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은 한국학 종합학술지 《한국학》(구 정신문화연구) 2020년 겨울호(161호)를 발간하였다.

이번 호는 역사 속에 나타난 공동체의 협력과 빈민구제 등의 문제를 “조선시대 향촌 사회조직과 공동체”라는 기획 주제로 다뤄, 4편의 기획논문과 4편의 일반논문을 수록하였다.

이번 기획논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호혜와 협동의 계보학’ 연구과제 <조선시대 사회조직과 공동체의 운영원리-호혜와 협동의 사례 탐구>의 2차년도(2019년) 연구 성과를 모은 것이다. 1980년대 이후 활발하게 진행된 조선시대 향촌사회 연구는 한국사 연구의 발전적 체계화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는데, ‘향촌사회사’라 불릴 정도로 촌락과 지역사 문제에 집중하였다. 이로써 조선왕조의 발전과정을 사족지배체제의 해체과정이라는 틀로 해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지역사회 소통과 통합, 촌락의 공동체적 질서와 그 운영원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지배와 저항에 초점을 둠으로써 지역사회 조직, 집단간의 연대와 협력의 측면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못하였다. 이번 특집은 기존 연구의 한계 극복을 위해 향촌사회의 조직과 규율, 자치적 질서와 그 운영원리를 사례를 중심으로 재조명했다.

우선,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조선시대사 전공)는 “조선시대 훼가출향(毁家黜鄕)의 성격과 전개 양상”에서 양반들의 향촌사회 내부에서 자율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는가를 해명하기 위해 ‘훼가출향’에 주목하였다. 훼가출향(毁家黜鄕)은 지방에서 중대한 죄를 지은 경우 집을 부수고 고을에서 쫒아내는 처벌을 말한다. 고려 때는 고을 수령을 능욕한 자의 집을 부수고 쫓아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선중기 이후에는 양반 사족이 관권을 넘어서는 것을 막아 백성에 대한 사사로운 형벌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문숙자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조선시대사 전공)은 “조선후기 양반가의 빈민구제와 그 사회적 성격”에서, 윤선도(1587‒1671) 가문이 16세기에 전라도 해남 인근에 정착하면서 간척사업 등을 통하여 재산 축적한 과정을 고찰하였다. 이 윤씨 가문은 국가가 아닌 개인이 추진한 간척사업을 통하여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빈민을 구제하기도 하였다. 윤선도의 증손자 윤두서(1668‒1715)는 남해안이 해일 때문에 피해를 입어 생계 터전이 모두 사라져 버리자, 지역 주민을 동원하여 나무를 벌채하고 소금을 굽게 하여 수백 호의 주민을 굶어 죽을 위기로부터 구했다.

정수환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조선시대사 전공)은 “조선후기 경주 방어리 사계(射契)와 동계(洞契)의 호혜와 협동 가치”에서 마을 공동 자산의 운영과 관리를 추적하였다. 경주 방어리에는 1665년(현종 6)부터 동계가 구성되어 19세기까지 계속되었다. 이 계의 규약에는 과거 준비, 재난 등과 같은 임시 변동 사건에 대한 대응을 포함하고 있었고, 공유자산으로 목초지를 만들고 길흉에 대비하였다. 이 과정에 계원들 사이의 신의와 협동 사례를 분석하였다.

조영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사 전공)는 “조선후기 상인 조직의 인원 구성과 변동”에서 충청남도 서남부의 모시(苧)가 많이 생산되는 여덟 고을인 ‘저산팔읍(苧産八邑)’의 보부상들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상호부조, 의례 등 호혜(reciprocity)와 관련된 사항이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살폈다. 부조금 수취나 지급과 관련된 사례는 찾을 수 없었지만 구성원이 관부의 통제 없지 자체적으로 처벌하는 관행은 초기에는 있었지만 점차 소멸되어 갔음을 밝혔다. 이외에도 4편의 일반논문이 게재되었다.

《한국학》은 계간 학술지로서, 1978년 창간이래, 역사, 철학, 어문, 예술, 문화, 종교,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한국학 전반의 관련 주제를 다루어 왔다. 2019년 여름호(통권 155호)부터 《정신문화연구》에서 《한국학》라는 제호로 변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