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협조는 어렵다고 해서 난감했다. 지난해 남원 단군성전으로 전화했을 때다. 다른 지역의 단군성전은 어서 오라고 환영했지만, 이런 경우도 드물었다. 우리나라의 국조를 바르게 알리자는 취지가 외래종교 단체도 아니고 단군선양단체에서 거부당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남원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남원은 옛날부터 ‘천부지지(天府之地) 옥야백리(沃野百里)’라고 불렸다. 천부지지란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이라는 뜻이다. 옥야백리는 비옥한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곳에 단군성전을 어떻게 건립했는지 궁금했다. 우리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김현식 남원문화원 사무국장의 차로 현장을 다녀왔다. 
▲ 남원 단군성전 입구는 홍익문이다. 왼쪽은 국조단군한배검숭모비이고 오른쪽은 성전을 건립한 이들을 기리는 헌성비(사진=윤한주 기자)
 
단군정신을 알리는 교육장
 
단군성전은 남원시에서 5km 정도 떨어진 외곽의 식정동에 자리하고 있었다. 규모가 제법 컸다. 낯선 이의 방문이 놀랐는지 주변의 민가에서 개가 짖었다. 
 
홍익문을 중심으로 좌청룡과 우백호처럼 지키는 비석이 있다. 왼쪽은 국조단군한배검숭모비(國祖檀君한배검崇慕碑)이고 오른쪽은 헌성비(獻誠碑)이다. 헌성비 옆으로 비석들이 나란히 있었다. 성전을 건립하기 위해 십시일반 성금을 낸 사람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단군성전도 만날 수 없었으리라. 국조를 사랑하는 마음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성전을 오르기 위해 2개의 문을 지나야 한다. 홍익문과 이화문이다. 이어 넓은 부지에 단군성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정은 어떻게 생겼을까? 문틈으로 보니, 국가지정 표준영정이었다. 
 
- 『남원의 문화유산』이란 책에는 단군성전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다음에는 담아야할 것 같습니다.”
 
김 국장은 현장에서 카메라로 단군성전을 담고 있었다. 그는 지역의 기자 출신이었고 출판사를 운영해서 그런지 자료 수집과 발간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2001년에 남원의 문화유산이 초판을 찍고 2013년에 증보했다. 이후 2년 동안 남원의 마을지킴이이자 민속신앙이었던 나무와 숲을 조사해 『오래된 나무 이야기, 남원의 노거수와 숲』을 펴내는 데 일익 했다. 다음에는 단군성전도 책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노상준 전 남원문화원장은 코리안스피릿과의 전화통화에서 “곡성에도 있는데, 남원처럼 유서 깊은 고장에 단군성전이 없어서 되겠느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건립했다”라고 말했다.
 
▲ 남원 단군성전 이화문(사진=윤한주 기자)
 
성전은 남원시단군성전건립추진위원회(회장 양창현)가 단군정신을 선양하고 후세대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1992년에 건립했다. 선양회원 800여 명이 기부한 성금 8천5백만 원을 들여 1천5백 평의 부지에 건립한 것이다. 
 
그해 10월 3일에 열린 기공식에는 최봉규(崔奉圭) 시장과 백인주(白寅周) 군수를 비롯하여 단군선양회 임원과 사회단체장 등 1백여 명이 참석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홍익인간을 교육해야!
 
선양회 활동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향신문 1987년 9월 25일자 기사다. 
 
당시 전북 남원향교는 여름방학 동안 남원의 4개 중고등학교 1백6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충효교실」을 운영했다. 교실에는 유교의 삼강오륜을 가르치는 명륜교감, 생활예절, 단군사상을 가르친 충효교육 등의 과목이 개설됐다. 이후 학생들이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결과가 놀라웠다. 학생의 34%가 “단군사상은 처음 들었다”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 남원 단군성전 전경(사진=윤한주 기자)
 
최규진 단군정신선양회 남원지부장은 “단군의 개국정신과 홍익인간이념을 가르치지 않고 주체적인 역사교육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대한민국 교육법에는 엄연히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우리 교육은 그동안 이를 외면했다”라고 각성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에 단군성전이 건립됐으니, 선양회가 오래전부터 남원시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홍익정신을 알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전의 건립 관계자는 대부분 고인(故人)이 된 지 오래다. 비석만이 당시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제 단군성전의 미래는 남원시민에게 달렸다.
 
<남원 단군문화>
 
60편 만인의총(바로가기 클릭) 
61편 만인의총 노래탑과 옥산신궁(바로가기 클릭) 
62편 남원주당산제와 남원석돈(바로가기 클릭) 
63편 교룡산과 고남산(바로가기 클릭) 
64편 전북 유일의 대곡리 암각화(바로가기 클릭) 
65편 남원시 광한루원(바로가기 클릭) 
66편 춘향전(바로가기 클릭)  
 
■ 남원 단군성전
전라북도 남원시 식정동 359-2 (바로가기 클릭) 
 
문의. 남원시 문화관광과(063-620-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