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말한다.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날을 크게 경축하여 으뜸가는 명절로 여겼다. 설날은 원일(元日)·원단(元旦)·원정(元正)·원신(元新)·원조(元朝)·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연두(年頭)·연수(年首)·연시(年始)라고도 하는데 대개 한 해의 첫날임을 뜻하는 말이다. 신정(新正)으로 일컬어지는 양력설의 상대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설’은 무슨 뜻일까. 설을 달리 신일(愼日)이라고 하여 ‘삼가는 날’, “말이나 행동을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 풀이하기도 한다. ‘낯설다’의 ‘설다’에서 설의 뜻을 찾기도 한다. 낯섦은 ‘한해 시작의 첫 시간’에 대한 종교적 경건성에서 비롯한다.

 

우리나라의 설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7세기 중국 사서에 보인다. 『수서』와 『구당서』의 신라 관련 기록에는 “매년 정월 원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고려시대에는 9대 속절(俗節)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4대 명절의 하나로 중히 여겼다. 설을 다른 절기나 명절보다 중히 여긴 것은 설이 한해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 겨울에서부터 즐기던 연날리기는 정월 보름까지 계속되다 정월대보름날 실을 잘라 날려보낸다. 이를 '액연날리기'라 한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설 풍속을 살펴보자. 섣달 그믐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 이를 수세(守歲)라 하는데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복을 끌어 들인다는 복조리를 사서 집에 걸기도 한다.

설날 아침에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데, 이를 ‘정조차례(正朝茶禮)’라 한다. 차례를 지낸 다음 가족끼리 세배를 하고 새해 덕담을 나눈다. 집안 어른들이나 마을 어른들을 찾아뵈고 세배를 한다. 이는 한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뜻이다. 차례를 마치고 가까운 집안끼리 모여 성묘를 한다.

 

남녀 어린아이들이 모두 새옷을 입는데 이를 세장(歲粧) 또는 설빔이라 한다. 이 옷을 입고 차례를 지낸 뒤에 대보름날까지 갈아입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에는 세장보다 ‘설빔’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새해 덕담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미풍양속이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덕담 풍속이 나온다.

“설날부터 3일 동안은 시내의 모든 남녀들이 왕래하느라고 떠들썩하고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길거리에 빛나며,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웃으면서 ‘새 해에 안녕하시오’하고 좋을 일을 들추어 하례한다. 예컨대 아들을 낳으시라든지, 승진하시라든지, 병환이 꼭 나으시라든지, 돈을 많이 벌라든지 하는 말을 한다. 이렇게 남의 바라는 바를 말하는 것을 덕담이라 한다.”

아이들은 섣달그믐 무렵부터 즐기던 연날리기는 정월 대보름까지 한다. 대보름이 되면

연의 등이나 꼬리에다 ‘액(厄)’ㆍ‘송액(送厄)’ㆍ‘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글자를 써서 띄우고 얼레의 실을 모두 푼 다음 해질 무렵에 실을 끊어 멀리 날려 보낸다. 이는 액막이의 의미를 담은 행위로, ‘액(厄)연 띄우기’라고 한다.

 

설날 무렵 윷놀이·널뛰기·승경도놀이·돈치기 등을 한다. 설날에는 윷놀이를 많이 하였다. 지금도 농촌에는 설날 곳곳에서 윷판을 볼 수 있다. 윷놀이는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이 집 안에서도 하고 밖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어울려 하는 정초의 가장 보편적인 놀이다. 윷의 종류도 장작윷과 밤윷이 있고 놀이 방법도 다양하다. 윷놀이를 통해 그해 운수를 점쳐 보기도 한다. 윷놀이와 윷점에 관해서는 『경도잡지』에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정초에 널을 뛰는 풍속이 있는데 널을 뛰면 그해에 발에 좀(무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널뛰기는 여자들이 즐기는데 역시 『경도잡지』에 놀이에 관한 기록이 있다.

▲ 윷놀이는 정초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놀이였다. 이전에는 설을 맞아 윷점을 치기도 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승경도(陞卿圖)는 승정도(陞政圖)·종경도(從卿圖)·종정도(從政圖)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주로 양반 가문의 젊은이들과 여자들이 즐겨 놀던 실내놀이로 관직이나 학업의 등급을 차례로 기입하고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끗수대로 승진하거나 후퇴하는 방식으로 한다.

돈치기는 정초에 청소년들이 동전이나 동전 모양의 쇠붙이를 가지고 노는 놀이인데 이는 『동국세시기』에는 「정월 대보름」편에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