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4대 누각으로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남원 광한루가 있다. 이 가운데 ‘광한루’는 춘향전의 무대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으로 처음에는 광통루(廣通樓)라고 불렀다. 세조 26년(1444) 정인지가 건물이 전설 속의 달나라 궁전인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를 닮았다 하여 광한루(廣寒樓)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이후 선조 15년(1582)에는 정철이 건물에 다리를 만들고 그 위를 가로질러 오작교라는 반월형 교각의 다리를 놓았다. 지금의 건물은 정유재란(1597) 때 불에 탄 것을 인조 4년(1626)에 다시 지은 것이다.

▲ 춘향전의 무대로 유명한 남원 광한루(사진=윤한주 기자)

신선의 나라

우리나라에서 궁궐을 제외하고 관청에서 조성한 정원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개인이 조성한 작은 정원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광한루원은 관청에서 조성한 인공정원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신선의 세계관을 잘 구현한 정원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가에 월궁을 상징하는 광한루를 지었다. 또 연못 가운데엔 전설의 삼신산(三神山), 봉래·방장·영주산을 인공섬으로 조성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신선사상과 삼신산을 알아본다.

이인로(李仁老·1152~1220)는 『파한집(破閑集)』에서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신선의 나라라 불러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신선은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고려 중기 유학자 김부식(金富軾)은 『삼국사기』에서 평양이란 선인왕검(仙人王儉)이 살던 곳이라고 썼다. 또 이숙기(李叔琪)가 지은 『조연수묘지』에는 평양의 선조는 선인왕검이라고 밝혔다. 일연(一然)은 『삼국유사(三國遺事)』 「고조선(古朝鮮)」조에는 단군은 평양성(平壤城)에 도읍했다고 기록했다. 따라서 선인왕검이란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단군을 선인(仙人)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조선으로도 이어진다. 선조대에 조여적(趙汝籍)은 『청학집』에서 우리나라의 선도가 환인에서부터 단군으로 이어졌다고 그 계보를 밝혔다. 또 이의백(李宜白)의 『오계일지집(梧溪日誌集)』 홍만종(洪萬宗)의 『해동이적(海東異蹟)』, 황윤석(黃胤錫)의 『해동이적보(海東異蹟補)』등에서도 단군은 한국선도의 조종으로 보고 있는 점이 공통적이다.

삼신산은 어디인가?

광한루원에는 전설 속의 삼신산(三神山)을 섬으로 조성했다. 왼쪽 섬이 영주산, 가운데는 봉래산, 오른쪽 오작교 옆에 있는 섬이 방장산이다. 섬과 섬 사이에는 아담한 구름다리가 있고 영주산에는 영주각이, 방장산에는 6각의 방장정이 지어져 있다. 그렇다면 삼신산은 어느 산을 말하는 것일까?

먼저 중국의『사기(史記)』에서 삼신산은 발해(渤海) 한가운데 있다고 기록했다. 신선이 살고 있고 불사약이 있으며 그곳에 모든 짐승은 흰 빛이고 금으로 궁궐을 지었다고 했다. 또 진시황이 서복에게 5백 명의 아이들을 보내 불사약을 캐오도록 명했다는 기록도 있다.

도광순 한양대 명예교수는 삼신산의 실체로서 발해를 주목한다. 『산해경』에서 동해의 안쪽 북해의 구석 쪽에 나라가 있으니 이름을 조선이라 한다는 구절이 있다. 도 교수는 여기서 북해는 곧 발해를 의미하고 동해는 황해를 의미하니 조선이 발해와 황해 사이에 있다고 했다. 산해경은 기원전 3세기 이전에 쓰인 책이다. 중국에서는 조선(=고조선)이 한반도와 발해 연안의 북쪽 지역에까지 걸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 남원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광한루원(사적 제303호)에는 삼신산을 조성해놓아 우리나라의 신선사상을 볼 수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다음은 우리나라의 문헌을 살펴보자.

홍만종은 『해동이적』에서 삼신산이 우리나라에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 동방의 산수는 천하에 제일이라, 세상에 일컫는 삼신산이 모두 우리나라 안에 있다. 그러므로 종종 세상을 벗어나 은둔하는 선비들의 신기한 자취를 듣고 볼 수가 있으니 지령(地靈)은 인걸(人傑)이란 말이 과연 허튼 말이 아니다.”

그러나 홍만종은 삼신산이 우리나라에 있다고만 했지 어디에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를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구체적으로 밝혔다.

“세상에서 말하기를 삼신산은 우리나라에 있으니, 금강산은 봉래산이고, 지리산은 방장산, 한라산은 영주산이라고 한다.”

현재 남원 광한루 삼신산 안내판도 출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위 구절을 따르고 있다.

한편 삼신산은 태백산(=백두산)이라는 주장도 있다. 북애자는 『규원사화』에서 삼신을 환인, 환웅, 환검이라고 보고 태백산이 바로 삼신산이라고 밝혔다.

“옛날의 삼신산은 태백산이다. 삼신산은 곧 3성이다. 지금 문화현 구월산에 삼성사가 있으며 환인, 환웅, 환검을 받들어 제사하고 있다.”

근대의 학자 김교헌의 『신단실기』과 이능화의 『조선도교사』에도 같은 입장이다.

초대 문교부 장관을 역임한 안호상 박사는 “우리 동아시아 사람들은 옛적부터 한밝산에는 하느님이 내려오시고 하늘 사람인 신선과 같이 살아 안 늙고 안 죽게 하는 약이 많다 하였다. 그 산을 하늘산이라, 삼신산이라, 또는 한배산이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한민족의 신선사상으로 삼신산의 기원을 풀이한 것이다.

호남 제일 누로 불리는 전라북도 남원시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광한루원(사적 제303호)에서 신선사상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계속)

■ 남원 광한루원

전북 남원시 요천로 1447번지(천거동78번지)  (바로가기 클릭)

시내 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유료. 063-625-4861

■ 참고문헌

국학연구원, 『한국선도의 역사와 문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출판부 2006년
도광순, 『신선사상과 삼신산』, 한국도교학회, 제10집, 1992년
이석홍, 김현식 편,『남원의 문화유산』, 남원문화원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