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딸 태경이가 우리나라 첫 자유학년제 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진학한 후 1년 간 지켜보면서 벤자민학교만의 문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벤자민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이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된다. 딸 태경이가 쉽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갈 수 있던 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였다. 반대하던 남편도 태경이가 “정말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무엇이 진짜 자기를 위해 도움이 되고,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자 이해하고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 윤태경 학생의 어머니 김현옥 씨.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 윤태경 학생의 어머니 김현옥 씨.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선택한 딸 아이는 학교의 여러 가지 장점들 중 하나로,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시간을 꼽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벤자민학교에 입학했기에, 친구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조금은 부러워했다. 하지만 친구들처럼 교실에서 주어진 시간표대로 공부하는 대신 태경이는 고등학교 1학년 1년의 시간을 스스로 시간표를 짜고, 스스로 활동하고 점검하면서 시간의 주인이 되었다.

벤자민학교의 시스템은 주 1회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 프로젝트 워크숍, 글로벌 리더십 지구시민 캠프, 그리고 멘토 제도, 예체능 활동과 3개월 직업체험 활동을 통해 세상 속에서 직접 부딪혀 배우고 깨우치는 시간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정해진 길에 익숙한 아이는 새롭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호기심으로 설레기도 했었고,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들로 방황도 했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는 것은 어른인 우리도 쉽지는 않은 일인데, 하물며 17살 소녀에게 스스로 찾고 도전하고 책임지는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힘들어 하기는 했지만 끝까지 해내는 힘이 길렀다.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는 일들도 다 디딤돌이 되어주는 시간이었다. 활동하는 공간들, 흘러가는 시간을 잘 활용했던 것이다.

딸은 2017년 3월 입학식을 하고, 그 달에 3개월 직업체험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태경이가 생각하기에 어차피 해야 하는 직업체험이라면 빨리 체험 해보고, 그 경험으로 다른 것을 더 해보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새롭고 생소한 환경이었기에 몸도 마음도 적응이 어려웠나 보다. 부모로서 힘들어 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 아이가 힘든 일정을 소화해 내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벤자민학교의 시스템은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찾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도록 했다. 아이는 벤자민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해야 할 프로젝트 중에 장기 프로젝트로, 창작 뮤지컬 ‘한울’에서 앙상블을 맡았다. 뮤지컬 연습을 전주에서 하였기에 매주 금요일 아침, 대구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전주터미널에 도착하면, 다시 시내버스를 1시간을 타고 연습장까지 갔다. 연습하고 당일 돌아오기도 하고, 1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힘든데도 스스로 하겠다고 선택한 일이라 참아내고 이겨내려는 시간이 쌓이고 쌓여 10개월의 긴 프로젝트를 마쳤다. 태경이는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며 오랜 시간 무엇인가를 힘들게 해 내는 지구력을 길렀다.

딸이 마련해준 제주도 힐링 여행이 너무도 고마워

태경이가 한 개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외국에 혼자 다녀오기가 있었다. 벤자민학교 활동 중에 외국어 공부가 있었기에 틈틈이 일본에 있는 친구와 연락을 하고, 조금씩 익히더니 일본 자유여행 10박 11일을 주변의 경제적 도움도 없이 다녀왔다. 혼자서 여행지 검색하고 숙소를 정하고, 환전도 알아서 다 챙겨 다녀왔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글로벌 리더십 지구시민캠프를 마치는 날에는 엄마인 내 비행기 표를 예약해 놓고,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감사함을 표현하며 힐링할 시간을 선물한 철든 딸이 너무나 고마웠다.

태경이는 항상 ‘코이의 법칙’을 말한다.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자라는 물고기처럼 자신도 자유롭게 세상 속에서 잘 성장하겠다고 말이다. 벤자민학교를 다니는 기간은 1년이지만, 졸업하고 나서 더 깊이 있게 벤자민 프로젝트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고 도전해 본 경험이 있고,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성장과정을 발표하면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일 것이다. 올해 3월 졸업한 후, 4월에 검정고시에서 좋은 점수로 합격도 했다.

그리고, 대구시청소년지원재단에서 진행한 직업과 진로라는 의미의 ‘직진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고, 그 활동을 통해 청소년 소통마당 사회를 보았다. 또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그 자격증으로 직업을 연계해서 직업 활동도 하고 있다. 벤자민학교 과정은 졸업이 끝이 아니라 그 경험과 그 가치가 계속 연결된다.

벤자민학교에서 지구를 가슴에 품은 아이들은 지구를 살리는 지구시민으로 꿈의 크기도 마음의 크기도 커지는 것 같다. 작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아이가 되었고, 더 나아가 세계평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태경이는 국제 청소년 평화세미나에 참석했다.

벤자민학교는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것을 얻을 기회를 주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문제 해결력이 무척 좋아졌다. 태경이는 하나의 기회가 또 다른 기회를 만들고, 또 다른 환경을 만들어 기회가 되는 경험도 했다.

지난 8월, 일본 평화세미나에서 일본 친구와 대만, 미국, 중국 친구들을 만났다. 아이는 9월에 일본 자유여행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일본 친구와 더욱 많은 대화를 하며 가까워졌다. 9월 일본여행을 떠나는 공항에서 태경이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을 보고, 그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공항에서 어느 금융회사 CEO와 우연히 만나 벤자민학교에서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 CEO는 인생을 앞서 살아본 어른의 눈으로 태경이를 남다르게 봐 주었고 자신의 회사에서 강연할 기회를 주었다. 회사 직원들의 ‘문화의 날’ 행사에서 18살 학생인 태경이는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자신의 벤자민학교 경험을 전했다. 짧은 시간임에도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 직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관심 있게 경청하며 격려와 응원의 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강연 후 그들은 벤자민학교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긴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나도 그 자리에서 벤자민학교에서 하는 인성캠프와 학교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관심을 보였던 학부모 중에는 인성캠프에 참가신청을 한 분도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생애 첫 강연을 한 태경이는 세계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책으로 엮어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강연하는 꿈도 품었다고 한다.

나는 많은 청소년이 행복한 청소년이 되길 바라며,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