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미래지식은 ‘미래지식 클래식’ 시리즈의 첫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출간했다.

《데미안》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한 소년의 치열한 성장 과정을 다룬 소설로 헤르만 헤세가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했다.

도서출판 미래지식은 ‘미래지식 클래식’ 시리즈의 첫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출간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도서출판 미래지식은 ‘미래지식 클래식’ 시리즈의 첫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출간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우리나라에서 이미 《데미안》은 수십 종의 번역본이 출간되었고, 각색본에 이어 만화 《데미안》 출간도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런 《데미안》을 미래 클래식 시리즈 첫 책으로 번역 출판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지식 클래식’은 읽고 또 읽는 세계적인 고전으로 《데미안》을 선정했다. 오랜 세월 동안 읽히고 또 읽히며 전해온 세계적인 고전은 반복해서 읽어도 감동을 선사한다. 청소년과 성인들이 꼭 읽어야 할 인생의 지침이 될 명작을 선별해 구성했다.

또한 역자에 따라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전문 번역가를 선정해 원전의 깊이 있는 풀이를 담았다. 아울러 검증된 번역가의 해석을 충분히 실어 독자들의 폭넓은 해석을 돕는다.

깔끔하고 품위 있는 디자인을 추구해 책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반영한 표지 디자인과 오래 두고 읽을수록 편안함을 느끼는 본문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미래지식 클래식’ 시리즈의 첫 책으로 선정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역자인 변학수 교수는 좀더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변학수 교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유럽어교육학부 독어교육전공 교수로 있다.

‘미래지식 클래식’ 시리즈의 첫 책,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사진=김경아 기자]
‘미래지식 클래식’ 시리즈의 첫 책,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사진=김경아 기자]

변학수 교수는 《데미안》의 “역자 해설” 가운데 ‘다시 번역하는 《데미안》 그리고 방탄소년단BTS’라는 제하의 글에서 "음악적 조성과 리듬은 헤세의 모든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데미안》을 프로테스탄트적 음악 분위기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며 "어느 곳에서든 이 음악적 분위기를 감지하고 번역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종전 번역본에서 가톨릭 용어로 번역된 몇몇 표현들을 헤세 시대의 종교적 유산인 프로테스탄트-경건주의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 꼭 필요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무의식 세계를 서술하는 대목들에서도 정신분석학적 개념이 좀 더 보완될 필요를 느꼈”고 “한국에서 예민한 문제인 성과 관계되는 서술도 구체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고 새로 번역하는 까닭을 설명했다.

특히 변학수 교수는 《데미안》이 최근 방탄소년단(BTS)에 의해 다시 조명되고 있는 것을 책을 번역하게 된 동기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BTS는 내면적이고, 계시적인 《데미안》 의 메시지를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삶으로 아주 멋지게 재생산해냈었다. BTS의 작품이 정체된 우리나라의 헤세 해석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상찬하고 "BTS가 표현해 내듯이 싱클레어의 솔직한 내면세계를 좀 더 쉽게 풀어 독자들과 다시 읽고 싶었다"고 밝혔다.

2016년 BTS는 앨범 쇼트필름 <WINGS>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에 실린 <피, 땀, 그리고 눈물>의 뮤직비디오와 영상들은 《데미안》을 그들만의 언어로 21세기 청소년들에게 새롭게 소개한다.

BTS의 앨범이 아니더라도 《데미안》은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인기가 높았다. 이는 《데미안》이 지닌 서정적인 분위기, 유럽적인 것, 심층심리학이나 이교, 독심술 같은 낯선 것에 관심과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청소년 필독서 지정이나 대학입시와 관련지어 보기도 한다. 역자인 변학수 교수는 어떻게 볼까.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청소년기를 학교에서 보냈다면 이 책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인기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우리의 문학적 근대와 맞물리는 시기인 것 같다. 70년대는 출세나 사회적 신분이 아닌 개인의 존재, 내면적 가치에 눈을 뜨는 시기가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권력과 내면의 진짜 자기를 찾아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탐구하는 싱클레어의 성장기는 청소년기에 겪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 점에 우리나라에서도 열광했던 듯하다.

또한 서양의 많은 사람이 왜 《데미안》이 유독 한국에서 많이 읽히는지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변학수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헤세가 겪었던 독일 경건주의 도덕주의와 한국 유교의 도덕주의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세가 겪었던 당시 독일은 부권과 권위가 중요한 시기였다. 청소년들은 이런 점에서 싱클레어의 고통에 깊이 공감한다."  

《데미안》은 출세나 사회적 신분 상승에 집착하지 말고 개인의 존재, 내면의 가치에 눈을 뜨라고 충고한다. 그 말을 따르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의 진통을 겪는 싱클레어의 삶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는 이러한 싱클레어의 솔직한 내면세계를 좀 더 쉽고 정확한 번역으로 풀어, 독자들에게 원전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데미안》 속에 있는 선과 악, 쾌감과 고통, 만남과 이별, 코스모스와 카오스, 사랑과 불화 등 우리가 피하고 싶지만 반드시 만나야 하는 것들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게 해석했다.

책 뒤에 붙인 "역자 해설"은 《데미안》을 더욱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그렇게 하여 미래지식 클래식이 의도한 대로 《데미안》이 반복해서 읽어도 매번 색다른 감동을 주는 책이 되지 않겠는가.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뒤편에 요약한 “《데미안》의 줄거리”를 읽고 이전 기억을 되살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