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구 장산 양운폭포(사진=윤한주 기자)

“마고당이라고 아십니까?”

“모르겠는데예.”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장산에 오르는 등산객에게 마고당을 물어보니 2명 중의 1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마고당은 대천공원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있지예”
“감사합니다.”
 
장산 입구에서 폭포사, 양운폭포, 대천체육공원을 오르면서 마주친 안내판을 살펴보니, 시민들이 헷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고당과 천제단을 표시한 곳도 있었지만 하지 않은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장산은 해발 634m로 산과 바다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 오르면 해운대신시가지를 비롯한 수영만 등 주변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조선시대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장산은 일본 대마도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주말임에도 장산을 찾는 부산시민은 많지가 않았다. 서울의 북한산이나 도봉산은 주말이면 등산객이 많은 것과 비교됐다. 6.25 이후 오랫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방됐지만 꼭대기에는 여전히 군부대 철조망이 있다. 대부분 여름 휴가지로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을 뿐 소나무 숲이 우거지고 계곡이 흐르는 부산의 진산을 찾지 않는 이유다. 
 
▲ 부산 장산 신선교(사진=윤한주 기자)
 
양운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에 여름의 더위를 잊을 만 하다. 대천체육공원 앞에 있는 신선교가 눈에 띈다. 반가부좌로 앉아서 명상에 잠겨보면 어떨까? 두 손 바닥을 5cm에서 10cm로 모았다가 떼면서 에너지(氣, energy)를 느끼는 단학의 지감(止感)수련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대천체육공원에서 바가지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주위를 둘러봤다. 마치 약수터에서 온 것처럼 시민들이 철봉이나 밧줄을 잡고 운동을 한다.  한쪽에는 태극기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장관을 이뤘다. 
 
이곳은 애국지사 강근호의 길이다. 해운대구는 지난 3월 장산 대천공원∼모정원 2㎞의 '장산로1' 을 명예도로 '애국지사 강근호 길' 로 명명했다.  
 
▲ 부산 장산 애국지사 강근호 길(사진=윤한주 기자)
 
강 지사는 대일항쟁기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6.25전쟁에도 참전했다. 정부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장산에는 강 지사의 부인인 이정희 여사가 거주했던 모정원이 있다. 
 
마고당과 천제단을 가려면 ‘애국지사 강근호 길’을 걸어야 한다. 당시 김좌진 장군이 모시던 지도자가 대종교인 백포 서일이었다. 강 지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태극기를 바라보니, 단군의 정신으로 독립운동을 펼쳤던 역사가 펼쳐지는 듯했다.  백포 서일은 누구인가? 기사(바로가기 클릭)
 
장산에는 바윗돌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돌들은 정상부의 암벽에서 떨어져 나와 비탈면에 쌓인 것이다. 이른바 너덜겅, 돌서렁 또는 테일러스(Talus)라고 한다. 대표해서 ‘장산의 너덜겅’이라고 부른다. 잠시 둘러보고 다시 길을 따라나선다. 
 
조금씩 숨이 차오르는 데, 굴착기 소리가 요란했다. 마고당을 가려면 공사장을 지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공사장보다 마고당과 천제당 안내판을 먼저 만날 수가 있었다. 계단을 딛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숲길 사이로 마고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 부산 장산 마고당(사진=윤한주 기자)
 
처음에는 돌담이 마고본당을 둘러싸고 있어서 제주도 신당을 보는 듯했다. 인근의 자연석을 쌓은 것이다. 돌담의 규모는 높이 2~4ⅿ, 길이 25ⅿ 가량이라고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좁게 쌓아서 사다리꼴 모양을 이루고 있다. 담장 왼쪽과 뒤에는 너덜겅이 있다. 천제단을 가려면 마고당에서 너덜겅을 지나야 한다.
 
마고본당은 붉은 시멘트 벽돌 건물로 앞면 201㎝, 옆면 199㎝ 규모다. 청기와 맞배지붕 형태로 용마루 오른쪽에 치두, 왼쪽에 치미로 장식되어 있다.  ‘상산마고당(上山麻姑堂)’이라 쓴 현판과 태극 문양의 장식이 있다. 작은 무궁화 한 그루가 신단수처럼 마고당 곁을 지키고 있었다. 밑에는 제기를 보관하는 부속건물이 있다.
 
1741년 이래 장산에 기우제를 지낸 것을 시작으로 조선 중엽 이후부터 마고할미를 모신 제당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의 제당은 1924년에 중건한 것이다. 당시 당사가 낡아 비바람을 막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이후 1952년 6월에 인근 군부대의 탄약고 야적장에서 폭발한 탄약의 파편 일부가 날아와 당사 지붕이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당사는 군부대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훼손된 지붕을 보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그러던 중 마을 주민의 꿈에 마고할미가 나타나 “내가 비를 맞고 있는데 너는 뭐하고 있느냐?”며 꾸짖었고, 그 일을 계기로 마을 주민이 군부대 사령부에 간곡히 요청해 사비를 들여 지붕을 지금의 것으로 교체하였다.
 
▲ 마고당에서 내려다 본 해운대신시가지와 바다(사진=윤한주 기자)
 
마고당 본당 내부에는 제물을 진설하는 제단이 디귿(ㄷ) 자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제단 위 벽면에는 ‘상산마고령상신위(上山麻姑靈上神位)’라 쓴 나무위패가 걸려 있다. 제단 위에는 정화수 그릇 두 개, 촛대 세 개, 쌀을 담은 제기 한 개, 향로 한 개 등이 놓여 있다. 1997년부터는 장산신당보존관리위원회에서 제의를 주관하고 있다. 정월에 행하는 제의는 전염병 예방과 각 마을의 무사태평을 기원한다. 6월에 행하는 제의는 풍해, 충해, 병해 등 삼재를 막고 풍어와 풍농 등 기풍을 기원한다. 지난 2009년 12월 ‘부산광역시 민속자료 6호’로 지정됐다.
 
신라 박제상의 <부도지>에 따르면 마고(Mago)는 그리스의 가이아(Gaia)처럼 지구의 어머니이다. 한민족 창세설화의 주인공이지만, 수천년이 흐르면서 지역의 설화로서 전승되고 있다. 이를 연구한 석상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박사는 “태백산에는 천제단(마고탑)이 남아 있고, 지리산에는 노고단이라는 명칭과 마고할미 신상(神像)이 남아 있는데, 장산에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마고당과 천제단이 남아 있어 주목된다”라고 말했다.(다음 편 천제단으로 이어집니다)
 
■ 찾아가는 방법
 
부산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다 서면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뒤 종점인 장산역에 내린다. 역에서 대천공원까지는 1.5km로 걸으면 20분이다. 장산역에 내려 시내버스로 환승해도 된다. 시내버스는 5, 36, 38, 40, 100-1, 181번 일반버스와 1001번 급행버스가 대천공원 인근의 대림1차아파트 앞에 하차한다. 양운고 방향으로 가 우회전해 약 300m 가면 바로 대천공원이다. 이곳에서 마고당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