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지난 11월 15일부터 24일 제주에서 개최한 '지구시민 글로벌리더십 캠프'에 참가한 김시은 학생. 돌문화공원에서 자신과 닮은 돌을 찾았다. 사진 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지난 11월 15일부터 24일 제주에서 개최한 '지구시민 글로벌리더십 캠프'에 참가한 김시은 학생. 돌문화공원에서 자신과 닮은 돌을 찾았다. 사진 본인 제공

청소년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은 깊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직접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경우에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오랫동안 매진했던 것이 나의 길이 아닐 때 새로운 선택을 하는 데는 무척 큰 용기와 계기가 필요하다.

국내 최초 갭이어형 대안 고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지난 11월 15일부터 24일 제주에서 ‘지구시민 글로벌리더십 캠프’를 개최했다. 벤자민학교 부산학습관 김시은(18) 학생은 이번 캠프에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계기와 자신감을 찾았다고 한다. 다음은 김시은 학생의 캠프 참가기다.

김시은 학생은 제주 지구시민 글로벌리더십 캠프를 통해 친구들과 협업하는 힘, 규칙적인 자기관리력을 키웠다. 사진 본인 제공
김시은 학생은 제주 지구시민 글로벌리더십 캠프를 통해 친구들과 협업하는 힘, 규칙적인 자기관리력을 키웠다. 사진 본인 제공

지구시민 글로벌리더십 캠프(이하 지구시민 캠프)는 전국 학습관에서 온 친구들끼리 10일을 함께 해야 하는데 낯을 가려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서로의 입장이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별로 노래를 개사해서 부르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가 무슨 활동을 했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가사를 바꾸어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팀원들 각자 바꾸고 싶은 가사가 모두 달랐다. 이때 무조건 내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바꾸고 싶은 내용을 합하거나 ‘첫 줄은 내가 바꿀 테니 둘째 줄은 네가 바꾸는 게 어떠냐?’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각자 조금씩 양보해 갈등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들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기를 수가 있었다.

또한, 지구시민 캠프에서는 생활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 평소 늦게 자고 무리하게 일찍 일어나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또 늦게 자는 악순환이 이어졌는데 캠프에서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연습을 통해 지금도 매일 저녁 12시쯤에 자고 아침 7시에는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평소 나의 식습관은 편식이 심하고 먹던 음식만 계속 먹었다. 캠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잔반 제로 운동’을 했기에 싫어하는 반찬이라도 다 먹는 노력을 하였다. 덕분에 편식하는 습관도 조금씩 사라졌다. 이런 체험들로 해보지 않은 것,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오면 두려워하기보다 ‘일단은 해보자’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나를 믿고 응원해줄 수 있게 되었다.

김시은 학생은 마고대장정을 통해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과 깊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을 용기를 얻었다. (시계방향으로) 도전하는 김시은 학생, 마고대장정 성공을 축하하는 친구들. 마고대장정 참가자들. 사진 본인제공
김시은 학생은 마고대장정을 통해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과 깊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을 용기를 얻었다. (시계방향으로) 도전하는 김시은 학생, 마고대장정 성공을 축하하는 친구들. 마고대장정 참가자들. 사진 본인제공

캠프 내내 이런 작은 습관을 들이고 변화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진로라고 생각했던 태권도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체력을 기르고 건강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태권도가 내 진로이자 앞길인 줄만 알았다. 왜냐하면 운동을 제외하고는 무언가 오랫동안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지구시민 캠프에서 진짜 내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캠프에 오기 전부터 이번 기회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이 오랜 고민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라도 얻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내 고민을 아셨는지 선생님께서 나를 따로 부르셨다. 선생님은 오랫동안 운동을 했지만, 그만두고 ‘패션’이라는 전혀 다른 진로를 찾은 선배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내가 하는 운동은 일반인보다는 강도가 높지만, 선수보다는 강도가 약한 애매하게 어중간한 상태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마 나 자신도 이미 지금의 상태를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야 나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돌아볼 수 있었고, 정말 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개인 면담이 끝난 다음 날, 마고대장정을 하게 되었다. 밤에 손전등 불빛 하나에 의지하여 오로지 나 혼자서 산을 넘어 도로를 걸어 숙소로 돌아오는 활동이었다. 비가 와서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마고대장정이 끝날 때쯤 9년째 해왔던 운동을 그만두고 내가 진정 원하는 꿈을 찾고 경험을 쌓기 위한 시간을 1년 더 갖기로 했다. 벤자민학교에서 더 다양한 도전과 경험으로 내 안의 자신감과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물론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기에 그만두는 것이 어렵겠지만, 각오를 단단히 했다. 그리고 누군가 ‘오랫동안 해온 것인데 아깝지 않겠어? 그냥 더 해보지 그래?’라고 말해도 당당히 나의 의지를 밝힐 용기가 생겼다.

9년 동안 내 그릇에 운동만 담아뒀기에 다른 것을 채워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운동이라는 물을 비우고 새로운 나를 채워 넣을 것이다. 이런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준 이번 캠프의 경험이 너무나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