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멸망 후 고구려와 백제, 신라, 가야의 기반이 된 고대 삼한(三韓)은 지금까지 역사적 복원과 연구가 부족해 한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사진 김서희 기자]
전북 마한 문화의 핵심인 곳으로 평가받는 완주군 상운리 유적 [사진 김서희 기자]

1990년대 이후 유적과 유물의 발굴, 문화재 지정으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마한의 역사 흔적을 따라가는 유적답사가 지난 2일 진행되었다. 이번 답사는 전북국학원이 주최‧주관하고 전라북도가 후원한 ‘고대문화의 바른 인식을 위한 유적지 답사’ 중 첫 번째 답사이다. 답사는 마한 고분군과 고창 고인돌을 주제로 총 2차시로 계획되었다.

고대 삼한 가운데 하나인 마한(馬韓)은 54개의 부족 국가로 이루어져 있으며, 훗날 백제 건국의 기반이 됐다. 1917년에는 나주 신촌리 9호분 을관(乙棺)에서 묻혀있던 금동관이 출토되면서 국보 제295호 나주 신촌리 금동관으로 지정되었고, 1996년에는 나주 복암리 3호분 96석실의 발굴 등으로 역사 흔적들이 드러났다. 문헌 기록이 적은 마한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유물 자료로 인해 1990년대 이후부터 점차 마한 역사가 재조명됐다.

더불어, ‘고대의 역사 문화, 오늘의 유산, 미래의 자산’을 비전으로 특별법과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역사적 가치 조명과 지역 발전 및 가치 세계화를 목적으로 마한역사문화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 김서희 기자]
답사팀은 용암-3호 굴식돌방무덤에 대해 우대한 박사 해설을 듣고 있다 [사진 김서희 기자]

첫 방문지는 전북 완주군 용진읍 상운리 유적 공원이었다. 완주군 상운리는 전북 마한 문화의 핵심인 곳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상운리 유적에서 확인된 분구묘는 총 35기로 분구묘 내부 및 주변에는 토광묘 147기, 옹관묘 45기, 석관묘 11기, 내부에서는 각종 토기류 280여 점, 철기류 360여 점, 옥류 3500여 점이 발견되었다. 분구묘는 미리 흙이나 돌로써 봉분과 같은 분구를 조성하고 그 위에 매장시설을 만드는 무덤양식이다. 이 유적은 2003년에서 2006년까지 전북대학교에 박물관에 의해 발굴 조사되었다.

공원에는 완주 용암·용교마을 유적도 재현되어 있다. 유적은 고속국도 제27호선 전주-남원 간 건설공사 구간 내 문화유적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들로, 30여 기의 백제시대 무덤 중 ▲용암-3호 굴식돌방무덤 ▲용암-1호 기와무덤 ▲용암-8호 굴식돌방무덤 ▲용교-5호 앞트기식돌덧널무덤 ▲용교-6호 굴식돌방무덤 ▲용교-16호 앞트기식 돌덧널무덤이 재현되어 있다.

[사진 김서희 기자]
백제시대 무덤 중 용교-16호 앞트기식돌덧널무덤 [사진 김서희 기자]

‘용교-16호 앞트기식돌덧널무덤’은 바닥 전체에 깬돌이 깔려 있고, 외부로 이어지는 배수로가 있다. 껴묻거리는 내부에서 세 발 토기와 작은단지, 뚜껑 있는 잔 등이 입구 부근에서 출토되었고 입구 맞은편에서는 금동제 귀걸이가 확인되었다. 다른 무덤에도 비슷한 껴묻거리가 확인되었으나, 용암-3호 굴식돌방무덤과 용암-1호 기와무덤, 용암-8호 굴식돌방무덤에는 출토되지 않았다.

답사팀은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마한박물관으로 장소를 이동했다. 마한박물관 김소희 학예연구사는 익산에서의 마한 문화에 관해 ▲익산의 선사와 마한의 성립 ▲마한에서 백제로의 변화 ▲마한의 생활문화 총 세 가지 주제로 해설을 진행했다.

김 학예 연구사는 “고대인들은 ‘새’를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인식하여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했다”라며 “특히 마한 사람들은 새를 영혼과 관련된 존재로 생각하여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가는 길을 새가 인도한다고 믿었고, 새 모양의 토기를 만들어 같이 무장한 것으로도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 시기 다양한 새 모양으로 솟대, 공헌물, 토기 등이 제작되었다.

답사팀 우대한 박사(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는 “높이 나는 새는 ‘해’를 상징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고조선 시대에는 해와 새를 동일시 여겼고, 광명光明을 상징한다”라며 청동거울을 언급했다.

[사진 김서희 기자]
마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파리의 줄기와 비슷한 무늬가 새겨진 엽맥문의 다뉴조문경 청동거울 [사진 김서희 기자]

청동거울은 빛을 반사하고 물체를 비추는 거울 면과 장식무늬가 새겨진 뒷면으로 나뉘는데 마한박물관에는 이파리의 줄기와 비슷한 무늬가 새겨진 엽맥문의 다뉴조문경 청동거울이 전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우대한 박사는 “고조선 시대 줄무늬 무늬는 햇살을 상징하며, 청동거울은 사람이 ‘빛’이라는 것을 물건으로 남겨서 전하려고 했던 대표적인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답사 2차시는 ‘고창 고인돌’을 주제로 9월 3일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