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곡군 국조전 계단 위로 개천문이 보인다. 오른쪽은 광리당(사진=윤한주 기자)

혼났다. 단군 앞에서 참배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어디서 한단 말인가? 국조전 바깥에 멍석을 깔았다. 단군 앞에서는 분향만 하고 내려왔다. 이 동 단민회 전 회장(20대)은 “부모님 문안 인사할 때도 밖에서 하는데, 어떻게 감히 (단군) 영정 앞에서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기환 단민회 사무국장은 단군은 황제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옛날 임금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국민 누구나 단민회원
 
칠곡군 국조전은 참배예절이 많았다. 계단을 오를 때는 동쪽 계단에서 오른발을 먼저 딛고 서쪽 계단에서는 왼발을 먼저 딛는 일합족연보(一合足連步)를 한다. 손은 남자의 경우 왼손바닥으로 오른손을 포개어 잡고 엄지는 깍지를 낀다. 여자는 반대로 한다. 절은 4번을 올리는데 2번째부터는 끊어 앉은 채 상반신만 절을 하는 무읍사배(無揖四拜)를 한다. 
 
지난달 19일 칠곡군 국조전 취재는 신동주 단민회 회장(21대)과 이 전 회장 그리고 이기환 국장의 안내로 진행됐다. 
 
입구에서 계단을 오르면 바깥문 역할을 하는 홍익문(弘益門)이 나온다. 정면 1칸·측면 1칸 규모의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 문을 열면 푸른 잔디밭이 나온다. 국조전 건립에 공로가 큰 사람들의 추모비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국조전 창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조용승 선생의 독립수호비문도 있다. 
 
홍익문 맞은편에는 회의실과 의복을 보관하는 광리당(光理堂)이 있다. 정면 5칸·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봄가을에 단군제례를 유교식으로 올리는데, 원하는 부부에 한해서 전통혼례도 지내주고 있다고 한다.
 
▲ 왼쪽부터 신동주 단민회장, 이 동 전 회장, 이기환 사무국장(사진=윤한주 기자)
 
이어 약간 경사가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연로한 노인들이 오르려면 옆의 봉을 잡으면 안전할 것 같았다. 계단의 끝에는 내문인 개천문(開天門)이 있다. 정면 1칸·측면 1칸 맞배지붕으로 지어진 것이다. 이곳의 문을 열면 단군을 모신 사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 3칸·측면 2칸 규모이며 팔작지붕이다. 단군영정은 국가지정 표준영정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단군 앞에서 예를 올리고 싶다면 기자와 마찬가지로 바깥에서 해야 한다. 관리사무소는 국조전과 별도로 있다. 방문하려면 사전에 연락해야 한다. 국조전의 근처는 왜관 미군부대 후문이다. 
 
예수탄신일과 석가탄신일보다 못한 개천절
 
현재 국조전의 운영에 관해 물어봤다. 
 
이 국장은 “(군으로부터) 운영비로 600만 원을 받고 제례비로는 550만 원을 받는다”라며 “행사비로도 부족하지만 근근이 하고 있다. 우리는 비영리 순수민간단체라서 봉사하는 차원으로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민회(檀民會)의 가입비나 연회비는 없다. 회원은 400명 정도 되는데 행사로 찾는 경우는 200명 내외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은 “단군의 자손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어서 회원이 별도로 정해질 수 없다”라며 “국민 누구나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천절 행사가 있으면 대구 등 인근 지역에서도 찾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 국장은 개천절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옛날에는 국가 주체로 개천절을 했는데, 지금은 민간단체로 넘어왔습니다. 그 자체가 하락한 것이죠. 그래서는 안 됩니다. 예수탄신일이나 석가탄신일은 온 국민이 축하하는 데 말이죠. 개천절을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그냥 노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개천절은 국경일임에도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 2011년 이후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하던 대통령 경축사마저 국무총리 경축사로 격하됐다.
 
▲ 칠곡 단민회는 매년 어천절과 개천절에 단군제례를 유교식으로 올리고 있다(사진=칠곡문화원)
 
이 전 회장은 “1960년까지 (연호를) 단기로 썼는데 세계화를 한다고 서기를 쓰게 됐다.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학생들이 국조전에 왔는데, 한두 명이 밖으로 나가. 와, 거기 나가노? (라고 물어보니) 나, 예수 믿어요. 이러면서 나가는 기라. 예수 믿으면 여기 와선 안 되는 것으로 아이들이 아는 기라.”
 
이 국장은 “한국사도 뿌리부터 배워야 한다. 뿌리(단군조선)는 없고 삼국시대부터 하고 있으니…….”라고 비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신 회장은 “아이들이 많이 오고 교육도 하는 국조전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국조 단군’ 만세…거리행진을 펼쳐
 
한편 단민회와 관련하여 왜관초등학교 단군상 복원 이야기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2001년 8월 26일 자에 따르면 “26일 오후 4시50분께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단군상(像)의 목 부분이 훼손된 것을 이 학교 직원 정 모(48) 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라고 보도했다. 
 
정씨는 "근무를 하던 중 운동장에서 놀던 어린이들이 `단군상의 목 부분이 없어졌다'고 말해 현장에 가 보니 단군상 목부분이 톱 등의 도구에 의해 잘려나간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군상을 우상으로 간주하는 일부 종교의 극렬 신자들이 저지른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학교 주변 종교단체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다.
 
▲ 칠곡군 왜관초등학교 단군상(사진=윤한주 기자)
 
단군상은 1998년부터 홍익문화운동연합(이하 홍문연)이 민족통일을 기원하고 민족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에 건립한 365개 중의 하나다. 이 일은 칠곡군민의 애국심을 일깨웠다. 단군상이 훼손된 지 불과 15일만에 복원됐기 때문이다. 홍문연 측에 따르면 그해 9월 12일 오후 2시 30분에 ‘통일기원 국조 단군상 복원 제막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단민회장, 칠곡군 문화원장, 삼학사 주지 스님 등을 비롯해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조단군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행사를 마칠 즈음에 단민회 측에서 “경축, 통일기원 국조단군상 복원 제막식”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제안했다. 이들은 왜관초등학교를 출발해서, 왜관교회‣경찰서‣왜관역까지 20분을 걸으면서 ‘국조 단군 만세!’라고 외쳤다. 이후로는 단군상 훼손은 재발하지 않았다. 
 
단군상은 칠곡군 삼학사(석적읍 도개리 1093)에도 있다. 이곳의 주지 스님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종교 이전에 국조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단군상을 모시게 됐다고 밝혔다.
 
▶ 단군문화기획 68편 경상북도 칠곡군 국조전 설립 이야기(바로가기 클릭) 
 
■ 경상북도 칠곡군 국조전(바로가기 클릭) 
 
주소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15길 20
전화 칠곡군 단민회 054-972-7044
칠곡군 새마을문화과ㆍ관광문화재담당 054-979-6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