다. 이것은 버스 안에서 공을 위로 던져서 받던 사람과 버스 밖에서 바라보던 사람이 입장이 바뀌어서 서로 반대로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은 버스 밖으로 나오고 버스 밖에 있는 사람은 버스 안으로 들어가서 똑같은 공던지기를 한다면 상대방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시야가 넓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영논리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경향이 자주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이 역지사지하여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으면 국익 관점으로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은 역지사지하는 마음에서 생깁니다. 국민이 역지사지해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홍익정신을 가진 깨어 있는 의식이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