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남학습관 학생들이 1년 간 진행한 도시농부 프로젝트로 지난 16일 무와 배추를 수확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남학습관 학생들이 1년 간 진행한 도시농부 프로젝트로 지난 16일 무와 배추를 수확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농부의 고생을 알게 되었고, 생명이 자라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걸 체험했어요.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도 생겼고요.” 청소년들이 올 한해 텃밭을 가꾸며 자연을 배우고 식탁에 올라오는 재료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경험을 쌓았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남학습관 9기 학생들은 지난 11월 16일 텃밭에 심은 마지막 작물인 배추와 무를 수확하며 떠들썩하니 기쁨을 나눴다.

4월부터 진행한 도시농부 프로젝트는 창원시에서 진해구 제덕동에 6평씩 2개의 텃밭을 분양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모두 경험이 없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가며 도전했다.

학생들은 이 텃밭에서 옥수수와 감자, 상추, 치커리,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 당근, 배추, 무를 수확했다.

창원시에서 분양받은 6평 2개의 텃밭에 고랑을 내고 거름을 주는 일부터 시작한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창원시에서 분양받은 6평 2개의 텃밭에 고랑을 내고 거름을 주는 일부터 시작한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세상을 무대로 자신의 꿈을 찾는 완전자유학년제(갭이어) 과정을 밟는 중인 학생들에게 첫 농사의 경험은 각별했다고 한다. 28일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을 줌 화상으로 만났다.

김제준(20) 학생은 “도시에서만 살아서 농촌 경험을 하고 싶었고, 식자재가 내 식탁까지 오는 과정이 궁금했어요”라며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입시전쟁 상태라 꿈도 꾸지 못했는데 제 미래를 위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했어요”라고 했다. 제주살이에 대한 꿈을 지닌 제준 학생은 훗날 제주에서 농사를 짓고 살 것이라고 했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학생들이 평평한 땅에 고랑을 내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는 일 등 쉬운 게 하나도 없었고, 첫 도전이라 시행착오도 있었다.

(왼쪽) 7월 더위 속에서 옥수수 수확 후 남은 키보다 높이 자란 옥수수대의 뿌리를 캐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오른쪽) 끈질기게 자라나는 잡초를 뽑는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왼쪽) 7월 더위 속에서 옥수수 수확 후 남은 키보다 높이 자란 옥수수대의 뿌리를 캐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오른쪽) 끈질기게 자라나는 잡초를 뽑는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신유진(19) 학생은 “첫날 아무것도 없던 텃밭에 돌을 빼내고 땅을 갈아 검은 비닐을 덮었는데 그 땅이 우리 땅이 아니어서 당황했어요.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했죠”라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최유리(17) 학생은 “첫날 제가 잘못 알고 다른 분이 분양받은 이웃 밭에 거름을 뿌려서 친구들이 모두 그 밭을 일구었는데 미안했어요”라며 “평소에 채소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렇게 맛있으니 앞으로도 재밌게 키울 것 같아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심은 당근은 10%도 수확하지 못해 감자도 싹이 나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하던 학생들은 풍성하게 자란 감자를 신기해했다. 지난 7월 1일에는 청소년 도시락 반찬 배달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시민단체인 지구시민연합에 감자를 기부를 했다.

학생들은 지난 7월 1일 수확한 감자들은 청소년을 위한 반찬배달을 하는 지구시민연합에 기부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지난 7월 1일 수확한 감자들은 청소년을 위한 반찬배달을 하는 지구시민연합에 기부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정지연(17) 학생은 “예전부터 농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혼자 도전하기 힘든데 좋은 기회”였다며 “음식을 먹을 때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라고 했고, 김가현(18) 학생과 임태겸(17) 학생도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고, 음식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죠”라고 동의했다.

정채영(17) 학생은 “도시농부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하기 보다 다른 친구들과 협업하여 일을 더 빨리 끝내고 조금씩 배려하면서 협력하는 힘이 커진 걸 느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장희은(17) 학생은 “마지막 텃밭 활동에서 배추가 사람 머리의 두 배나 되는 것도 있어서 놀랐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 외에 관심이 없었는데 텃밭을 가꾸는 것도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았고 재미있었습니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신유진 학생은 “여태껏 제가 먹어온 작물에 들어갔을 정성을 헤아려볼 수 있었어요”라며 “수확한 채소로 부대찌개를 끓여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웠는데 마무리하며 괜히 아쉬웠지만 뿌듯했던 경험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