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씨반(하백녀반)과 일월성신상. 굿상을 차릴 때 제일 바람직한 상차림은 하백녀상인 아기씨반과 일월성신상(천부삼인상)을 차리는 것이다.

굿 장소는 현관 앞의 잔디밭이다. 금잔디가 푹신했다. 근화와 혁거세 선생이 굿상을 차리고, 이숙이 굿상 차리는 일을 도왔다. 백악을 향하여 상을 차리고 제물을 놓았다. 굿상은 일월성신상을 가운데에 두고 곁에 하백녀에게 올리는 아기씨반을 차렸다. 이외에 조상상 등 여러 상을 차릴 수 있지만 다른 상차림은 생략하기로 하였다. 굿상 곁에 오늘 풀어야 할 고를 쌓아 놓았다. 악사를 대동하지 않았으므로 무악은 울리지 않았다. 삼성과 오궁이 미세한 빛으로 반짝이며 굿상 주위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역사의 살과 고를 풀고 오궁을 좌정시켜 드리는 굿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사회자로서 말하였다. 나는 오늘 굿을 하게 된 내력, 굿을 하는 취지, 우리가 처한 현실, 우리가 풀어야 할 역사의 살과 고, 국가멸망의 위기,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에 대하여 무교적인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굿을 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해답을 얻는 것이 대두된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이 된다고 말한 것이다. 
 
“대통령께서 조상님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합니다.”
 
나는 설명을 끝내고 나서, 대통령에게 예정에 없던 인사말을 조상들에게 하라고 권하였다. 대통령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대통령은 삼성을 모시고 오궁과 비류왕을 청배하는 굿을 하게 되어 고맙다는 인사말을 잠깐 하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 내가 굿을 시작하라고 하자, 근화가 3번 성령강림聖靈降臨!을 외치며 신령바래기를 하였다. 성령강림은 단군왕검이 감응신령으로 강림한다는 뜻이다. 이어서 근화가 부정풀이로 들어갔다.  
“해동은 대 한국이요 국도는 서울이라 
 
부정이 오시는 곳이 백악 아래 대통령궁이라 
부정 가시게 하려면 부정의 본이 어디신지 알아야 합니다. 
초가망初加亡(처음 죽은 사람)에 초도初度부정(첫 부정), 
이가망二加亡(두 번째 죽은 사람)에 이도二度부정(두 번째 부정), 
삼가망三加亡(세 번째 죽은 사람)에 삼도三度부정(세 번째 부정),
피 흘려 월색月色(열이 없고 빛만 있는 달빛)부정, 
조왕竈王(부엌)에 화살火煞(불로 당하는 재앙)부정…….쳐냅니다.”
 
근화가 가망에 붙은 부정을 쳐낸다. 가망은 조선시대 오가에서 죽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오가에서 죽였다고 하여 오가五加의 가加자를 붙여 가망加亡이라 한 것이다. 
 
“수비부정(주신에게 붙어 다니는 잡귀부정) 쳐냅니다. 
아무 데나 돌아다니는 수비부정 쳐냅니다. 
정원을 더럽히는 수비부정, 
본전을 더럽히는 수비부정, 
각문을 더럽히는 수비부정, 
들고나는 사람에 묻어 들어오는 수비부정……. 쳐냅니다.
오행수비부정(오행 신에게 붙은 수비부정) 쳐냅니다. 
목살木煞에 붙은 수비부정, 
토살土煞에 붙은 수비부정, 
수살水煞에 붙은 수비부정, 
금살金煞에 붙은 수비부정 쳐냅니다.   
소원성취 빌 적에 
동쪽으로 들어와 뺏어 먹던 수비부정, 
서쪽으로 들어와 뺏어 먹던 수비부정, 
남쪽으로 들어와 뺏어 먹던 수비부정, 
북쪽으로 들어와 뺏어 먹던 수비부정, 
많이 먹고 물러가게 한 부정 쳐냅니다. 
상청上廳에 서른여덟 수비부정, 
중청中廳에 스물여덟 수비부정 쳐냅니다. 
하청下廳에 열여덟 수비부정 쳐냅니다.”
 
근화가 수비부정을 쳐내자 수비들이 굿상에 접근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뒷 전을 칠 때나 굿청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근화가 간단하게 부정굿을 끝낸다. 부정치기 사설은 선거리 굿이 다르고 앉은거리굿이 다르다. 또 지역마다 다르다. 경문과 형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의미나 내용은 다르지 않다. 다음엔 산 거리(산바램-도당굿)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대통령궁의 전정前庭에서 관아에서나 하는 도당굿을 할 수 없으니 자연히 궁 굿이 될 수밖에 없다. 신을 청배함으로 대통령궁에서 신이 실리는 굿거리가 될 것이다.   
 
“해동은 다 대한국이요 국도는 서울이라! 조상님들이 오시는 곳이 백악 아래 대통령궁이라 해우년解憂年을 다니시니 삼성대왕님들 화해동심和解同心 하시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체마시고 내려오시옵소서.”
 
굿상 주변에서 쿼크 상태로 대기하고 있던 삼성대왕의 쿼크들이 홀로그램으로 현신한다. 세 분이 다 산신의 복장을 하고 있다. 한인천제는 호랑이 3마리를 현신시켜 데리고 있고, 한웅천왕은 호랑이 2마리를 현신시켜 데리고 있고, 단군왕검은 호랑이 1마리를 현신시켜 대리고 있다. 
 
“삼성대왕님께서 오셨다!”
 
근화가 소리쳤다. 
 
“홍천릭 입고 홍갓을 쓴 감응신령 오십니다. 감응신령으로 오셔 궁 굿을 주관하십니다.”
 
근화가 단군왕검에게 청한다. 그러자 단군왕검이 홍별감의 복장을 한 감응신령으로 변한다. 근화는 산천거리로 들어간다. 
 
“나라 산신의 원산은 구월산 나라 토신의 대산大山은 부근산附近山 살 맞은 살륭님(살 맞은 나라님)의 터라 대통령궁의 뒷산 백악은 살륭님들이 살 맞는 터라 백악 살 풀고 경복궁 살 풀고 청와대 살 풀고 대통령 궁살 풀려고  나라 굿(나라님 살풀이하는 굿)하는 정성으로 궁 굿을 드리오니칠성님 모셔다 칠성거리하고 삼성대왕 고풀이하고 살풀이하여 산신 살, 토신 살, 부근산 살 풀고 대통령 살, 대통령 궁 살 풀렵니다오늘 산신을 치는 산신山神 살 풀고 관아를 치는 관귀官鬼 살 풀고 국가를 치는 국귀國鬼 살 풀려칠성님께 칠성거리 하고 정성을 드리오니정성 덕을 입혀 주시고 일월오봉日月五峰에 내린 줄기왼쪽 줄기는 좌청룡左靑龍   오른쪽 줄기는 우백호右白虎로 감싸주시어 삼성대왕이 산신 신령님으로 좌정하신 대궐 안에나라님 대궐 보호 받으며 살아가는 백성나라 운이 천년의 덕을 입는다 했으니구월산 도당은 삼성당 신령님은 고열가 단군 할아버지당주무당은 삼성무당삼성대왕님 할아버지 살 풀고 고 풀어주시게 거동하시오조선의 국도는 청주靑州가 도당이요 익도益都가 도당이라산마누라 삼성대왕님께서 자손을 내려자손들이 좌정하여 산신령이 되었구나대신 할머니(마고대신) 삼신 덕 입고 한인 한웅 단군왕검 삼성 덕 입고팔도명산 산신령의 산신 덕 입고자이 정성 올리니 이 정성이 어떤 정성이냐 나라 정성이라 대통령 정성이요
감응신령 정성이요 오궁의 정성이요 비류대왕의 정성이라어허 굿하자대주 계주의 굿을 받을 분은 본향산 산신령이 아니시랴여성 주신의 본향산은 삼신산의 영주산嬴洲山 남성 주신의 본향산은 무함왕의 등보산登葆山시조신의 본향산은 신령님의 열두 명산 조선백성은 거므나 따(儉之地) 희나라(熙那羅)백성팔도 명산이 내산이요 사해도 내 물이라봄이 와 봄 굿하고 나면 가을 굿하길 기다리고가을 굿하고 나면 봄 굿 기다리던 마고삼신 삼성대왕 열두 명산 산신령이번에 하는 굿이 무슨 굿이냐 물으시는 구나(근화가 좌중에 슬쩍 묻는다)
 
▲ 굿 비수거리에서 작두장군으로 오시는 관우장군關羽將軍. 관우장군은 유비, 장비와 함께 치우천왕과 황제가 싸운 탁록𣵠鹿(탁현𣵠縣) 출신이다.
 
“육궁의 살 풀고 고 풀어 저주 풀고 원한 푸는 굿입니다,”
 
내가 대답한다. 
 
“잘 대답했습니다. 오늘 굿은 말씀한 대로 육궁의 살 풀고 고 풀어 원한 푸
는 굿입니다.”  
 
근화가 사설을 끝내고
 
“삼성대왕님들 좌정하십시오. 대통령궁에 모십니다. 좌석을 준비하였으니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앉으십시오.”
 
삼성대왕이 빈 의자에 한인 한웅 단군왕검 순서로 앉는다. 감응신령이 근화를 손짓하여 부른다. 근화가 다가가서 감응신령이 하는 지시를 듣는다. 근화가 옮기기 전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근화가 듣고 나서 말한다. 근화가 청동팔주령을 흔들며 조상 청배請拜로 들어간다. 근화가 오늘 고를 풀어 주어야 할 망자들을 차례로 부른다. 갑자기 이숙에게 신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고강동 천제단이 보입니다. 우리가 하늘에 제사지내고 있습니다. 누군가 현신합니다. 그분이 말합니다. 나의 고를 풀어주라. 그러면 내가 그대를 돕겠다고 말씀합니다.”
 
이숙이 말한다.
 
“그분이 누구입니까?”
 
근화가 묻는다.
 
“말씀하세요. 누구시지요?”
 
혁거세 선생이 묻는다.
 
“부하富河의 천제단에서 만난 홍타이지를 잊었는가? 나는 청나라 황제이다.”
 
이숙에게서 남자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타이지 황제의 고를 풀어 드리세요.”
 
이숙이 근화에게 말한다. 근화가 칠성고의 끝을 잡고 던졌다 끌어드리기를 7번 하여 칠성고를 풀어주려 한다. 한번, 두 번, 세 번……. 일곱 번 고를 던졌다가 잡아들인다. 고에서 풀려난 홍타이지 황제가 심호흡을 한다. 
 
“이제 고를 풀어주었으니 내가 그대들을 도와줄 것이다.”
 
홍타이지 황제가 이숙에게 말한다. 
 
“우선 조선의 임금 인조왕과 화해하십시오.”
 
이명지가 홍타이지 황제에게 말한다.
 
“홍타이지 황제는 인조에게 사과하세요. 그러면 화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를 돕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숙이 홍타이지 황제에게 말한다. 
 
“사모는 인조를 불러주라.”
 
홍타이지 황제가 근화에게 말한다. 
 
“오시오 오시오 인조 임금은 오시오 
인조를 모십니다.
하늘에서 일광월광님이 모시고 
땅에서 천지신명이 모십니다.”
 
근화가 인조를 청배한다. 인조 쿼크가 나타나 홀로그램으로 변한다. 근화가 손을 내밀어 홍타이지 황제와 인조의 손을 잡아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붙잡아준다. 두 분이 손을 맞잡는다. 
 
“내가 할 일을 말해주라.”
 
홍타이지 황제가 이숙에게 말한다.
 
“기다리시면 하실 일이 생길 것입니다.”
 
이숙이 말한다. 
 
“매희, 달기, 포사, 여희를 불러 오라”
 
단군왕검이 근화에게 말한다. 근화가 가망청배로 들어간다. 근화가 굿상 앞에 쌓여 있는 고 하나를 잡는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매희 궁주를 모십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달기 궁주를 모십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포사 궁주를 모십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여희 궁주를 모십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명성황후를 모십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비류대왕을 모십니다
근화가 육궁을 청배한다.” 
 
청동팔주령이 만들어 준 파장의 길을 타고 육궁이 나타난다. 나르는 듯하고 지쳐오는 듯하다.  
 
“내가 무슨 죄가 많아 내 목숨 하나라의 걸왕에게 내어주며
유시국의 원수를 갚으려 했던 것인가  
유시국은 동이제국東夷諸國에 속했던 한 나라
몇 천 년을 기다렸어도 찾아주는 이 없더니 
이 나라에서 찾아주는 이가 있고나.”
 
근화에게 매희 궁주가 실려 한 말씀한다. 근화가 청동팔주령을 흔든다. 궁주가 눈물을 뿌린다. 
 
“기쁘다.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다.”
“궁주께서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근화가 묻는다.  
 
“동이에서 왔느니라.” 
“내가 궁주를 찾아 굿청에 대령하였으니 이제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시오.”
 
홍타이지 황제가 말한다.
 
“여기 빈 의자에 앉으시오.” 
 
근화가 빈 의자를 가리킨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유소국의 달기 궁주를 모십니다.”
 
근화가 달기 궁주를 청배한다. 홍타이지 황제가 탁록에서 달기 궁주를 모셔온다. 
 
“내가 무슨 죄가 많아 상나라의 주왕紂王에게 내 목숨 내어주며
유소국의 원수를 갚으려 했던 것인가  
유소국은 단국에 속했던 한 나라
몇 천 년을 기다렸어도 찾아주는 이 없더니 
이 나라에서 찾아주는 이가 있고나.”
“여기에 앉으시오.”
 
근화가 빈 의자를 가리킨다. 매희가 빈 의자에 앉는다.
 
“다음에 주나라시대로 가서 주나라에 포로로 잡힌 포사님을 모셔 오겠습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포사국의 포사를 모십니다. 바리공주 되신 포사를 모시어 이 나라를 덮친 포사의 저주를 풀려 합니다.
저주가 풀리면 저주를 멈춘 힘으로 국가멸망의 시계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타이지 황제가 한중  평천에서 포사를 모셔 내온다. 달기 곁에 앉힌다. 
 
“춘추시대 여융국의 여희를 모십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여희를 모십니다. 여융국의 원수 갚으려고 진헌공의 비가 되어 나라를 망하게 하였으니 오늘 세분의 동이족 조상을 모시는 자리에 모시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화가 청동팔주령을 흔들며 노래한다. 홍타이지 황제가 여희를 모셔다가 포사의 곁에 앉힌다.
 
“모십니다. 모십니다…….명성황후를 모십니다.”
 
홍타이지 황제가 여주에서 명성황후를 모셔다가 포사의 곁에 앉힌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비류대왕을 모십니다…….”
 
홍타이지 황제가 비류대왕을 모셔다가 명성황후 곁에 앉힌다.
 
“이로써 육궁을 모두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대통령궁입니다. 대통령께서 향을 올리시고 환영사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근화가 대통령에게 부탁한다. 대통령은 향을 올리고 환영사를 한 말씀 한다. 동이족 출신의 조상을 모시게 되어 기쁘고, 나라의 앞날을 위하여 포사의 저주를 풀고 비류왕의 원한을 풀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자리에 가서 앉는다. 이제부터 육궁의 살과 고를 풀어줄 차례이다. 옛날에는 제사를 지내고 나서 굿을 하였다. 굿을 할 때 썼던 무가가 신라에서 남긴 사뇌가詞腦歌와 도솔가兜率歌였다. 사뇌가는 살풀이무가이고 도솔가는 도살풀이 무가이다. 사뇌가는 개인이 제사지낼 때 ‘살풀이 무가를 부르며 홀로 굿을 한다’는 뜻이고, 도솔가는 ‘여자 무당이 살풀이무가를 부르며 굿을 이끌어간다’는 뜻이다. 살풀이는 죽음의 살을 푼다는 뜻이다. 살풀이춤은 흰 수건을 잡아 꽃을 뿌리듯이 수건을 놓지 않으며 뿌리는 춤이다. 이때 흰 수건은 꽈배기(고) 꽃으로 불리는 마화를 상징한다. 마화는 마고 꽃이라는 뜻이다. 살풀이춤에서 산화 대신에 쓰는 수건의 길이는 길지 않다. 그러나 도살풀이에서 쓰는 수건의 길이는 살풀이춤에서 쓰는 수건보다 길이가 2배나 길다. 그래서 두 손으로 잡고 춤을 출 수 있다. 이렇게 추는 살풀이춤을 산화공덕散華功德이라 하였다. 산화공덕을 다른 말로 가양可禳이라 하였다. 가양은 살풀이라는 말이다. 처음 살풀이춤을 추었던 사람들은 신궁에서 제사를 담당했던 화랑들이었다. 그들을 선도仙徒라 하였다. 선仙자는 산 앞에 서서 신을 받들어 모시는 굿인 산천거리를 하는 무당을 의미하는 문자이다. 그런데 선도를 왜 화랑이라 하였을까? 화花는 마고 꽃인 마화를 뜻한다. 제사지낼 때 마화를 산화散花하는 젊은 사내들이 화랑이다. 이때의 제사가 팔관회八關會이다. 팔관회 때 산대회의山臺會儀를 하는데 산대회의에서 가무백회歌舞百會를 한다. 산대회의는 무대공연이고 가무백회는 노래와 춤과 다양한 놀이를 뜻한다. 이때 이 가무백회를 주관했던 집단이 화랑들이었다. 이들 화랑이 소속되었던 부서를 사선악부四仙樂府라 하였다. 사선은  영랑, 술랑, 남랑, 안상 등 신라를 대표하는 풍류 화랑들이었다. 오늘 근화는 굿 12거리를 2시간 안에 다 끝내고 나서 살풀이로 들어갔다. 그가 이때 부른 무가는 신라시대 불가에서 산화가散花歌라 불렀던 도솔가였다. 도솔가는 도살풀이무가라는 뜻이다. 살풀이 무가가 산천거리 무가에 많이 섞여 있다. 근화가 하는 창을 따라 추적해 보면 살풀이라는 가사가 산천거리 무가에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 이곳
살 맞은 살륭님의 터에 
삼성대왕 살풀이 하여
산신살 토신살 부근산 살 풀고 
관귀살官鬼煞 풀렵니다
나라님 살풀이하는 정성으로 이 굿 드리오니 
살 맞은 산 살 풀러 오시는 감응신령님
산신살, 토신살, 부근산살 풀고…….
 
근화는 굿청을 돌며 산천거리에서 꽃잎을 따내듯 뽑아낸 살풀이 무가를 부른다. 무가의 에센스만 뽑아서 부른 것이다. 근화가 감응신령이 오시기를 청하니 이제 감응신령이 현신한다. 감응신령이 산화를 밟고 한발 한발 걸어와서 근화 앞에 선다.
 
“마화를 가져왔느냐?”
 
감응신령이 근화에게 묻는다. 마화가 마고 꽃이므로 마고 꽃을 가져나 뿌려드려야 마고대신이 거동하기 때문에 말씀하는 것이다. 
 
“마화 대령입니다. 수건도 대령입니다.”
 
근화가 노래한다. 마화와 마화 살풀이를 상징하는 수건도 대령했으니 마고대신을 모셔도 된다는 뜻이다.
 
“마화를 산화해 보라.”
 
마화를 뿌려 살풀이 하라는 뜻이다. 
 
“마고 꽃을 살풀이 합니다.”
 
근화가 마화를 들고 산화한다. 살풀이 동작을 취하는 것이다. 근화가 살풀이를 하고 나서 감응신령을 몸주로 세우고 한 바퀴 두 바퀴 맴돈다. 마화를 살풀이 하니 근화의 몸 안에 좌정해 있던 마고대신이 감응한다. 마고대신이 근화 밖으로 나온다. 더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근화가 감응신령과 주고받는 노래는 마고파장을 일으키는 행위이다. 마고대신은 진동이고 파장이므로 산화가 공명을 일으키는 진동에 감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마고대신이 현신하자 어디에선가 아주 오래된 살풀이 무가가 들려온다. 신라 경덕왕 때의 국선 월명사가 경덕왕 앞에서 불렀다는 살풀이 무가이다.(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