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를 읽으며 두 아들의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생활과 부모인 나의 성장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이 학교가 아니었으면 현재 만큼 아이들이 단단해져 있었을까?”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육동현, 3기 육정현 학생 어머니 허선영 씨. [사진=본인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육동현, 3기 육정현 학생 어머니 허선영 씨. [사진=본인제공]

첫째아이 동현이에 이어 자유학년제 과정을 마친 둘째아이 정현이를 보면 대견하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정현이는 자신의 꿈을 찾았고, 그 꿈을 향해 몰입하는 과정에 엄마가 도움을 준다거나 조언을 할 빈틈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정현이는 학교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신이 찾은 꿈인 캐릭터를 그리는 공부도 스스로 잘해 가고 있다.

예전 정현이는 엄마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는 아이였다. 하지만 요즘은 주관이 뚜렷해져 엄마의 제안이더라도 본인의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고민에 대해 엄마와 길게 이야기하기보다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별히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 하는 정현이를 보고 있노라면, 약간의 서운함도 느끼지만, ‘내 아이가 다 컸구나.’하는 게 느껴진다. 2016년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를 다니던 기간 동안 정현이가 앞으로 살아갈 삶이 잘 보이지 않아도 믿고 기다릴 수 있었다.

벤자민학교에는 아이들의 멘토면서 부모와 같은 선생님이 있었다. 아이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힘든 점을 공감해주고 아이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아이가 어렵게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곁에서 격려해주고, 함께 해주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었다.

또한 벤자민학교 선생님은 엄마가 아이를 잘 이해하도록 길을 열어주었고, 엄마의 걱정과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해주었다.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 평가하지 않고, 아이의 존재 자체로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또한 아이와 소통을 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 주었고, 엄마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아이들이 개인 프로젝트의 힘든 과정을 넘어 어렵게 성공을 이루는 그 순간에 곁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려주신 분도 선생님이었다. 아이에게는 최고의 후원자였고, 엄마에게는 교육 멘토였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고 끌어주고, 부족한 친구를 기다려주면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고나면 한 단계 성장해 있고 경쟁이 아닌 협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정현이는 친구들과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여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고, 친구들과 함께 의논하고 준비하여 서울에서 해남까지 500km를 걸어서 국토 대장정을 마쳤다. 다리가 아파 중간에 포기하는 친구, 걷기 힘든 평발임에도 대장정에 참여한 친구, 수술한 다리가 아파 도저히 걸을 수 없게 되어 버스를 갈아 타가며 함께 한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마쳤다.

비를 만나 대장정을 중단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던 갈등의 시간, 땡볕에 쌩쌩 달리는 차들 옆에서 고속도로를 걷다가 경찰차에 의해 진행이 통제되는 상황, 대견하다며 격려와 맛있는 먹을거리를 사주신 어른들. 이런 다양한 세상 경험을 했다. 여러 가지 체험과 캠프생활, 여행 등을 통해 많은 것을 체험한 1년의 벤자민학교 생활 이후, 정현이는 자신이 매우 고귀한 존재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표현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게 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벤자민학교 2기를 마친 큰 아이와 3기를 마친 작은 아이는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현이가 동급생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입학했기때문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대학은 잘 진학할 수 있는지, 꿈을 향해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엄마 마음에 가끔 걱정을 하게 된다. 곁에서 아이를 자세히 들여다 봐 주고 엄마에게 공유해 주셨던 벤자민학교 선생님이 안 계시니 그런 것 같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교육을 해주시고 이끌어주셨던 선생님이 내게 더 큰 위로와 힘이 되었던 것이다.

대안이 없으면서도 경쟁을 부추기는 현재의 교육제도가 싫었던 나에게 인성 중심의 체험교육을 통해 자존감을 찾게 하는 벤자민학교의 교육은 희망과 위로가 되었고 잘 성장한 두 아이들은 답을 보여주고 있다.

또래 청소년을 위한 라이브 토크콘서트를 기획하여 무대에 올리고 큰 성공의 경험을 거둔 첫째 아이, 서울에서 땅끝 해남까지 500킬로 넘게 걸어서 국토종주를 하고, 멘토들과 함께 그림 전시회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던 둘째 아이!

그렇게 자신을 발견한 이후 아이들은 거침없이 세상 속에서 자신을 펼쳐나가고 있다. 첫째 아이는 경영컨설턴트의 꿈을 향해 혼자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가며 영국에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둘째는 자신의 꿈인 웹툰 작가, 캐릭터 작가가 되기 위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는 고3 수험생을 눈앞에 두고도 대부분의 시간을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경쟁이 없고 성적표도 없고 교실도 없고 대신 우리와 함께 해 줄 선생님과 친구들, 멘토가 있는 세상 속의 학교를 거쳐 우리 아이들과 나는 이렇게 큰 자유를 얻었다.

둘째 아이는 대학에 진학할 준비를 알아서 혼자 다 하고 있다. 고3 생활을 잘 보내고,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할 때 즈음, 여유를 가지고 다시 내게 친구 같은 아들로 다가올 것이다. 그동안 경험한 대로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 아이를 튼튼하게 성장시키는 지름길임을 다시 되새겨본다.

아이를 경쟁에 내몰고 싶지 않았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아이를 온전히 믿게 해 준 열린 학교 벤자민학교를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라는 책을 통해 여러 사람의 가슴에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